[단독]‘광화문∼강남 14분 연결’ 또 좌절

서형석기자

입력 2017-06-27 03:00 수정 2017-06-2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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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안 자체 타당성 조사서 불합격

서울 중구 삼일대로에서 남산1호터널을 빠져나와 종로2가로 향하는 버스와 승용차들이 도로에서 정체를 빚고 있다. 이 구간은 평소에도 강남, 분당 등을 오가는 교통량이 많아 상습적으로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동아일보DB

관공서와 기업이 밀집한 서울 세종대로의 광화문 도심과 강남대로의 강남 도심 간 거리는 11km. 하지만 교통 정체에 시달리는 버스, 우회해 환승해야 하는 지하철로는 40분 가까이 걸린다. 서울시가 강남까지 닿는 지하철 신분당선을 광화문, 나아가 경기 고양시까지 연장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심 이동 시간을 줄이면 도시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가 2007년부터 추진한 신분당선 연장 방안은 자체 타당성 조사에서 번번이 제동이 걸렸다. 올해도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시의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삼송∼광화문∼서울역∼신사) 방안은 사업타당성 조사 결과 비용 대비 편익(B/C)이 최대 0.79에 그쳤다. B/C가 1 미만이면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뜻이다. 조사는 서울시가 외부 전문 조사 업체에 의뢰했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여러 연장안(案) 가운데 신분당선 용산역에서 광화문역을 잇는 것이 그나마 사업적으로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광화문역∼강남역을 14분 만에 오갈 수 있다. 사업비는 1조5701억 원으로 예상했다.

공사비를 아껴 기획재정부의 예산타당성 조사에 대처할 구상도 했다. 사업타당성이 있다고 나오면 연장안의 연신내역∼서울역(6.2km) 구간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선(킨텍스∼동탄) 선로를 함께 쓰겠다고 국토교통부에 제안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구간에서 최고 시속 200km인 GTX의 운행 속도에 맞추려면 최고 시속이 90km에 불과한 신분당선은 정차역(驛)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승객과 운임 수입이 줄어 적자가 불가피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독자 선로를 만들어 연장하면 역 수를 늘릴 수는 있다. 반면 건설비가 폭증한다. 이 방안의 B/C가 2010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사업타당성 조사에서 0.75에 그친 이유다. 2001년 신분당선을 추진할 때도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부)가 서울역 대신 용산역에 연결하는 게 타당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린 까닭이기도 하다.

사업 비용을 두고 국토부가 심드렁한 것도 서울시로서는 난제다. 국토부는 “서울시가 필요하면 시 주관으로 건설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사업(광역철도)이 되지 않고 서울시 단독 사업(도시철도)이 되면 비용의 60%를 시가 내야 한다.

서울시는 대안 마련에 나섰다.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역 수와 노선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도시 내 이동 시간 단축이 도시 경쟁력 강화에 필요하다는 서울시 주장에 동의하는 견해도 나온다. 박희윤 모리빌딩도시기획 한국지사장은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도심 간 통행 시간을 30분 내로 줄여 경제활동에 활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광역버스 증차마저 어려운 수도권 대중교통난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은 서울과 다른 지역의 생각이 다르지 않다”며 “안정적인 철도 운영과 도시 경쟁력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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