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가 뒤집어 써야 하나”…전공의 일 떠안은 간호사들 부글

뉴스1

입력 2024-02-19 17:16 수정 2024-02-1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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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울시내 한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2.19/뉴스1 ⓒ News1
“20일부터 전공의 파업 시작한데는데 답이 없습니다. 우리 병원에 중환자 분들 이미 너무 많은데, 다른 병원에 전원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대로 저 환자들 놔둔 상태로 나가버리면 죽이는 거나 다름없습니다.”(서울아산병원 소속 간호사)

전공의들의 무더기 사직서 제출과 현장 이탈로, 자리를 비운 전공의들의 업무를 대신할 의료인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이 ‘19일까지 사직서 제출, 20일 오전 6시 업무 이탈’을 예고했지만 빅5 병원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병원에서도, 예정 보다 빨리 전공의들의 이탈에 속도가 붙고 있다.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나게 되면 누군가는 전공의가 했던 업무를 대신해야 하는데 그 ‘누군가’는 간호사일 가능성이 높다. 당장 전공의 일까지 떠맡게 된 간호사들의 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

실제로 지난 18일 저녁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자신의 소속을 아산병원이라고 밝힌 한 간호사는 “지금 인턴만 파업 중인데 병원에서 도저히 인력이 안 되니 인턴 업무를 간호사에게 하도록 하고 있다”며 “정신적,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전공의까지 없는 상태에서 심장마비 환자 발생하면 어떡하냐. 바로 처방하러 달려올 사람이 없어서 약도 못 준다. 정말 큰일”이라며 “의사가 파업하려는 이유는 알겠는데 최소한 파업했을 때 병원이 돌아가게끔 대처방안을 내놓고 나가라”고 했다.

실제로 전공의들이 병원에서 주로 하는 업무는 처방이다. 약 처방을 비롯해 체혈, 주사, 검사 등 치료와 처치 등이 포함된다. 환자의 상태를 계속 체크하고 교수의 진료와 수술을 보조하는 일 등도 전공의 업무다.

한 대학병원 간호사는 “전공의가 빠지면 간호사들이 일을 다 떠맡게 되고 간호사 업무는 100배, 1000배 많아지게 된다”며 “사실 평소에도 전공의들의 업무를 진료보조(PA) 간호사나 전문 간호사(MP)가 다 하긴 했지만 전공의들이 빠지게 되면 그 모든 업무를 간호사들이 뒤집어써야 하기 때문에 간호사들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2일 서울의 한 대형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응급실로 향하고 있다. 2024.2.12/뉴스1 ⓒ News1
실제로 정부는 전공의 공백을 PA 간호사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PA 간호사는 의료기관에서 의사 지도·감독 하에 의사를 보조해 의료서비스 지원 업무를 하는 간호사로 임상전담간호사로 불린다. 현재 전국에 1만 명 이상이 활동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파업 장기화’를 전제로 PA 간호사 투입을 고려하겠다던 보건복지부는 19일 중수본 브리핑에서 “간협과 아직 소통하지 않았고 앞으로 소통하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법적 안전망이든 어떤 내용을 구체적으로 할 건지 등은 추가 내부 검토를 한 다음 내용이 정해지면 더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전공의 파업이 코 앞인데, 아직까지 구체적인 간호사 활용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대한간호협회도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는 PA간호사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발표와 관련해 간협과 그 어떤 협의를 진행한 바 없으며 우리도 정부 방침에 협조하기로 한 바 없음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일축했다.

전임의(임상강사), 교수(집도의)들의 부담도 크다. 서울의 대학병원 필수의료과 교수는 “전공의를 포함해서도 항상 인원이 부족해 피곤에 찌들어 사는데 당장 당직 인원이 줄어들기 때문에 정말 타이트하게 응급실, 병동 당직 등 스케줄을 짜놓은 상황”이라며 “후배들을 응원하긴 하지만 일단 이 상황이 오래 간다면 우리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대학병원은 전공의 몇 명만 빠져도 남은 의료진들이 그 로딩을 다 뒤집어써야 하는 구조라 남은 의료 인력마저 이탈이 가속화될까 두렵다”며 “상황이 길어지다 보면 전체가 무너지게 되는 상황에 치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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