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조직인 줄 모르고 현금 수거·전달한 50대 ‘무죄’

뉴스1

입력 2022-09-14 14:14 수정 2022-09-1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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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역할을 하며 1300만원을 갈취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6단독 이근영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54)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0년 11월 A씨는 구직을 위해 취업 중개사이트에 자신의 이력서를 올리게 됐다. 한 달 뒤 A씨는 B 물류회사로부터 “외상대금을 수거하는 일을 해보겠느냐”는 취업권유를 받게 됐고, A씨는 B회사에 취직해 일을 하게됐다.

A씨는 B 물류회사로부터 받은 명단을 토대로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고 송금을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에게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면 대출을 해 줄 수 있다” “계약법 위반이 해제되려면 기존 대출금을 변제해야 하니, 우리가 보내는 직원에게 기존대출금을 전달하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같은달 3일 A씨는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경기 부천시 부흥로에서 피해자 1명에게 두 차례에 걸쳐 1390만원을 교부받은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이 인스타그램 메신저로 알려준 계좌번호 등을 이용해 받은 돈을 송금했다.

그러나 범죄 당일 자신의 업무에 수상함을 느낀 A씨는 B 물류회사를 퇴사했다. A씨는 B 물류회사에게 회사 위치와 업무내용을 수차례 물어봤지만 답을 해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A씨 측은 “B 물류회사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적도 없다”며 “심부름을 두 번 하고 25만원이나 받는 것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범행) 당일 저녁에 일을 시킨 사람에게 회사 위치를 물어봤는데 ‘며칠만 하면 알게 된다’고 말하면서 알려주지 않아 그날 일을 관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A씨에게 미필적 고의가 없다고 봐 무죄를 선고했다. 미필적 고의란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고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고 있다는 의사를 가지는 것을 뜻한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성 등) 의사를 알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는 피고인의 진술 외에는 별 다른 것이 없다”며 “피고인의 취업 경위, 수거한 현금의 무통장입금 방식, 수당의 수령방식이 이례적이긴 하나 피고인이 금융기관 직원 행세를 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정황도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 역시 범행 당일 이상한 점을 느껴 불상자(전화금융사기 조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회사 위치를 알려달라고 했으나, 불상자가 위치를 알려주지 않아 일을 바로 그만 뒀다”며 “피고인 자신이 수거하여 송금한 돈이 보이스피싱 사기범죄의 피해금일 수 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그 위험을 용인하고 이 사건 각 현금수거에 나갔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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