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과 너무 닮아, 가슴철렁” 필리핀서 땅콩파는 코피노 소년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2-06-15 13:04 수정 2022-06-1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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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필리핀 김마담’ 영상 캡처

필리핀에서 땅콩을 팔며 생계를 이어가는 한 코피노(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사연이 유튜브를 통해 전해졌다.

2009년 4월에 태어난 RJ(라이언 제이)는 필리핀 바콜로드의 빈민촌에서 어머니, 외삼촌과 살고 있다. 외삼촌은 레촌(통돼지 구이) 가게에서 일한다. 어머니는 원래 길에서 레몬을 팔았으나 지금은 건강상의 이유로 일을 못 하고 있다. RJ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길에 땅콩을 팔러 나간다.

그는 소매점에서 봉지당 약 125원(5페소)에 물건을 떼와 약 250원(10페소)에 판매한다. 이렇게 땅콩을 팔아 버는 돈은 하루 2500원(100페소) 정도다. 무더운 날씨 속 길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땅콩을 팔면서도 RJ는 항상 웃는 모습이다.

그의 어머니는 마닐라에서 만난 한국인 남성과 짧게 교제하다 RJ를 임신했다. 임신과 출산 소식을 남성에게 알렸지만 지원은 없었다. 오히려 화를 냈다는 이야기를 지인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한다. RJ 어머니는 RJ 친부의 이름이 ‘제임스’라는 것만 알 뿐 한국 이름이나 주소도 모른다.

필리핀에서는 아버지 성을 따르면 가운데 이름에는 어머니 성을 쓰지만, RJ는 미들네임이 없다. 모친의 성을 따랐기 때문이다. RJ 어머니는 “(RJ의) 한국 이름은 없다. 한국 이름을 (아들 이름에) 올리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필리핀 김마담’ 영상 캡처
RJ는 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에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마닐라에서 한국 학교에 다닐 때 먹어본 김치를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았다. 아버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웃으며 “미워요”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한국어를 계속 배우고 싶다면서 한국어 중 ‘예쁘다’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RJ의 사연은 현지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필리핀 김마담’에 영상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김 씨가 패스트푸드점 ‘졸리비’에서 음식을 포장하던 중 그 앞에서 땅콩을 파는 RJ를 우연히 만난 것.

이를 계기로 김 씨는 RJ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RJ와 그의 어머니에게 삼겹살 등을 대접하고 생필품과 학용품 등을 사주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필리핀 김마담’ 영상 캡처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처음 RJ가 소개된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100만 회를 넘었다.

누리꾼들은 “많은 코피노 아이들을 봤지만 이렇게 한국인과 닮은 아이는 처음이라 가슴이 철렁했다”, “밝고 따뜻한 아이로 잘 커 줘서 고맙다”, “아빠가 한국 사람이라고 말하며 웃는 아이의 미소가 너무 슬퍼 보여서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건강하게 멋진 어른으로 잘 성장하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RJ를 응원했다. 유튜브 슈퍼챗 기능을 이용해 후원금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김 씨는 RJ가 어른이 될 때까지 후원금을 관리해 줄 사람을 찾는다고 밝혔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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