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는 멈췄지만 ‘마스크 재봉틀’ 돌아가는 교회

인천=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0-03-23 03:00 수정 2020-03-2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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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들어 기부하는 인천 백송교회
CCM 가수 출신 이순희 목사… 대구 어려움 보며 봉사 결심
6일부터 목회자-신자들 합심… 하루 100개서 이젠 1000개 거뜬
“코로나 사태, 교회엔 아픔이지만 지역과 나라 지키려면 조심해야”


인천 백송교회 이순희 담임목사(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교역자, 봉사자들이 손수 만든 면마스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인천=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마스크 공장’으로 변신한 교회가 있다.

백송교회(인천 남동구 장아산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자 이달 초부터 수제 면마스크를 만들어 지역 주민과 마스크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기부하고 있다. 매주 월, 목요일 오전 10시 반 마스크를 배부하는데 교회 앞에는 주변은 물론이고 멀리서 소문을 듣고 온 사람들로 긴 줄이 선다.

18일 찾은 교회 앞에는 ‘백송교회에서 사랑의 수제 면마스크를 나눕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보였다. 교회 안에는 2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마스크 제작이 한창이었다. 천을 자르고, 마스크 틀을 잡고, 필터를 집어넣고, 마스크를 포장하는 이들의 손길이 바빴다. 마스크를 만드는 재봉틀의 드르륵, 드르륵 소리가 쉼 없이 이어졌다.

백송교회는 2월 중순 대구에서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자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다. 이순희 담임목사(59)는 함께 주일(일요일) 예배를 드리는 대신 마스크를 제작해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로 결심했다. 이 목사는 “코로나19로 지교회인 대구백송교회가 폐쇄되면서 신자들은 물론이고 지역 주민 모두 크게 힘들어했다”며 “그러던 중 유튜브에서 마스크 제작법을 봤는데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아 ‘바로 이거다’ 싶었다”고 말했다.

교회는 6일부터 교역자와 신자들이 모여 마스크 만들기에 나섰다. 처음에는 재봉틀도 1대밖에 없었고 솜씨도 서툴러 하루 꼬박 마스크 100개 만들기가 벅찼다. 지금은 재봉틀 6대에 1000개를 거뜬히 제작한다.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의 백송교회 마스크는 천 마스크에 갈아 끼울 수 있는 리필용 필터 7개가 들어 있다. 특히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유아, 아동용 소형 마스크가 인기다.

목회자가 되기 전 의류업체에서 일한 한수산나 부목사가 다른 봉사자들에게 재봉 노하우를 전수했다. 그는 “다들 학창 시절 가사 실습은 했겠지만 재봉틀을 제대로 다뤄 봤겠냐”며 “모두 어려운 이들을 돕겠다는 선한 마음과 열정 때문인지 금세 배웠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은 물론이고 교단과 단체에서 마스크를 보내 달라는 요청이 많아 작업이 새벽까지 이어진다. 신자인 양귀녀 씨는 “아침에 이곳에 와서 오후 4, 5시까지 작업한 뒤 저녁 준비를 하기 위해 집으로 간다”며 “주일(일요일) 예배는 못 올리지만 어려운 이들을 돕는 섬김이 소중하게 여겨진다”고 했다.

이 교회는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달 중순부터 예배를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면마스크를 만들어 주변에 기부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평소 예배를 이끄는 이순희 목사. 백송교회 제공
이 목사는 1997년부터 CCM(기독교 계열 대중음악) 가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평신도 부흥사로 교회 일에 전념하면서 음악과 관련한 일은 접었고 2015년 뒤늦게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인천을 비롯해 대구, 미국 로스앤젤레스, 캐나다 토론토에 지교회가 있고, 충남 보령시에 수양관이 있다.

그의 꿈은 1년 내내 낮밤으로 예배드리는 교회,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사명을 담당하는 교회를 만드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예배를 진행하는 지금의 상황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는 일부 교회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했다. “목회자와 신자 모두 주일에 교회에 모여 예배를 못 올리는 아쉬움과 상처가 큽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개별 교회뿐 아니라 지역 사회와 나라 전체를 지키기 위한 큰 문제라 정말 조심해야죠.”
 
인천=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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