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속 황금비율 되찾으니… 나이 든 면역체계 젊어졌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4-03-29 03:00 수정 2024-03-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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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구팀, 국제학술지 발표
나이들면 혈액 구성 성분 변화… 림프구-골수세포 수 균형 깨져
늙은 쥐에게 표적 단백질 주입… 조혈줄기세포가 골수세포 제거
젊은 시절 혈액세포 비율 회복, 감염 반응 등 면역체계 좋아져
“인체 적용은 신중하게 접근을”


조혈줄기세포를 사용해 나이 든 쥐의 면역체계를 젊은 시절에 가까운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과학자들이 나이 든 쥐의 면역체계를 젊은 시절에 가까운 상태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어떠한 혈액의 구성 성분으로도 변할 수 있는 조혈줄기세포를 통해 혈액세포의 균형을 재구성한 것이다. 혈액세포의 구성을 변화시키자 노화로 인한 면역 저하가 개선됐다. 이 같은 면역체계 회복 전략은 쥐 실험을 통해 효과가 확인됐다. 노화로 약해진 사람의 면역체계를 회복시키는 새로운 방법으로 이어질지 관심을 끌고 있다.

어빙 와이스먼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팀은 조혈줄기세포를 사용해 늙은 쥐의 혈액세포 구성을 면역체계에 가장 알맞은 상태로 조성하고, 연구 결과를 27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인체의 면역반응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조혈모세포가 만드는 혈액의 구성 요소들이 일정한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면역체계가 약화되는 것은 혈액의 여러 구성 요소를 만드는 조혈모세포의 생산 기능이 균형을 잃게 되면서다.

조혈모세포가 생산하는 혈액 구성 요소 중 림프구와 골수세포가 면역체계와 관련이 있다. 백혈구의 일종인 림프구는 해로운 균을 인식하고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균을 겨냥하고 항체를 만드는 B세포와 균을 직접 공격하는 T세포로 나뉜다.

‘어린 백혈구’인 골수세포는 ‘성인 백혈구’로 성숙하면서 적혈구를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혈액세포가 된다. 면역체계가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이 두 구성 요소가 비슷한 수준으로 생산돼야 한다.

젊은 몸에 존재하는 조혈모세포는 림프구와 골수세포를 균형 있게 생산할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면 이 같은 생산체계에 문제가 생긴다. 노화한 조혈모세포에선 골수세포의 생성이 이전보다 활발해진다. 림프구와 골수세포의 균형이 맞지 않게 되는 것이다. 성분 구성이 이같이 변화한 혈액세포는 면역반응과 염증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진다.

연구팀은 노화로 변화한 조혈모세포의 생산 기능을 되돌리기 위해 조혈줄기세포에 주목했다. 어떤 특성도 지닐 수 있는 조혈줄기세포를 활용해 늘어난 골수세포만 제거하는 전략을 떠올린 것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접근법이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조혈줄기세포가 골수세포만을 공격할 수 있도록 하는 표적 단백질 3종을 식별했다. 이 단백질들이 실제 표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쥐 실험을 실시했다. 태어난 지 120주가 지난 늙은 쥐의 체내에 표적 단백질을 주입한 뒤 조혈줄기세포의 움직임을 확인한 결과 골수세포만을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수세포가 제거되면서 늙은 쥐의 혈액세포는 곧 림프구와 골수세포의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또 늙은 쥐의 면역체계가 실제로 젊은 상태로 회복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세포 분석을 실시했다. 레이저를 통과시켜 유동적으로 흐르는 세포 입자에서 화학적 특성을 확인했다. 분석 결과 늙은 쥐의 혈액세포는 젊은 쥐의 혈액세포와 유사한 특성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감염에 대한 면역반응이 개선되는 등 면역체계가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액의 구성 요소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이 같은 방식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조혈모세포가 혈액의 구성 요소를 만드는 과정에 장애가 생기면 백혈병 같은 심각한 혈액암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면역체계의 회복을 통해 다른 암의 위험성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혈액암에 대한 위험성을 상쇄할 수 있다”며 “이러한 면역 회복 전략이 사람에게도 적용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선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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