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먹튀 방지 내세운 RSU… “책임경영 강화” vs “승계수단 우려”

곽도영 기자

입력 2024-03-26 03:00 수정 2024-03-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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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그룹, 1년만에 RSU 보상제 철회
한화-두산 등 국내 12곳 도입 RSU… 임직원 성과 미래 주식으로 보상
대주주에도 지급 가능해 특혜 논란… “지급요건 구체화 등 제도 손질해야”



지난해 3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보상제를 도입했던 LS그룹이 이를 1년 만에 철회하면서 국내 산업계에서 RSU를 둘러싼 관심이 커지고 있다. RSU는 쉽게 말하면 임직원의 성과를 미래 주식으로 보상하는 제도다. 현금으로 받는 단기 성과급이 익숙한 국내에선 시기상조라는 지적과 장기적 책임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25일 LS그룹에 따르면 ㈜LS와 LS일렉트릭 등 주요 계열사들은 28일부터 순차적으로 열리는 이사회에 RSU 제도 폐지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LS는 지난해 3월 임원들을 대상으로 장기성과급 지급 방식을 현금에서 RSU로 바꿨다. 3년 뒤 주식 또는 주식가치에 해당하는 현금을 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금일봉식 단기 성과급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한 데다 최근 논란이 거세지며 해당 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RSU는 통상 3∼10년이 지난 이후 자사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성과급으로 보상하는 제도다. 2003년 마이크로소프트(MS)를 필두로 미국 테크 업계에서 단기 성과에 집중하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의 대안으로 도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중 RSU를 도입한 기업은 지난해 6월 기준 12곳이다. 2020년 ㈜한화에 이어 2022년 두산과 네이버, 지난해 LS와 포스코퓨처엠 등이 도입했다.

한화의 경우 RSU를 받은 부사장급에게는 7년 뒤, 대표이사급에게는 10년 뒤 주식 또는 주식가치에 상응하는 현금을 지급한다. 현금으로 지급하던 장단기 성과급 일체를 RSU로 대체하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적용한 사례다. 올 초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200억 원 안팎의 계열사 RSU를 지급받은 내역이 공시되며 ‘승계 수단’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화는 “최초 부여 시점부터 20년이 지난 2040년까지 김 부회장이 실제 취득하는 ㈜한화 주식은 1%대에 불과하다. 책임경영 강화 차원”이라며 RSU를 팀장급 직원으로 확대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섰다.

두산은 임원들에 대한 장기성과급 지급 방식을 과거 3년간 장기 성과에 대해 현금을 주는 방식에서 향후 3년간 성과를 측정해 RSU를 주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두산 측은 “핵심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수단”이라며 “현금으로 주는 단기 성과급과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퓨처엠은 연구·생산 부서의 핵심 인력을 대상으로 2년 단위로 RSU를 선별 지급한다.

국내 정보기술(IT) 업계도 RSU를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는 주가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 코스피 200대 기업 대비 회사의 주가 상승률에 따라 임원들은 RSU를 3년에 걸쳐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네이버 주가가 부진해 최수연 대표는 전체 보수의 45%에 해당했던 RSU를 전혀 받지 못했다.

RSU 제도는 핵심 인력 유출을 막고 경영진의 책임경영을 독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2021년 말 카카오페이 ‘먹튀’ 사태처럼 경영진이 단기간에 주가를 끌어올린 뒤 주식을 팔아치우는 스톡옵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스톡옵션과 달리 대주주에게도 부여할 수 있고 수량이나 최소 근속 기간 등 구체적인 지급 요건 제한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지난해 12월 금감원은 올해 3월부터 공시되는 ‘2023년 사업보고서’부터 RSU 지급 내용에 대해서도 공시에 반영하도록 권고했다. 재계 관계자는 “RSU의 장점을 잘 살려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관련 공시를 의무화하고 지급 요건을 구체화하는 등 기준에 맞춰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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