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박기’로 150배 수익… 기획부동산-탈세 96명 세무조사
세종=김도형 기자
입력 2024-03-14 03:00 수정 2024-03-14 03:00
쓸모없는 임야 사들여 ‘쪼개팔기’
“소액투자로 큰돈” 노후자금 가로채
지난해 기획부동산 업체 A사는 개발 가능성이 거의 없는 임야의 경매에 참여해 저가로 땅을 사들였다. 업체는 이후 텔레마케터 수십 명을 동원해 주변에 도로와 철도가 뚫리는 호재가 있어 소액 투자로도 큰돈을 벌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모았다. 업체는 수십 명에게 토지 지분을 쪼개 팔아 사들인 땅 가격의 3배에 이르는 금액을 벌어들였다. 적게는 1000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을 받고, 개발되더라도 가격이 오르기 힘든 토지를 팔아 넘겼다.
약 2년에 걸친 A사 관련 피해액은 수백억 원에 이른다. 피해자 중에는 소득이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저소득층과 70세 이상 고령자도 수백 명 포함됐다. 이들은 이렇게 얻은 양도 차익에 따른 세금을 줄이려고 가짜 인건비를 꾸며냈다가 세무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13일 국세청은 이 같은 기획부동산 사기와 이른바 ‘알박기’ 투자 등을 벌인 후에 세금을 탈루한 혐의자 96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경기는 하락세지만 서민이나 건설사 등에 피해를 주는 부동산 관련 탈세는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 대상에는 A사와 같은 기획부동산 혐의자 23명이 포함됐다. 또 다른 기획부동산 업체도 임원 명의로 농지를 사들인 뒤에 취득가의 3배 가격으로 수백 명에게 쪼개 판 것으로 조사됐다.
새로 개발되는 지역의 주택이나 토지를 사들인 뒤에 팔지 않고 버티는 알박기 수법으로 시행사로부터 거액의 명도비 등을 뜯어내고 세금을 탈루한 혐의자 23명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B 씨는 한 업체가 부동산 개발을 위해 토지 매입에 나섰다는 소식을 듣고 사촌동생이 보유한 땅을 수천만 원에 매입했다. 그는 이 땅을 이용해 부동산 개발을 계속 지연시켰고 업체는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매입가의 150배에 이르는 가격에 이 땅을 사들이기로 했다. B 씨는 세무당국에는 이 토지를 수억 원에 판 것으로 신고하고 나머지 수십억 원은 용역비로 받는 식으로 양도소득세까지 탈루하려다 적발됐다.
재개발 지역의 무허가 건물에 투기하면서 양도 차익을 신고하지 않은 투기 혐의자 32명도 이번에 꼬리를 잡혔다. 무허가 건물은 등기가 되지 않아 거래 현황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을 악용해 세금을 회피한 사례다. 안덕수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은퇴 계층의 노후 자금을 노리는 기획부동산 사기 등의 부동산 탈세 행위를 지속적으로 조사해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소액투자로 큰돈” 노후자금 가로채
안덕수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13일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부동산 탈세 세무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3.13. 국세청 제공
지난해 기획부동산 업체 A사는 개발 가능성이 거의 없는 임야의 경매에 참여해 저가로 땅을 사들였다. 업체는 이후 텔레마케터 수십 명을 동원해 주변에 도로와 철도가 뚫리는 호재가 있어 소액 투자로도 큰돈을 벌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모았다. 업체는 수십 명에게 토지 지분을 쪼개 팔아 사들인 땅 가격의 3배에 이르는 금액을 벌어들였다. 적게는 1000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을 받고, 개발되더라도 가격이 오르기 힘든 토지를 팔아 넘겼다.
약 2년에 걸친 A사 관련 피해액은 수백억 원에 이른다. 피해자 중에는 소득이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저소득층과 70세 이상 고령자도 수백 명 포함됐다. 이들은 이렇게 얻은 양도 차익에 따른 세금을 줄이려고 가짜 인건비를 꾸며냈다가 세무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13일 국세청은 이 같은 기획부동산 사기와 이른바 ‘알박기’ 투자 등을 벌인 후에 세금을 탈루한 혐의자 96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경기는 하락세지만 서민이나 건설사 등에 피해를 주는 부동산 관련 탈세는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 대상에는 A사와 같은 기획부동산 혐의자 23명이 포함됐다. 또 다른 기획부동산 업체도 임원 명의로 농지를 사들인 뒤에 취득가의 3배 가격으로 수백 명에게 쪼개 판 것으로 조사됐다.
새로 개발되는 지역의 주택이나 토지를 사들인 뒤에 팔지 않고 버티는 알박기 수법으로 시행사로부터 거액의 명도비 등을 뜯어내고 세금을 탈루한 혐의자 23명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B 씨는 한 업체가 부동산 개발을 위해 토지 매입에 나섰다는 소식을 듣고 사촌동생이 보유한 땅을 수천만 원에 매입했다. 그는 이 땅을 이용해 부동산 개발을 계속 지연시켰고 업체는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매입가의 150배에 이르는 가격에 이 땅을 사들이기로 했다. B 씨는 세무당국에는 이 토지를 수억 원에 판 것으로 신고하고 나머지 수십억 원은 용역비로 받는 식으로 양도소득세까지 탈루하려다 적발됐다.
재개발 지역의 무허가 건물에 투기하면서 양도 차익을 신고하지 않은 투기 혐의자 32명도 이번에 꼬리를 잡혔다. 무허가 건물은 등기가 되지 않아 거래 현황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을 악용해 세금을 회피한 사례다. 안덕수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은퇴 계층의 노후 자금을 노리는 기획부동산 사기 등의 부동산 탈세 행위를 지속적으로 조사해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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