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거래소 “시세 부당 영향준 외국계IB 제재”… 해외 금융사들 반발

박상준 기자

입력 2022-11-23 03:00 수정 2022-11-2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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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주가변동 위험 안알려”
해외 투자협회 “관행적 거래”
MSCI지수 편입에 악재 가능성
시장감시위, 내달 제재여부 확정



한국거래소가 주식 대량 매매로 인한 주가 변동 위험을 투자자들에게 사전 경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2곳에 제재금 부과를 추진하다 외국의 투자기관협회로부터 항의 서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서한은 해당 거래가 외국인의 한국 주식 투자를 돕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통합계좌(옴니버스 어카운트)를 이용해 관행적으로 해온 것인데도 거래소가 이를 이상거래로 단정해 글로벌 투자자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해당 협회 측은 거래소의 이번 조치를 세계 최대 지수 산출 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도 알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노리고 있는 한국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최근 외국계 증권사인 모건스탠리와 CLSA에 각각 1억4000만 원, 7000만 원의 회원제재금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지난주 이에 대해 1차 회의를 열었으며 다음 달 제재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거래소는 지난해 5월 말 MSCI 신흥국 지수의 리밸런싱(rebalancing·지수 구성 변경) 때 대량 거래로 인해 주가 변동성이 커졌는데도 해당 증권사들이 자산운용사 등 고객사에 경고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리밸런싱은 MSCI 등 지수 산출 기관들이 지수에 새로 편입되거나 빠지는 종목을 정하는 것으로, 그때마다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펀드들의 대량 매매가 발생해 관련 종목의 주가가 출렁이게 된다. 거래소는 당시 두 증권사를 통한 대량 거래가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줬는데도 이를 투자자들에게 경고하지 않는 등 시장감시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 해당 증권사가 단일 외국인 계좌인 통합계좌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특정 종목의 거래 물량이 한 계좌에만 지나치게 집중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나 거래소의 제재 추진 사실이 알려지자 블랙록, 피델리티, 골드만삭스 등 165곳의 글로벌 투자은행과 자산운용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아시아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ASIFMA)는 지난달 한국거래소에 공문을 보내 정식으로 항의했다. ASIFMA는 공문에서 “MSCI의 리밸런싱이 일어나는 날에는 주가 변동이 커질 수밖에 없고 지금까지도 그래왔다”면서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 대한 제재는 전 세계 투자자들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ASIFMA 측은 또 증권사들이 사용한 통합계좌 역시 한국 금융당국이 도입한 합법적인 제도라고 항변했다. 실제로 2016년 금융당국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 거래를 쉽게 하기 위해 여러 투자자의 매매를 통합해 하나의 계좌에서 주문과 결제를 할 수 있는 통합계좌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특히 ASIFMA는 “이 상황을 MSCI와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에도 공유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한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가의 정상적인 거래 관행을 막는다고 주장하면서 여전히 외국인에게 적대적인 투자 환경을 갖고 있음을 국제적으로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 자금 유입과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오랫동안 추진해 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갈등이 계속 비화할 경우 선진국 지수 편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장감시위원회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주장하는) 거래 관행에 대해 이해는 하고 있다”며 “아직 제재 여부나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고, 드문 유형의 사안이라 추가 검토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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