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 고집하던 글로벌 ‘큰 손’, 증시 약세 직격탄

박민우 기자

입력 2022-09-29 22:00:00 수정 2022-09-29 2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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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글로벌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세계 각국의 국부펀드와 연기금 등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주식, 채권 등 이른바 ‘전통적인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여 왔던 글로벌 ‘큰 손’들이 최악의 실적을 내고 있다.

손실 규모가 커지면서 10년 넘게 전 세계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던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중국에 밀려 2위로 내려갔다. 올 상반기(1~6월) 10%가 넘는 손실을 낸 한국 역시 수익률 지키기에 비상이 걸렸다.

● 손실 눈덩이 노르웨이, 中에 1위 내줘
29일 국부펀드 및 연기금 분석기관인 글로벌 SWF와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부펀드인 노르웨이투자관리청(NBIM)은 올 상반기에 ―14.4%의 수익률을 냈다. 반기 기준 역대 최악의 성적으로 손실 규모는 1조6800억 크로네(약 223조6000억 원)에 달했다. 니콜라이 탕엔 NBIM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긴축으로 인해 금융시장의 어려운 환경은 몇 년 더 지속될 것”이라며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했다.

증시 호조로 작년에 큰 재미를 봤던 다른 국가들의 국부펀드와 연기금도 올해에는 수익률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은 올 상반기 ―11.9%, 뉴질랜드 슈퍼펀드(NZ Super Fund)는 ―10.7%의 수익률을 각각 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GPIF) 역시 ―3%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 했다.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낸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손실이 누적되면서 운용 자산 1위 자리도 중국에 내줬다. 9월 기준 중국투자공사(CIC)의 운용자산은 1조3030억 달러(약 1875조3000억 원)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2년 넘게 1위를 지켰던 NBIM(1조1800억 달러)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NBIM의 실적 부진은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NBIM은 주식(68.5%)과 채권(28.3%) 등 전통 자산에 대부분을 투자하고 부동산 등 대체자산 투자 비중은 3% 수준에 불과하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올해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는 이례적인 상황에서 대체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은 NBIM은 손실이 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CIC는 올해 상반기 수익률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대체투자 자산 비중이 25%로 높아 상대적으로 손실이 크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CIC는 2019년 17.4%, 2020년 14.1%, 2021년 20.7%(추정치) 등 최근 3년간 두 자릿수 수익률을 보였다.

● 한국도 인력난에 수익률 비상
한국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도 올해 상반기 수익률이 ―13.8%로 NBIM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진승호 KIC 사장은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올해 8월 말 현재 284억 달러(약 40조8000억 원)의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KIC의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의 투자 수익률은 ―16.9%까지 떨어졌다. 전체 자산의 약 17%를 차지하는 대체자산 투자에서는 소폭 수익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도 같은 기간 수익률이 ―8.0%로 부진했지만 대체투자는 7.25% 수익을 냈다.

KIC는 2025년까지 대체자산 투자 비중을 25%까지 확대할 계획이지만 난이도가 높은 대체투자를 전담할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KIC에서는 지난해 18명이 퇴사했는데 그 가운데 11명이 대체투자본부 소속이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국부펀드와 연기금이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지만 전문성은 상당히 취약하다”며 “해외나 민간으로 전문 인력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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