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재 양성, 학부생 늘리기보다 교수 확보가 시급”[인사이드&인사이트]

동아일보

입력 2022-07-05 03:00:00 수정 2022-07-05 17: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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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인력 확보 어떻게…
韓, 메모리-파운드리 세계 최고… 美-日추격으로 따라잡힐 판
장비-소재 관련 인력 시급한데, 현실은 설계 인력 양성에 쏠려
업체간 우수인재 확보 쟁탈전… 기업들, 석박사급 인원 요구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재료공학부)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직접 강조하고 있다. 주무 부처가 돼야 할 교육부에 적극적으로 일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국회도 초당적 차원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지금은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력을 적시에 양성할 수 있는 전략 수립에 집중해야 할 시기다.

한국은 메모리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반도체칩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반도체 시장(약 700조 원)의 20%를 차지한다. 특히 한국은 메모리칩 제조 분야 경쟁력이 높다. 그러나 최근엔 미국 마이크론이나 일본 키옥시아 등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기술 집약적인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최신 기술 개발에서 뒤처지면 수년 사이 경쟁력을 상실한다. 최신 기술의 개발은 우수 인력이 담당하므로 이 문제는 어떻게 반도체 분야에서 우수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제조 관련 고급 인력 필요
먼저 인력 수요의 측면에서 고급 인력이 필요하다. 반도체 소자 관련 대기업부터 중소 중견 소재기업, 설계 회사에 이르기까지 공통된 요구는 석박사급 고급 인력을 공급해 달라는 것이다. 2021년 국내 반도체 관련 산업의 총 매출은 약 280조 원인데 이 중 240조 원 정도가 칩 제조와 관련됐고, 설계 관련 매출은 10조 원 이하에 그쳤다.

따라서 국내 대학에서 공급해야 하는 인력의 중심은 제조 관련 장비와 소재 분야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시스템반도체 육성’이란 구호 때문에 설계 인력 양성에 지나치게 비중이 쏠려 있다.

특히 시스템반도체 육성 측면에서 파운드리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강조하다 보니 가뜩이나 부족한 소자, 공정 인력이 더욱 부족한 현상이 나타난다. 경쟁국 대비 압도적이었던 메모리 분야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데는 이러한 가용 인력의 분산 현상에도 원인이 있다.

반도체 산업 전체에 전문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보니 소재 장비 업계에서는 훈련된 인력이 상위 업체로 연쇄 이동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에선 법적 분쟁까지 일어나고 있다. 최근 국내에 대규모 연구센터를 연 램리서치 같은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장비회사들 역시 삼성, SK하이닉스 등 고객사 서비스 강화와 함께 국내 우수 인력 확보를 노리고 있다.
○학부 정원 확대로는 한계

장상윤 교육부 차관을 팀장으로 한 범부처 차원의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양성 특별팀’은 그동안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묶여 있던 수도권 대학의 학부 정원을 확대해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얻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지방대 반발과 국토 균형 발전 관점에서 역행하는 문제 등으로 추진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정작 기업이 요구하는 인력은 석박사급 전문 인력이기 때문이다.

물론 학부생이 증가하면 관련 분야의 대학원생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효용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학부생 수를 늘려도 교수가 없으면 강의를 들을 수 없어 지금보다 나은 교육이 이뤄질 수 없기에 교수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

이는 최근 많이 논의되는 계약학과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문제다. 계약학과는 입학 정원을 늘릴 수 없는 수도권 대학이 반도체 등 첨단 분야 학생을 정원 외로 선발하기 위한 방법으로 많이 활용돼 왔다. 하지만 계약학과는 존속 기간이 정해져 있어 대학 입장에서는 교수를 선발하기 쉽지 않다. 또 교수를 뽑는다고 해도 우수한 교수를 선발하기 어렵다. 이런 문제 외에 계약학과의 경우 신규 학과 설립에 따른 직원 선발, 강의실 등 부대시설 확보에 드는 부담이 있다. 첨단 분야가 모두 계약학과를 설립할 경우 대학 교육 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정원을 확대하지 않고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는 방안 중 하나로 공유대학도 거론된다. 공유대학 형태로 여러 대학이 강의를 공유하면 교수와 시설 부족 등의 제한 없이도 관련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건 대안이 될 수 없다. 강의는 교수와 학생이 직접적으로 접촉하고 질의와 응답이 오가며 이뤄져야 효과가 있다. 특히 학생들의 지적 수준과 배경 지식이 일치해야 밀도 높은 강의가 된다. 서로 다른 수준의 학생들에게는 아무리 좋은 강의를 제공해도 효과가 미미하다. 특히 반도체는 클린룸에서 실습 교육을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건 공유 강의로는 불가능하다.

기업과 대학이 ‘반도체 트랙’을 만들어 이수한 학생에게 수료증을 주는 방안 역시 정원을 확대하지 않는 대안으로 논의 중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 방법 역시 미봉책이라고 판단한다. 이러한 형태의 교육은 현업에서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우수 교수 확보가 필수

반도체 분야의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반도체를 가르칠 교수를 늘리는 것이다. 현재 반도체를 가르칠 교수가 부족한 가장 큰 이유는 관련 분야 연구비 부족이다. 정확한 통계를 내기는 어려우나 2021년 전체 정부 연구비 약 25조 원 중 순수하게 대학의 반도체 연구에 지원된 금액은 500억 원 내외일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의 반도체 관련 대학교수가 400∼500명 정도라고 보면 교수 1인당 정부 연구비 지원이 1억 원 안팎에 그친다는 의미다. 이는 대학원생 1명을 지도할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이다.

반도체 고급 인력을 양성하려면 상위권 대학의 반도체 관련 교수 수를 크게 늘려야 한다. 상위권 대학일수록 반도체 연구를 하는 교수들이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각 대학이 반도체 분야에 유리하지 않은 ‘QS랭킹’ 등의 평가체계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퇴직 임원이나 현직에 있는 전문가를 대학 겸임교수 등으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대학원에서 몇 시간 특강을 하는 정도는 모르겠지만 학기나 학년 단위로 체계적인 강의를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전문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학부와 대학원에 걸쳐 수년간의 교육을 체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이와 같은 미봉책을 동원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유념해야 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낙후된 대학의 실험 실습 시설의 현실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오랜 기간 훈련받은 교수가 필요하다. 이런 교수 인력을 단기간에 육성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대학에 지원되는 반도체 분야 연구비를 현재보다 3배 이상으로 늘려 나노 기술같이 반도체와 관련된 분야의 교수나 신진 교수들이 반도체를 연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교수가 늘어나면 반도체를 전공하는 학부, 대학원생이 자연스럽게 주어진 정원 이내에서도 늘어난다.

최근 교육부는 각 대학에 향후 반도체 교육과 연구에 필요한 학생 정원과 교수, 예산 등을 조사하고 있다. 다만 염려되는 건 그 조사가 너무 급하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지금 교수 정원을 확대해 주더라도 막상 선발할 수 있는 우수 교수가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좀 더 긴 기간에 걸쳐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재료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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