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發 부품쇼크 50일 넘어… 韓기업 피해 눈덩이

홍석호 기자

입력 2022-05-18 03:00:00 수정 2022-05-18 04: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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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봉쇄 푼다지만 부품수급 안갯속




3월 27일 중국 상하이 봉쇄 계획이 발표된 뒤 LG디스플레이 구매담당 부서에는 “부품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현지 협력사들의 다급한 연락이 잇따랐다. 상하이 소재 편광판 생산 업체는 “상하이시가 봉쇄를 예고해 공장 가동을 아예 중단해야 한다”고 알려왔다. 빛의 한 방향만 통과시키는 얇은 필름인 편광판은 액정표시장치(LCD)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 처음에는 4일, 길어야 2주로 예상됐던 봉쇄 조치는 기약 없이 연장됐다. 심지어 상하이와 인접한 쿤산시로 확장됐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2일 쿤산시 소재 협력사 두 곳에서 “봉쇄로 제품 출하가 이뤄지지 못해 공급이 힘들다”는 연락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디스플레이 핵심 부품인 인쇄회로기판(PCB)을 생산하는 업체들이다.

재고를 어느 정도 쌓아뒀지만 편광판과 PCB 모두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디스플레이 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부품들이다. 이렇게 공급에 차질이 생긴 상하이·쿤산 소재 업체가 10여 곳에 달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상반기(1∼6월) 계획했던 생산 물량 일부를 하반기(7∼12월)로 이월시켜야 했다.

LG디스플레이의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3%나 급락한 것도 중국발 부품 쇼크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상하이 봉쇄 조치 이전에도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따른 잦은 공장 가동 중단으로 부품 공급이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상하이 봉쇄 영향이 직접적으로 반영될 2분기(4∼6월) 실적은 더욱 악화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정부의 상하이 봉쇄 조치가 16일 꼭 50일이 됐다. 두 달 가까이 이어진 부품난으로 한국 기업들이 받는 타격도 점차 불어나고 있다. 상하이와 쿤산 소재 기업들은 시가 허가한 일부 공장만 부분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 진출했거나 현지 협력업체를 둔 기업들은 ‘언제, 어디서든 봉쇄 조치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경영 계획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상하이와 쿤산에는 특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모니터, 노트북 등을 생산하는 공장도 많다. 한국 기업 외의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제품 생산 및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이유다. 애플 모니터와 노트북(맥북)의 절반 이상을 위탁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진 콴타의 상하이 공장도 가동을 중단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4월에만 애플이 90만∼100만 대의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겼을 것으로 내다봤다. 델, HP, 레노버 등의 제품을 생산하는 컴팔 공장과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 공장도 봉쇄 지역인 쿤산에 있어 생산 차질 물량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IT 제품 제조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 삼성전기는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전자회로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전류 흐름을 조절하는 부품) 등을, LG이노텍은 애플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지 제조사들의 생산이 지연되면 부품사들의 납품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소기업은 상황이 더 열악하다. 경기도에서 화장품 제조업을 하는 A사는 상하이 봉쇄 이후 열악해진 물류 상황 탓에 중국에서 공급받는 원료가 짧게는 3주에서 길게는 한 달 이상씩 늦어지고 있다. 원료 공급이 더뎌진 만큼 생산에도 차질을 빚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회사인 탓에 대체 거래처를 찾을 엄두도 내기 힘든 상황이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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