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아파트 철거는 어떻게…부분? 전체? 의견 분분

뉴시스

입력 2022-01-13 11:33 수정 2022-01-1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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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를 찾기 힘든 신축 공사 중이던 아파트 구조물 붕괴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향후 건물 철거 여부와 방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일부 철거와 전면 철거를 놓고 견해가 엇갈린다. 철거 범위는 정부의 정밀구조 안전진단이 끝나야 결정될 예정이다.

13일 광주시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공사 중이던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201동 아파트의 38층부터 23층까지 벽과 슬라브(철근콘크리트 구조의 바닥판)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광주시는 지난 12일 오전 공사 중단 명령을 내린 상태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짓고 있는 이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는 지난 2020년 3월 착공해 오는 11월 말 입주를 목표로 공사 중이었다. 단지는 전체 8개동 지하 4층, 지상 최고 39층의 아파트 705가구와 오피스텔 142실 등 총 847가구로 지어질 예정이었다.

아직 이번 사고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아래층 콘크리트 양생이 안 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가 타설 작업을 벌이다 빚어진 사고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학계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를 거쳐 2개월 후 사고원인 등 조사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아파트 외벽과 슬라브 일부가 무너져 내린 만큼 어떤 식으로든 철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무너진 201동 23~28층을 부분 철거한 후 재시공 하는 방안, 201동 전체를 철거하는 방안, 단지 전체를 철거하는 방안 등 3개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일단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는 가운데 정밀구조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철거 범위와 방식이 결정될 예정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사고 현장 브리핑을 통해 “확실한 안전성 확보 없이는 공사가 재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건물 전면 철거 후 재시공까지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학계에서는 붕괴된 상층부가 다른 구조물에도 충격을 줘 점진적으로 변형이나 균열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최소한 사고가 난 동 전체를 전부 철거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한 쪽이 없어진 불균형 상태가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힘이 다른 쪽으로 쏠리게 되고 기둥이나 기초가 불균형적인 힘을 받게 돼 안정성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며 “힘의 균형을 잃은 구조물은 전체를 다 철거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조창근 조선대 건축공학과 교수도 “콘크리트 구조물은 단순히 부서진 곳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의 변형과 균열이 일어날 수 있어 이것을 보수해서 사용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철거하고 재시공하는 쪽이 바람직하고 안전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하부구조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전제로 사고가 난 상층부만 철거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소속 최명기 동신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안전진단을 통해 하부구조까지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하부구조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판단될 때는 하부는 놔두고 상부 일부만 철거할 가능성이 있다. 상부는 그대로 놔둘 것인지 거기에 새로 아파트를 올릴 것인지는 그 다음에 판단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201동을 다 철거하거나 사고가 난 상층부만 철거하는 방안 2가지가 유력한 시나리오인데 타격을 받은 상층부만 걷어내는 식으로 철거가 이뤄질 수 있다”며 “국토부와 광주시 결정에 따라 운명이 결정될 텐데 입주 예정자들의 불안이나 사회적 여론도 반영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입주 예정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며 다른 동까지 전면 철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른 동도 사고가 난 동과 설계와 공정이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 만큼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입주자 모임 대표 측은 전체 동에 대한 철거 후 재시공을 요구하는 공문을 시공사와 시행사에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에서는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에는 단지 전부 철거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번 사고로 시공사인 HDC현산은 상당한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될 전망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사고로 입주가 예정보다 1년 이상 늦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HDC현산은 수분양자들에게 입주지연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철거하는데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사고가 난 1개 동을 철거하는 데 3000억원 가량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철거 비용에서 많이 차지하는 게 콘크리트와 철근 등 철거 잔해물들”이라며 “철거하는 건물의 부피에 따라 비용도 달라질 텐데 3000억원 가량 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철거하는 비용과 다시 짓는 비용, 입주 지연배상금, 다른 공사장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등 모든 비용을 다 합쳤을 때 1조원 가까이 패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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