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판매-무노조 ‘車산업 실험’ 시동 걸렸다

이건혁 기자

입력 2021-09-15 03:00 수정 2021-09-15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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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모터스 첫 작품 ‘캐스퍼’ 출시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생산한 경형 SUV 캐스퍼의 사전예약이 시작됐다. 온라인으로만 판매되는 캐스퍼는 첫날 예약판매 사이트가 마비되고 문재인 대통령도 사전 예약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현대자동차 제공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 사업으로 설립된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의 첫 생산 차량인 현대자동차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가 14일 가격과 주요 사양 등을 공개하며 사전예약에 나섰다. 국내 브랜드 중에서는 처음으로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한 D2C(온라인 직접 구매) 방식으로만 판매된다.

이날 사전예약이 시작되자마자 홈페이지가 한때 멈춰 설 정도로 소비자들이 몰렸다. 4월 GGM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사전예약 신청 첫날 직접 인터넷으로 캐스퍼를 사전예약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구매하는 것으로 퇴임 뒤에도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캐스퍼는 현대차와 광주시 등이 출자한 GGM에서 위탁 생산하는 차다. GGM은 직원 연봉을 완성차 업계의 절반 이하로 낮추되 지방자치단체가 의료, 교육 등 복지 혜택을 제공해 실질소득을 보장하는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 1호로 2019년 설립됐다. 2020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의 협약 파기 선언에 위기를 맞기도 했고, 최근에는 온라인 판매를 놓고 현대차 노조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GGM은 노조 대신 상생협의회를 설치하고 누적 생산 35만 대를 달성할 때까지 파업을 하지 않는 ‘무노조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20, 30대 중심인 근로자들은 시급제를 적용해 현대차나 기아 정규직의 약 40%인 연 3500만 원을 받고, 판매량이 늘어나면 향후 성과급을 받기로 했다. 이 때문에 자동차 업계는 캐스퍼의 흥행 여부가 국내 자동차 업계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에 출시된 캐스퍼는 현대차 브랜드로는 2002년 아토즈 단종 이후 19년 만에 나온 배기량 1000cc 이하 경차다. 소비자들은 캐스퍼 사전예약 홈페이지(casper.hyundai.com)를 통해 가격과 옵션, 주요 사양을 확인할 수 있다. 예약금은 10만 원이며, 29일 판매가 시작된 뒤 6일 이내에 정식 계약으로 전환하면 구매가 완료된다. 현대차는 13일까지 사전예약 개시 알림 신청자 13만6000명을 포함 총 70만 명이 캐스퍼 홈페이지를 찾았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캐스퍼에 최고 수준의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을 적용해 운전 편의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캐스퍼의 전 모델에는 전방 충돌방지 시스템, 차로 이탈방지 및 차로 유지 보조시스템, 전방차량 출발 알림 등이 탑재됐다. 7개의 에어백이 장착돼 안전성도 높였다. 현대차는 “경형 차량 중 국내 최초로 ADAS를 기본화한 차량”이라고 소개했다.

본모델인 스마트는 1385만 원이며 모던은 1590만 원, 인스퍼레이션은 1870만 원이다. 같은 경차인 쉐보레 스파크가 977만 원, 기아 모닝과 레이의 최저가가 각각 1205만 원, 1275만 원인 것에 비하면 다소 비싸다는 평가도 나온다.

캐스퍼의 등장으로 경차가 다시 주목받을지도 관심이다. 캐스퍼는 소비자가 선호하는 SUV 차량인 동시에 취득세 감면, 유료도로 통행료 50% 할인, 공영주차장 이용요금 할인 등 경차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근 큰 차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경향을 감안하면 높아진 관심이 실제 구매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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