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강행땐 文정부 예타면제 100조 넘긴다

박민우 기자

입력 2020-11-26 03:00:00 수정 2020-11-26 10: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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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88조… 가덕도 10조 예상
與, 대구-광주 공항도 면제 추진… MB-朴정부 합친 것보다 많아
선거 앞두고 ‘토건 표퓰리즘’ 비판
정의당 “4대강-공항, 뭐가 다른가”



더불어민주당이 약 10조 원 규모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발의하기로 하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조성된 예타 면제 사업 규모가 1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정부 가운데 처음으로 예타 면제 사업 규모가 100조 원을 넘어서는 것. 민주당이 ‘토건 경제’라고 비판해온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예타 면제 사업을 모두 합친 것을 상회하는 규모다. 특히 내년 보궐선거와 차기 대선을 앞두고 ‘국가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예타 면제 사업이 크게 늘어난 것이어서 일각에선 국책사업에서도 ‘내로남불’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예타 면제 100조 원 시대 여는 文정부

민주당은 25일 의원 130여 명의 서명을 받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안’을 26일 발의한다고 밝혔다. 10조 원가량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동남권 신공항을 부산 가덕도에 짓기 위해 예타 면제 등 신속한 건설을 지원하고 신공항을 운영·관리할 ‘가덕공항공사’(가칭)를 설립한다는 내용이 담긴다.


이와 별개로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에 이어 대구, 광주 지역 군 공항 이전에 대해서도 국비 지원과 함께 예타를 면제하는 내용의 특별법 추진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대구 군 공항 이전에 7조 원 안팎, 광주 군 공항 이전에 5조 원 안팎의 사업비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예타 면제 사업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예타 면제 사업 규모는 88조1396억 원으로 가덕도 등 공항 사업 예타 면제가 이뤄지면 총액은 110조 원을 넘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이명박 정부에서 이뤄진 예타 면제 사업이 60조3000억 원, 박근혜 정부 23조6000억 원을 넘어선 역대 최대치다.

예타는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에 대해 미리 타당성을 따지는 제도로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처음 도입됐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은 예타를 받아야 한다. 다만 지역균형발전이나 긴급한 경제 대응 등을 위해 필요한 사업은 예타를 면제받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예타 면제 사업 규모는 꾸준히 불어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예타 대상 사업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2조9000억 원이었던 예타 면제 사업 규모는 2019년 36조 원, 2020년 21조6000억 원이었다. 용 의원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이 예타 면제가 된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 내가 하면 ‘균형발전’, 남이 하면 ‘토건정치’

문재인 정부 들어 예타 면제 사업이 급증한 것은 2019년 ‘국가균형발전’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부터다. 2019년 1월 문 대통령이 지역별 예타 면제 사업 발굴을 지시하자 기재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한 사업 32건 가운데 23건(24조1000억 원 규모)에 대한 예타를 일괄 면제했다. 여권 관계자는 “2018년 6월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이 대거 선출되면서 예타 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선거철을 앞두고 가덕도 신공항 등 대규모 국책 사업의 예타 면제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 ‘토건 표(票)퓰리즘’이란 비판도 나온다. 출범 초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비판하며 ‘대규모 토목 SOC 투자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던 것과 달리 지역 민심을 잡기 위해 예타 면제를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 장태수 대변인은 이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대해 “땅을 뒤집어엎어 4대강을 만들었던 토건정치가 하늘을 뒤집어엎어 공항을 만드는 토건정치와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다”고 했다.

당정은 국가재정법을 개정해 아예 예타 면제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국회는 토건사업 예타 무력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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