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성능’ 검사도 기준도 없는 첨단 운전보조 기능
서형석 기자
입력 2020-10-23 03:00 수정 2020-10-23 03:00
전방충돌 경고-차로이탈 방지 등 초기 자율주행 기능 장착 車 늘어도
센서-SW 기준 제작사마다 제각각… 차량 정기검사 대상에도 포함 안돼
오류-결함 민원 급증해도 속수무책… 日은 정비 이어 내년 성능기준 마련
회사원 S 씨는 최근 차선유지기능 등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장착된 테슬라 모델S를 운전하다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현재 속도와 주변 차량 인식 등을 알려주는 계기판 디스플레이가 먹통이 되더니 갑자기 운전보조 기능이 사라진 것이다. 차량 내 센서와 소프트웨어가 주변 상황을 감지하고 운전자에게 위험 상황을 알려주는 ADAS는 자율주행차의 대표적인 초기 기술이다. S 씨는 “요즘 나오는 웬만한 신차에는 ADAS가 장착돼 있는데 안전과 직결된 기능임에도 신뢰감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ADAS 장착 차량이 늘어나면서 결함을 호소하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실에 따르면 ADAS의 안전 관련 민원은 지난해 143건에서 올해 305건(1∼9월)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국내에는 ADAS 제조 시 안전성과 성능에 대한 기준도 없고 사후 검사에 대한 규정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에서는 신차 판매를 위해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안전기준에 적합하다는 걸 차량 제작사 스스로 ‘자기 인증’한 후 출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조향과 제동처럼 전통적인 차량 기능에만 해당할 뿐 ADAS의 센서나 소프트웨어 같은 신기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ADAS 센서와 소프트웨어에 대해 정부가 만든 안전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야 확보가 어려운 악천후 때의 센서 감지 능력, 교차로나 횡단보도에서의 맞은편 사람과 물체의 감지 범위 등에 대해 제작사마다 모두 다른 것이다. 신차 출고 후 4년째 되는 해부터 2년마다 받아야 하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 정기검사에서도 ADAS 관련 안전 평가는 없다. ADAS와 관련해 통일된 안전기준이 없다 보니 ADAS의 성능이 제각각이고, 오류로 인해 사고가 나더라도 완성차 제조사에 과실을 묻기 힘들다.
이 때문에 자율주행의 초기 기술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ADAS의 통일된 안전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일본은 올해 4월 자동차 ADAS의 오류 및 결함 확인을 객관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자동차 특정 정비 제도’를 도입했다. 우선 정비소의 ADAS 정비 시설 기준이 확정됐고, 내년 10월에는 ADAS 기능별 성능 기준을 확정해 시행할 계획이다. 반면 한국은 자동차 검사 주체인 한국교통안전공단이 2022년 이후에야 ADAS 검사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 안전 전문가는 “ADAS에 의존하는 운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검사 능력과 기준이 없는 건 국내 도로가 완성차 회사들의 ‘기술 시험주행장’이 된다는 의미”라며 조속한 대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문 의원은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인 자율주행의 기초가 되는 ADAS조차 안전성 검증에 대해선 아직 미진하다”며 “향후 자율주행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소프트웨어와 센서 등의 성능과 안전성 검증 기준 및 관련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센서-SW 기준 제작사마다 제각각… 차량 정기검사 대상에도 포함 안돼
오류-결함 민원 급증해도 속수무책… 日은 정비 이어 내년 성능기준 마련
회사원 S 씨는 최근 차선유지기능 등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장착된 테슬라 모델S를 운전하다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현재 속도와 주변 차량 인식 등을 알려주는 계기판 디스플레이가 먹통이 되더니 갑자기 운전보조 기능이 사라진 것이다. 차량 내 센서와 소프트웨어가 주변 상황을 감지하고 운전자에게 위험 상황을 알려주는 ADAS는 자율주행차의 대표적인 초기 기술이다. S 씨는 “요즘 나오는 웬만한 신차에는 ADAS가 장착돼 있는데 안전과 직결된 기능임에도 신뢰감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ADAS 장착 차량이 늘어나면서 결함을 호소하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실에 따르면 ADAS의 안전 관련 민원은 지난해 143건에서 올해 305건(1∼9월)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국내에는 ADAS 제조 시 안전성과 성능에 대한 기준도 없고 사후 검사에 대한 규정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에서는 신차 판매를 위해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안전기준에 적합하다는 걸 차량 제작사 스스로 ‘자기 인증’한 후 출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조향과 제동처럼 전통적인 차량 기능에만 해당할 뿐 ADAS의 센서나 소프트웨어 같은 신기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ADAS 센서와 소프트웨어에 대해 정부가 만든 안전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야 확보가 어려운 악천후 때의 센서 감지 능력, 교차로나 횡단보도에서의 맞은편 사람과 물체의 감지 범위 등에 대해 제작사마다 모두 다른 것이다. 신차 출고 후 4년째 되는 해부터 2년마다 받아야 하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 정기검사에서도 ADAS 관련 안전 평가는 없다. ADAS와 관련해 통일된 안전기준이 없다 보니 ADAS의 성능이 제각각이고, 오류로 인해 사고가 나더라도 완성차 제조사에 과실을 묻기 힘들다.
이 때문에 자율주행의 초기 기술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ADAS의 통일된 안전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일본은 올해 4월 자동차 ADAS의 오류 및 결함 확인을 객관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자동차 특정 정비 제도’를 도입했다. 우선 정비소의 ADAS 정비 시설 기준이 확정됐고, 내년 10월에는 ADAS 기능별 성능 기준을 확정해 시행할 계획이다. 반면 한국은 자동차 검사 주체인 한국교통안전공단이 2022년 이후에야 ADAS 검사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 안전 전문가는 “ADAS에 의존하는 운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검사 능력과 기준이 없는 건 국내 도로가 완성차 회사들의 ‘기술 시험주행장’이 된다는 의미”라며 조속한 대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문 의원은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인 자율주행의 기초가 되는 ADAS조차 안전성 검증에 대해선 아직 미진하다”며 “향후 자율주행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소프트웨어와 센서 등의 성능과 안전성 검증 기준 및 관련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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