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만에 돌연 사임…LS家 3세 구본혁 ‘CEO 1년 유예’ 왜?

뉴시스

입력 2020-01-23 13:33 수정 2020-01-2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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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반납하고 미래사업본부장 맡기로

LS그룹 오너가 3세 중 처음으로 계열사 대표이사(CEO)에 오른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부사장이 열흘 만에 자진 사임한 것으로 전해지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일 예스코홀딩스는 구본혁 부사장에서 구자철 예스코그룹 회장으로 대표이사가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앞서 예스코홀딩스는 지난 2일 구본혁 부사장이 1일 부로 새로운 대표이사에 오른다고 공시한 바 있다. 그러나 구 부사장이 당장 CEO를 맡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며 스스로 ‘경영 수업’을 더 받으려 자진 사임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1977년생인 구 부사장은 40대 초반의 나이에 CEO에 오른 것은 물론, LS그룹 3세 중 처음으로 계열사 CEO를 맡아 주목받았다. 구본혁 부사장은 고(故)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남이다. 구 부사장은 국민대 국제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LA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마친 뒤 2003년 LS전선에 입사했다. 이후 ㈜LS 경영기획팀, LS니꼬동제련 지원본부장, 사업본부장 등을 맡으며 경영 수업을 해왔다. 지난 2018년에는 예스코홀딩스의 비상근 등기 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구 부사장은 회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켰다는 평을 받으며 지난해 11월25일 이사회 결의를 거쳐 지난 1일부로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러나 지주회사 전환 3년 차인 예스코홀딩스의 과도기적 상황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사의를 표한 구 부사장 일단 1년 간은 ‘미래사업본부장’을 맡아 신사업 추진에 나설 전망이다. 예스코그룹 내부적으로는 1년 뒤 이변이 없는 이상 구 부사장을 다시 CEO로 추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구 부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이후 열흘 만에 자진 사임한 이유에 대한 관심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외적으로 ‘경영 수업’이 더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이사회 의결 전에 ‘아직은 이르다’는 의사를 충분히 밝힐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굳이 대표이사에 오른 이후 결정을 번복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배경에 내부적 잡음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마저 나왔다.

다만 회사 측은 “추천을 받아 대표이사에 오르긴 했지만 구 부사장 본인은 계속 고민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아직은 예스코그룹이 놓인 경영환경 등이 기존에 경영하던 구자철 회장이 하는 게 맡고, 본인은 미래 사업을 맡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라고 설명했다. LS그룹이 사이 좋은 ‘사촌 경영’ 전통을 이어온 만큼, 별다른 ‘내막’은 없다는 입장이다.

LS그룹에서 도시가스 사업을 영위하는 예스코는 지난 2018년 4월 도시가스 부문을 물적분할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현재 예스코그룹은 지주사 예스코홀딩스 밑에 예스코, 예스코컨설팅, 예스코서비스, 예스코에너지, 예스코이에스 등 자회사를 두고 있다.

예스코그룹은 수익 기반은 안정적이지만, 수익성 자체가 뛰어난 편은 아니다. 예스코홀딩스의 지난 2018년 연결기준 연매출은 1조954억원, 영업이익은 252억원이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7829억원, 영업이익은 146억원으로 4분기 실적 발표 전이지만 전년 대비 연간 매출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관측된다.

구 부사장이 새로 이끌게 되는 미래사업본부는 아직 출범 전이다. 구 부사장은 이곳에서 정체된 성장세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다만 이종사업에 도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LS 관계자는 “예스코는 도시가스업을 메인으로 하고 있는데, 에너지원이 다양해지고 업황 자체가 나빠지다보니 열병합 발전 등 신사업도 추진하고 있다”라며 “구본혁 부사장은 기존 산업 내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구상하고 추진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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