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통합법인 최대주주로… 삼성전자 지배력 높여
김지현기자 , 황태호기자
입력 2015-05-27 03:00 수정 2015-05-27 03:00
[삼성그룹 재편 가속]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이 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 발표를 기점으로 3세 승계를 위한 본격적인 그림 그리기에 들어갔다.
앞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간 합병 추진 건이나 삼성종합화학 삼성테크윈 등 일부 계열사의 외부 매각 건과 달리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이 걸려 있다는 점에서 지배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최근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선임된 것이 상징적 차원에서 삼성그룹 리더로서 위상을 인정받은 것이라면 이번 합병 조치는 실질적으로 지분구조상 리더로 올라서는 계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제까지 진행돼 온 모든 지배구조 재편 작업은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한편 제일모직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 핵심 계열사들을 모은다는 큰 방향성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수뇌부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쓰러지기 1년여 전인 2012년 이미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이런 방향성에 대해 이 회장의 재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 제일모직을 통한 지배력 강화
이 회장의 공백이 예상보다 길어짐에 따라 삼성은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에 가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해외 기관투자가 및 금융권 등 기업 간 거래(B2B) 파트너들로부터 경영권 안정에 대한 요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부회장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0.57%밖에 갖고 있지 않다는 점. 이 때문에 삼성전자 등기이사 자리에 당장 올라서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지분 23.24%)로 있는 제일모직을 중심으로 경영권 강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제일모직은 현재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형태로 삼성그룹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계열사이기도 하다.
삼성그룹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이 부회장에게 실질적인 그룹 리더로서 힘을 실어주고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고 나갈 수 있도록 경영권을 확보해 주는 차원”이라며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경영권 강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의 합병법인 지분은 합병비율(1 대 0.35)에 따라 종전에 갖고 있던 제일모직 지분보다 7%포인트가량 적은 16.5%로 줄어든다. 하지만 핵심은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 4.1%와 삼성SDS 지분 17.1%를 간접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제일모직은 종전에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7.21%에 더해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도 추가로 확보함으로써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권을 공고히 하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의 결과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의존도도 줄일 수 있게 됐다”며 “그동안 삼성생명을 통한 삼성전자 지배가 늘 ‘리스크’ 요인이었지만 삼성물산을 통한 지배 라인을 하나 더 추가함으로써 삼성생명-삼성전자 고리에 대한 부담감을 일정 부분 덜어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 날개 단 바이오 사업
이번 합병은 사업적 측면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크다. 특히 합병법인은 앞으로 삼성그룹의 대표적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 사업을 도맡아 하게 된다. 두 회사는 2011년 바이오 사업 출범에 함께 참여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은 제일모직이 46.3%, 삼성물산이 4.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에 공장라인을 짓고 신약 개발에 투자해 온 덕에 최근 수주가 빠르게 늘고 있어 본격적으로 매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합병으로 충분한 자금력을 확보한 만큼 앞으로 바이오소재 사업 등 인접 신사업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가능성도 생겼다”고 전했다.
두 회사가 건설부문 등 중복되는 사업은 합쳐 정리하는 한편 서로의 강점을 활용해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번 합병을 통해 두 회사의 핵심 사업인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등의 글로벌 경쟁력과 시너지가 강화되면서 합병회사의 매출은 2014년 34조 원에서 2020년 60조 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일모직은 삼성물산이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활용해 패션 사업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1938년 설립된 삼성물산은 1975년부터 해외영업을 주도해 현재 51개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해외에 나가 있는 인력만도 건설과 상사부문을 합쳐 5000명에 육박한다.
삼성물산도 이번 합병으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사업 다각화 기회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업적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는 이번 합병 결정에 대한 두 회사 사장들의 평가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은 “이번 합병은 글로벌 선도 회사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패션, 바이오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황태호 기자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이 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 발표를 기점으로 3세 승계를 위한 본격적인 그림 그리기에 들어갔다.
앞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간 합병 추진 건이나 삼성종합화학 삼성테크윈 등 일부 계열사의 외부 매각 건과 달리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이 걸려 있다는 점에서 지배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최근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선임된 것이 상징적 차원에서 삼성그룹 리더로서 위상을 인정받은 것이라면 이번 합병 조치는 실질적으로 지분구조상 리더로 올라서는 계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제까지 진행돼 온 모든 지배구조 재편 작업은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한편 제일모직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 핵심 계열사들을 모은다는 큰 방향성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수뇌부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쓰러지기 1년여 전인 2012년 이미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이런 방향성에 대해 이 회장의 재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 제일모직을 통한 지배력 강화
이 회장의 공백이 예상보다 길어짐에 따라 삼성은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에 가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해외 기관투자가 및 금융권 등 기업 간 거래(B2B) 파트너들로부터 경영권 안정에 대한 요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부회장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0.57%밖에 갖고 있지 않다는 점. 이 때문에 삼성전자 등기이사 자리에 당장 올라서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지분 23.24%)로 있는 제일모직을 중심으로 경영권 강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제일모직은 현재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형태로 삼성그룹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계열사이기도 하다.
삼성그룹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이 부회장에게 실질적인 그룹 리더로서 힘을 실어주고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고 나갈 수 있도록 경영권을 확보해 주는 차원”이라며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경영권 강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의 합병법인 지분은 합병비율(1 대 0.35)에 따라 종전에 갖고 있던 제일모직 지분보다 7%포인트가량 적은 16.5%로 줄어든다. 하지만 핵심은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 4.1%와 삼성SDS 지분 17.1%를 간접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제일모직은 종전에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7.21%에 더해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도 추가로 확보함으로써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권을 공고히 하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의 결과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의존도도 줄일 수 있게 됐다”며 “그동안 삼성생명을 통한 삼성전자 지배가 늘 ‘리스크’ 요인이었지만 삼성물산을 통한 지배 라인을 하나 더 추가함으로써 삼성생명-삼성전자 고리에 대한 부담감을 일정 부분 덜어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 날개 단 바이오 사업
이번 합병은 사업적 측면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크다. 특히 합병법인은 앞으로 삼성그룹의 대표적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 사업을 도맡아 하게 된다. 두 회사는 2011년 바이오 사업 출범에 함께 참여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은 제일모직이 46.3%, 삼성물산이 4.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에 공장라인을 짓고 신약 개발에 투자해 온 덕에 최근 수주가 빠르게 늘고 있어 본격적으로 매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합병으로 충분한 자금력을 확보한 만큼 앞으로 바이오소재 사업 등 인접 신사업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가능성도 생겼다”고 전했다.
두 회사가 건설부문 등 중복되는 사업은 합쳐 정리하는 한편 서로의 강점을 활용해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번 합병을 통해 두 회사의 핵심 사업인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등의 글로벌 경쟁력과 시너지가 강화되면서 합병회사의 매출은 2014년 34조 원에서 2020년 60조 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일모직은 삼성물산이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활용해 패션 사업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1938년 설립된 삼성물산은 1975년부터 해외영업을 주도해 현재 51개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해외에 나가 있는 인력만도 건설과 상사부문을 합쳐 5000명에 육박한다.
삼성물산도 이번 합병으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사업 다각화 기회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업적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는 이번 합병 결정에 대한 두 회사 사장들의 평가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은 “이번 합병은 글로벌 선도 회사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패션, 바이오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황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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