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커피-설탕 멀리한 45세 브레이디, 25세 때보다 더 빨리 달려

임보미 기자

입력 2022-08-27 03:00 수정 2022-08-27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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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나이를 거꾸로 먹는’ 현역 스포츠 스타들의 비결
철저한 자기관리 유명 브레이디… ‘염증 유발’ 음식 20년간 안먹어
웨이트 대신 요가-맨몸 근력운동
‘40세 현역 예약’ NBA 제임스… 몸관리에만 한해 20억씩 투자





《운동선수는 대개 20대에 전성기를 누린다. 이후로는 신체능력이 차츰 떨어진다.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이를 거슬러 20대와 맞서 이기는 ‘40대 클럽’이 있다. 때로는 ‘외계인’, 때로는 ‘전설’로 불리기도 하는 이들은 ‘별종’일까.》

나이 거꾸로 먹는 40대 스포츠 스타들


“필드 위에서 죽을 쑨다면(When I suck) 그때 은퇴하겠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 그럴 계획이 없다.”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역사상 최고 쿼터백으로 평가받는 톰 브레이디는 만 37세였던 2014년 ‘앞으로 얼마나 더 뛸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했다.

빈말이 아니었다. 브레이디는 탬파베이에서 뛴 지난 정규시즌에도 패스를 가장 많이(485번), 또 멀리(5316야드) 성공시키면서 터치다운도 가장 많이(43개) 이끌어낸 쿼터백이었다. 은퇴 번복 끝에 2022∼2023시즌에도 현역으로 뛰기로 한 브레이디가 9월 11일 시즌 첫 경기에서 선발로 나서면 NFL 쿼터백 최고령 선발 출전 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3일 브레이디의 45번째 생일을 맞아 그가 “흔치 않은 ‘45세 클럽’에 가입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7·미국), ‘체조 전설’ 옥사나 추소비티나(47·우즈베키스탄) 등을 이 클럽 회원으로 소개했다. 우즈는 2019년 마스터스 우승을 일궜고, 추소비티나는 자신의 9번째 올림픽이 될 2024 파리 대회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 자연을 거스르는 ‘인력’

브레이디는 23세였던 2000년 NFL 드래프트 체력 측정 검사(콤바인)에서 40야드(약 36.6m)를 5.28초에 뛰었다. 42세였던 2019년에는 이 기록을 5.17초로 줄였다. 20대보다 40대에 신체 능력이 더 좋아진 것이다.

엄격한 자기관리 덕분이다. 브레이디는 가공식품 글루탐산나트륨(MSG) 글루텐 설탕 알코올 옥수수 유전자변형식품(GMO) 유제품 커피 콩 트랜스지방 같은 스스로 몸에 염증을 일으킨다고 느끼는 음식 등을 20년 넘게 입에 대지 않고 있다. 브레이디는 “25세 때는 늘 아팠고 이렇게 오래 뛸 수 있을지 몰랐다. 아무거나 먹었다면 절대 지금까지 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와 2년 연장 계약을 하며 40세까지 현역 연장을 확정한 ‘킹’ 르브론 제임스(38)는 해마다 150만 달러(약 20억 원)가 넘는 돈을 몸에 투자한다. 고질적인 허리 통증에 시달렸던 제임스는 생물역학 전문가를 따로 고용해 자기 몸을 돌보고 있다. 집에도 고압산소 치료기를 비롯해 웬만한 프로 스포츠 구단에 맞먹는 운동 및 회복 시설을 갖춰 놓았다.

옛 동료 마크 밀러는 “다들 ‘그래도 돈을 너무 많이 쓰는 거 아니냐’고 했지만 제임스는 ‘그 돈을 투자한 덕에 더 오래, 더 큰돈을 벌 수 있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제임스가 연봉, 광고 및 후원 계약으로 벌어들이는 한 해 수입은 약 1억2700만 달러(약 1700억 원)로 투자 수익률이 8460%에 달한다.
○ 경기장에서는 ‘나이가 무색하게’, 훈련장에서는 ‘나이에 맞게’
대개 35세가 넘으면 근육량이 해마다 1%씩 줄어든다. 인대와 힘줄도 뻣뻣해지고 연골도 닳아 없어진다. 브레이디가 근육 파열 위험이 있는 고중량 웨이트 트레이닝을 멀리하는 이유다. 브레이디는 런지, 스쾃, 플랭크 같은 맨몸 운동으로 근력을 유지한다. 그리고 유연성 운동을 통해 몸에 쌓인 젖산을 없애는 데 신경을 많이 쓴다. 제임스는 근육 경련을 막기 위해 일주일에 세 번씩 요가를 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에도 이미 부상으로 왼쪽 무릎을 5차례, 허리를 5차례 수술받았던 우즈는 “어린 시절의 나에게 충고를 할 수 있다면 그렇게 많이 뛰지 말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즈는 전성기에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4마일(약 6.4km)씩 달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과도한 달리기가 무릎, 허리에 무리가 됐다. 젊었을 때는 공도 하루에 네다섯 시간은 기본으로 쳤지만 이제는 필드에 나서기 전 준비운동에만 최소 3시간을 쓴다. 마무리 운동에도 그에 못지않은 시간을 투자한다.

추소비티나 역시 주 40시간씩 훈련하는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면 훈련량이 절반도 안 된다. 그는 하루 약 세 시간씩 훈련을 하고 일요일은 쉰다. 체조 선수들은 10대 때부터 ‘피로 골절’을 안고 살기 때문에 골밀도, 근육량이 모두 떨어지는 추소비티나는 운동 강도는 줄이고 재활과 회복에 더 많은 노력을 쏟는다.
○ 유전자가 아니라 기다림에서 나온 돌연변이
워싱턴포스트(WP)는 대단한 유전자가 아니라 ‘간단한 습관’이 롱런하는 선수를 만든다고 분석했다.

미국프로야구(MLB) 뉴욕 양키스 등에서 퍼포먼스 코치로 근무한 다나 카바리아 트레이너는 “위대한 선수들은 지금 이 순간의 가치가 아닌 다 해냈을 때의 가치로 판단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키스의 ‘영원한 캡틴’ 데릭 지터(48)가 선수 시절 어느 도시에서 누구와 있든 시즌 중에는 늘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다는 일화를 전하며 “최고의 선수는 별종이 아니라 습관을 꾸준히 유지하는 이들”이라고 했다.

건강 컨설팅 업체 ‘AHP’의 선임 연구원이자 행동심리학자인 마이크 소피스 박사는 이런 선수들의 특징을 두고 “‘지연된 보상’을 기다릴 줄 아는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매일 내리는 작은 선택은 보상이 너무 작아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장수하는 선수들이 보여주는 경기력은 수개월, 수년 동안 작은 선택이 쌓인 결과물”이라고 했다. ‘사소한 선택’이 아니라 그 선택을 장기간 ‘반복’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MLB 무대를 떠나는 앨버트 푸홀스(42·세인트루이스)는 25일 현재 OPS(출루율+장타력) 0.881을 기록 중이다. 투고타저 등 리그 평균 득점 상황과 안방 구장이 투수 또는 타자 가운데 어느 쪽에 유리한지 등을 고려해 계산하는 OPS+는 150으로 통산 기록(146)보다 올해가 더 높다.

모두가 그의 ‘회춘’에 놀라워하지만 푸홀스는 “경기에 나가든 나가지 않든 난 매일 야구장에 나와 내 일을 할 것이다. 지난 22년간 그렇게 스윙을 날카롭게 다듬어 왔다. 재능을 받았으면 노력과 헌신을 더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 영영 피할 수는 없는 이별
운동선수에게 은퇴는 늦출 수는 있어도 피할 수는 없는 결말이다. 이달 들어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푸홀스는 MLB에서 역대 3명밖에 기록하지 못한 통산 700홈런 달성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그는 700홈런을 달성하지 못한다 해도 은퇴 번복은 없다고 말한다.

푸홀스는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다. (내가 MLB에 데뷔했던) 22년 전에 누가 ‘너는 홈런을 이렇게 많이 칠 거야’라고 말했다면 ‘미쳤냐’고 했을 것이다. 충분히 할 만큼 했다”고 말했다.

‘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41·미국) 역시 29일 개막하는 US오픈을 마지막으로 코트를 떠나기로 했다. 둘째 임신 계획을 은퇴의 주요 이유로 꼽은 윌리엄스는 “내가 남자였다면 아마 브레이디보다 더 오래 뛰었을 것”이라면서도 “2017년 호주오픈 때는 임신 2개월 상태로 우승하기도 했지만 이제 나는 41세다. 포기할 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윌리엄스는 2017년 호주오픈 우승으로 메이저 대회 23회 우승 기록을 세우면서 마거릿 코트(80·호주)가 보유한 역대 최다(24회) 우승 기록에 1회 차로 다가갔다. 그러나 출산 후 복귀한 뒤로는 우승하지 못했다. 윌리엄스는 “욕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만족할 수 있다. 우승 트로피를 늘리는 것과 행복한 가정 사이에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후자”라고 말했다.


영하에 신체 노출시켜 근육통 막고… 웨어러블 장비 활용해 휴식시간 모니터




최상의 몸상태 유지 돕는 ‘부하관리’ 첨단기술

나이 먹을수록 부하관리엔 유리
“필 미컬슨 최고령 메이저 우승은
완벽한 감정 통제 가능해진 덕”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영하 150도에 몸을 노출시켜 염증, 통증 등을 완화시키는 크라이오세러피 기기 안에 들어가 있다. 이 기기는 원래 프로 구단 훈련장에서나 볼 수 있었지만 이제 많은 선수, 유명 인사들이 집에 개인용 기기를 들여놓고 사용 중이다. 유튜브 화면 캡처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이 스포츠 세계에서 진리처럼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부하(load) 관리’에 실패한 선수는 절대 ‘전설’이 될 수 없는 세상이 열렸다. 부하 관리를 돕는 기술도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3차원(3D) 모션캡처 등의 기술로 선수들의 부상 징후를 파악하는 회사 P3(Peak Performance Project)의 마커스 엘리엇 창립자는 “선수들은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쏟는데 이건 분명 몸에 부담이 된다. 지나친 노력은 결국 장기 부상으로 이어진다. 가장 중요할 때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부하 관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호주의 캐터펄트스포츠가 만든 웨어러블 장비는 선수의 훈련 강도를 측정해 선수가 언제 휴식해야 하는지 모니터한다. 핀란드의 오메가웨이브는 심장, 뇌의 활동을 측정하는 장치로 자율, 중추 신경계의 피로도를 파악해 언제 훈련을 재개하면 좋은지 알려준다. 몸을 영하의 온도에 짧은 시간 노출시켜 염증과 근육통을 방지하는 크라이오세러피 기기는 가정용 한 대에 6500만 원(좌식)∼1억3000만 원(입식)에 달하지만 선수들은 물론이고 할리우드 스타들의 필수 ‘노화 방지’ 아이템이 된 지 오래다.

나이가 많으면 몸이 느끼는 부하가 높지만 부하 관리에는 오히려 이점이 있다. 오랜 경험으로 어떻게 하면 부상을 줄일 수 있는지, 몸 상태에 맞는 훈련 방법이 무엇인지 찾는 능력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심리적 압박감을 다루는 면에서는 나이는 오히려 자산이 된다. 패티 리조 미국 마이애미대 여자 골프부 감독은 “필 미컬슨(52) 같은 사람은 수천 번의 대회를 뛰면서 압박감 속에 플레이하는 법을 터득했다. 필처럼 관록 있는 선수들은 우승에 필요한 게 완벽한 스윙이 아니라 완벽한 감정과 마음의 통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컬슨은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면서 남자 골프 역사상 역대 최고령(만 50세 11개월 7일) 메이저 대회 챔피언 타이틀을 얻었다.

부하가 쌓여 부상이 된 경우에는 스포츠 의학이 선수 생명의 연장을 돕는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41·스위스)는 지난해 세 번째 무릎 관절경 수술(관절 재생)을 받았다. 40대에 들어선 페더러가 같은 부위에 연달아 수술을 받게 되자 ‘곧 은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하지만 페더러는 2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연습 코트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강한 포핸드 샷을 날리는 영상을 올려 무사 복귀를 예고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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