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왕보다 ‘흙수저 장보고’ 조명…뮤지컬 ‘부부 콤비’

이지훈 기자

입력 2022-08-23 13:32 수정 2022-08-2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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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화-허수현 부부의 뮤지컬 ‘오션스’





8세기 통일신라시대 한반도와 중국, 일본 간 해상무역을 주도한 ‘해상왕 장보고’는 천민 출신이었다. 골품제가 부여한 신분에 갇히지 않고 당나라로 건너간 장보고는 관직에 오르고 큰 돈을 벌어 고향인 통일신라로 돌아온다. 지금의 완도에 국제 무역항 청해진을 건설한 그는 천민 출신으로는 드물게 엄청난 부와 권력을 손에 넣었다. 장보고는 청해진에서만큼은 신분이 개인의 삶을 결정하는 악습을 좇지 않았다. 신분이 아닌 능력으로 인물을 발탁하는 정치를 펼친다.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어 바다의 영웅이 된 장보고를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오션스’가 다음달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오션스’는 뮤지컬 ‘프리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루드윅’ 등을 만든 추정화 연출가(50)와 허수현 음악감독(57)이 함께 내놓는 작품이다. 서울 강남구 EMK뮤지컬컴퍼니에서 뮤지컬 ‘오션스’ 쇼케이스 개막을 앞둔 두 사람을 16일 만났다.

“올해 스무 살이 된 딸을 키우면서 부모의 지원이나 좋은 배경이 없는 아이들은 애초에 꿈조차 제대로 꿀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자신의 능력, 의지보다 주변 환경에 밀려 미래를 설계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입지전적 영웅인 장보고가 실은 ‘흙수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추정화)

장보고의 공적보다는 그가 겪은 과정에 집중한 뮤지컬 ‘오션스’는 이름도 없이 천민으로 태어난 소년이 활보(강찬 진호)부터 청년 시절의 궁복(김찬호 정원영)을 거쳐 장보고(백인태 윤소호)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다룬다. 각 시기 장보고를 연기하는 3명의 배우뿐 아니라 ‘삼국사기’에도 기록된 장보고의 죽마고우 정연(김지휘 신은총)과 운명(윤석원)까지 포함한 5명의 배우가 장보고와 주변 인물을 연기하는 동시에 관객에게 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쇼 뮤지컬 형식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품인 만큼 극은 최대한 쉽게 풀려고 노력했다.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지만 역사적 고증보다는 장보고라는 한 개인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 각본을 썼다.



“장보고란 인물은 실제로 어마어마한 역경을 겪은 사람이에요. 하지만 저희 작품에선 그가 겪은 고난은 자세하게 다루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모습’만을 보여주죠.”(추정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장보고에 맞춰 빠른 템포의 음악이 주를 이룬다. 허수현 음악감독은 청소년에게 익숙한 가수 싸이부터 중장년층에게 널리 알려진 미국의 로큰롤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악까지 참고했다고 한다. 풍물패가 앙상블로 무대에 서는 만큼 아리랑, 쾌지나칭칭 등 우리 전통 음악을 테마로 만든 넘버도 다수 포함돼있다.

“한 번 부르면 따라 부를 수 있게 쉬운 곡을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나이 불문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선율로요. 락앤롤과 국악을 섞은 퓨전 스타일의 곡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허수현)

뮤지컬 ‘베르테르’(2001년)의 배우(추정화), 편곡자(허수현)로 만나 부부가 된 두 사람은 올해 결혼 21년차다. 2013년 뮤지컬 ‘달을 품은 슈퍼맨’을 시작으로 약 10년간 10여 편의 작품을 함께 만든 ‘창작 파트너’이기도 하다.

“허수현 씨는 제가 원하는 음악을 써줄 수 있는 단 한 명의 작곡가라고 단언할 수 있어요. 남편은 다른 연출가들과도 일하지만 저는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할 생각은 해본 적도 없어요.(웃음) 제 스타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거든요.”(추정화)

“처음 추정화 씨가 쓴 대본을 보면 너무 복잡해서 아리송할 때가 있거든요. 근데 음악을 입혀서 무대에 세우고 나면 그녀가 숨겨 놓은 의도를 발견하며 소름이 돋기도 해요. 대단한 여인이라 생각합니다.”(허수현)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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