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전화기 ‘덕률풍’서 5G 폰까지 한눈에

원주=홍석호 기자

입력 2022-08-17 03:00:00 수정 2022-08-17 03: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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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통신사료관 처음으로 공개
등록문화재 8건 등 6100여개 소장
영화서 과거 재현 소품으로 활용도


강원 원주시 KT 통신사료관에서 보관 중인 통신사료들. 왼쪽부터 휴대용 자석식 전화기, 벽괘형 공전식 전화기(국가등록문화제 제430호), 국내 최초 다이얼식 전화기(국가등록문화재 제431호). KT는 통신사료관에 6100여 개 통신사료를 보관 중이다. KT 제공

16일 찾은 강원 원주시 KT 통신사료관. 두 개 층 465m² 공간에 마련된 선반에 각종 전화기, 삐삐, 통신설비가 가득 차 있었다. 역사극에서나 보던 다이얼식 전화기부터 현재는 주변에서 찾기 힘든 동전식 공중전화기와 전화번호부까지 한국 유·무선 통신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곳에 있는 사료는 약 6100개. 그중 가장 오래된 사료는 ‘덕률풍(德律風)’이다. 스웨덴의 에릭손이 1896년 설치한 우리나라 최초의 전화기로 영어 ‘텔레폰(telephone)’의 발음을 한자식으로 표시한 것이다. 당시 고종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 덕률풍을 사용해 신하와 통화했는데, 신하는 황제의 전화가 걸려오면 네 번의 큰절을 올린 뒤 수화기를 들어 통화를 했다고 전해진다.

KT는 이날 원주연수원에 있는 통신사료관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KT는 2015년 서울 용산구, 대전 등에 있는 전시관을 원주시 수장고로 통합해 운영해왔다. 일부 소장품을 KT 사옥이나 국립중앙박물관 등에서 전시한 적은 있으나 전체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통신사료관 내 전시 준비가 갖춰져 있지 않아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상설전시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곳은 국내에서 유·무선 통신 역사를 관통하는 사료들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6100여 개 통신사료 중 1920년대 사용된 벽괘형 자석식 전화기, 최초의 다이얼식 전화기, 벽괘형 공전식 전화기, 음향인자전신기, 이중전보송신기, 인쇄전신기 등 8건은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덕률풍을 시작으로 자석식 전화기와 공전식 전화기, 다이얼식 전화기 등 시대별로 달라지는 전화기의 모습을 통해 기술의 발전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는 보기 힘들어진 공중전화기, 전화번호부 등도 시대별로 보관 중이다. 삐삐에서 시작된 이동통신 변천사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통신사료관에서는 10여 종의 삐삐와 시티폰 단말기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동통신 기기는 아이폰, 갤럭시 시리즈로 이어지는 스마트폰까지 보관 중이다.

통신사료는 영화나 드라마 등의 콘텐츠에서 과거 모습을 재현할 때 유용하게 쓰인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헌트’에는 인쇄전신기를 사용해 첩보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에 사용된 인쇄전신기는 KT가 갖고 있던 통신사료다.


원주=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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