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4사, 상반기에만 12조 벌어…정치권 “횡재세 도입” 논란

구특교 기자

입력 2022-08-16 14:17 수정 2022-08-1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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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정유 4사가 유가 폭등에 힘입어 상반기(1~6월) 12조 원 가량의 수익을 내자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횡재세(windfall tax)’를 거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근 고유가로 정유사가 과도한 이익을 취했기 때문에 이중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유사들은 2020년 코로나19가 확대될 당시 유가 급락으로 큰 손실을 봤는데, 수익이 났다고 추가 세금을 내는 것은 시장 논리에 어긋난다고 맞서고 있다.

16일 정유 업계 등에 따르면 야당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유사를 대상으로 ‘초과 이득’에 대해 법인세를 추가로 물리는 ‘횡재세법’ 발의를 추진 중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이르면 이번주 내로 법안 발의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일 용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법인세 일부 개정안 형태로 한국판 횡재세법을 준비해 추진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서민경제 안정화’를 강조하며 정유사에 과도 이익을 공유하라고 압박 중이다. 1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유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유가 폭등기에 국민들은 대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정부도 정유사도 소비자도 서로 고통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횡재세에 대한 반대 기류가 강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횡재세로 접근하는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총 12조3203억 원이었다. 전년 동기(3조8995억 원) 대비 215.9%가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올해 상반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유 제품 수급에 차질이 생기며 정제 마진이 급등했고, 경기가 활성화되며 석유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횡재세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핵심 반론은 횡재세가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정유4사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며 유가가 고꾸라쳐 5조 원 규모의 대규모 적자를 냈다. 당시 정부 차원의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는데, 유가가 회복되며 수익이 났다고 세금으로 환수하는 것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영국과 미국 등 해외 선진국의 횡재세 사례를 도입 근거로 내세운다. 하지만 정유사는 해외와 한국의 정유 산업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정유 업계 관계자는 “영국 등 해외 정유사들은 원유를 직접 시추하고 생산해 팔기 때문에 유가 급등이 막대한 수익을 가져온다”라며 “하지만 한국은 단순히 원유를 들여와 석유제품을 만드는 정제 마진으로 수익을 내기 때문에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반기(7~12월) 경기 침체 우려로 석유제품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점도 정유사들의 걱정이다. 6월 배럴당 24.5달러까지 치솟았던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지난달 9.1달러까지 떨어졌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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