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中소재 의존도 더 커져 ‘탈중국’ 비상

이건혁 기자 , 곽도영 기자

입력 2022-08-10 03:00:00 수정 2022-08-10 06: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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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플레 감축법안’ 대응책 부심
올해 중국산 원료 수입 2배로 증가
대체 공급선 찾기 어려워 난감
車업계 “기준 충족 전기차 없어”
현대차, 美공장 완공 서두를 듯



한국의 중국산 배터리 원료 및 소재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미국 상원을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에 대응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데드라인’으로 제시된 2024년까지 중국 외 공급처를 확보하지 못하면 미국 시장에서 배터리 및 전기차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9일 발표한 ‘최근 대중(對中) 무역적자 원인과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으로부터의 배터리 원료 수입이 큰 폭으로 늘었다. 전기차 배터리 원료인 리튬, 니켈, 망간, 코발트 등 기타 정밀화학원료 수입액은 지난해 상반기(1∼6월) 38억3000만 달러(약 4조9790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72억5000만 달러(약 9조4250억 원)로 89.3% 늘었다. 중국 현지서 제조된 배터리 등 기타 축전지 수입액도 같은 기간 11억1000만 달러(약 1조4430억 원)에서 21억8000만 달러(약 2조8340억 원)로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2월 발효된 중국과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으로 인한 관세 인하는 배터리 원료 의존을 심화시켰다. RCEP 발효로 배터리 핵심 소재 산화리튬과 수산화리튬 수입액이 상반기에만 11억7000만 달러(약 1조5210억 원)로 지난해 전체 수입액 5억6000만 달러(약 7280억 원)를 뛰어넘으며 역대 최대 수입액을 기록했다.

중국산 원료에 의존해 온 배터리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IRA는 2024년부터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 원료의 일정 비율 이상이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생산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사실상 중국을 겨냥하고 있는 ‘우려 국가 법인’에서 생산된 원료는 배터리에 포함되면 안 된다.


배터리업계는 그동안 미중 갈등 양상이 악화되면서 캐나다, 호주,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으로 소재 다변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해오긴 했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 중국산을 쉽게 대체하지 못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음극재 원료로 쓰이는 흑연의 경우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움에도 제련 과정서 발생하는 전기요금과 환경오염 문제 탓에 중국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모두 배터리 핵심 4대 소재(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납품 업체에 중국 협력사가 포함돼 있다. 특히 음극재의 경우 3사 모두 BTR, 룽디 등 중국 기업들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전해질도 캡켐(Capchem) 등 중국 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이성우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도 “배터리 소재는 중국산 제품이 ‘가성비’가 뛰어나 공급처를 다각화하는 게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완성체 업체들은 현재 알려진 법안 내용대로 입법이 완료될 경우 IRA 영향의 유불리를 따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미국 매체 더힐은 “현재 IRA의 배터리 원료 기준을 만족하는 전기차는 없다”고 전했다. 다만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북미 지역 전기차 생산 라인 확보를 위해 최근 발표한 현대차 몽고메리 공장의 전기차 라인 증설, 기아의 조지아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 등의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완성차 업체들은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전기차 가격 조건을 맞춰야 하는 과제도 떠안았다. IRA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은 8만 달러 이하, 나머지 차량은 5만5000달러 이하 차량만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테슬라의 경우 구형 모델3 외에는 차량 가격이 5만5000달러를 초과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IRA로 인해 전기차 자체의 가격이 비싸질 가능성도 있다”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 확보도 미국산 배터리 탑재와 함께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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