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닮은 노랫말-클래식 선율’…가곡은 어떻게 뮤지컬 넘버가 됐나

이지훈 기자

입력 2022-08-02 10:23 수정 2022-08-0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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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첫사랑’의 작곡가 김효근, 음악감독 이진욱 인터뷰

뮤지컬 ‘첫사랑’의 음악을 만든 김효근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왼쪽)와 이진욱 음악감독은 “가곡을 미리 듣고 오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며 “음악과 드라마가 만났을 때 생기는 시너지를 관객들이 편안하게 즐겨주셨으면 한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그대를 처음 본 순간이여/설레는 내 마음에 빛을 담았네/말 못해 애타는 시간이여/나 홀로 저민다’(가곡 ‘첫사랑’)

한 편의 시를 닮은 노랫말에 클래식 음악 선율을 입힌 가곡은 뮤지컬 넘버가 될 수 있을까. 가곡 ‘내 영혼 바람되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첫사랑’을 작곡한 김효근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62)가 2012년 발매한 연가곡집 ‘사랑해’ 수록곡이 뮤지컬 넘버로 탄생한다. 다음달 2~4일 공연하는 뮤지컬 ‘첫사랑’에서 김효근의 가곡을 뮤지컬 넘버로 각색한 이는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의 음악감독 이진욱(42). 국내 최초 ‘가곡 뮤지컬’을 만든 두 사람을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설레다 그리워하고, 사랑을 확인한 후 환희에 차고 그러다 영영 떠나고…. 뮤지컬 ‘첫사랑’의 모티프가 된 연가곡집은 한 사람의 생애에 녹아 들어간 사랑을 주제로 한 앨범이에요. 오세혁 작가가 수록곡을 관통하는 스토리를 썼어요. 가사와 음악, 이야기가 잘 어우러지는 작품이라 기대됩니다.”(김효근)

뮤지컬 ‘첫사랑’은 50대 남성이자 사진작가인 ‘현재의 태경’(조순창 윤영석)이 우연한 계기로 20대 때의 ‘과거의 태경’(김지훈 변희상)과 첫사랑 선우(양지원)을 만나 벌어지는 로맨스 판타지다.

뮤지컬 ‘첫사랑’의 음악을 만든 김효근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왼쪽)와 이진욱 음악감독은 “가곡을 미리 듣고 오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며 “음악과 드라마가 만났을 때 생기는 시너지를 관객들이 편안하게 즐겨주셨으면 한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원곡의 정서를 그대로 살리려 합니다. 원곡이 가진 분위기와 배우들의 감정이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을 찾기 위해 여러 창법과 연주법을 실험 중이에요.”(이진욱)

김효근은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 시절인 1981년 제1회 MBC 대학가곡제에서 작사·작곡한 ‘눈’으로 대상을 받으며 가곡과 인연을 맺었다. 교수가 된 후에도 종종 가곡을 작곡해온 그의 인생 스토리는 뮤지컬 ‘첫사랑’의 소재가 됐다.

“선우가 대학가곡제에서 ‘눈’으로 대상을 받는 건 실제 제 이야기고, ‘과거의 태경’은 마치 20대 때 저를 보는 것 같았어요. 그 시절 제 생각과 마음이 대사에 그대로 담겨 있어 신기했습니다.”(김효근)

자극적 스토리와 화려한 음악이 주를 이루는 시대, 그들은 1970, 80년대 정취를 담은 음악과 첫사랑의 낭만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한다.

“대표 넘버 ‘첫사랑’을 듣고 있으면 더 잘해주지 못했던 첫사랑이 떠올라요. 마치 고해성사를 하는 기분이에요.”(이진욱)

“무대 조명이 켜지고 노래가 시작되는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40년 전으로 돌아가는 기분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김효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 6만~8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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