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러워서 새롭다” 80~90년대 감성, 구석구석 퍼진다
뉴시스
입력 2022-07-27 08:16 수정 2022-07-27 08:17
“촌스러워서 새롭다.”
80~9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콘텐츠가 생활 구석구석 퍼진다. 레트로(복고) 키워드가 오르내리던 과거 몇 년 전만 해도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상품 패키지나 일부 소품을 통해 80~90년대 감성을 소비했다.
비교적 간접적으로 즐겼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그 시절 콘텐츠를 소비한다. 유행하는 패션을 그대로 따라하는가 하면 인기 있던 장난감이나 만화영화 등을 직접 소비하며 그때의 감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경험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최근 나온 콘텐츠 중 인기몰이에 성공한 것들은 80~90년대 향수를 자극한 것들이 주를 이룬다.
영화 ‘탑건: 매버릭’의 역주행은 80년대 향수를 자극한 마케팅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1986년 개봉한 ‘탑건: 매버릭’이 36년 만에 속편을 개봉하며 중장년층의 향수를 제대로 자극했고, 올해 개봉상 영화 중 처음으로 관객 600만 명을 넘어섰다.
영화 속 톰 크루즈가 입은 항공 재킷과 청바지 그리고 보잉 선글라스까지, 그 시절 감성을 그대로 재현해 관객의 입소문을 타고 역주행 신화를 쓸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에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에서는 90년대 인기 만화 영화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웨이브는 ‘카드캡터 체리’ 더빙판을 공개한 데 이어 최근 ‘우주소년 아톰’(원제 ‘철완아톰’)과 ‘밀림의 왕자 레오’(원제 ‘정글대제’) 등을 선보였다.
왓챠는 ‘빨간망토 챠챠’, ‘베르사유의 장미’ 등 그 시절 인기 만화 영화를 꾸준히 선보였는데 최근에는 ‘은하철도 999’를 오리지널 자막판으로 공개했다.
80~90년대 감성을 그대로 담아낸 패션도 인기다. 26일 기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 ‘80년대 패션’으로 태그된 게시글은 1000건이 넘고, ‘90년대 패션’ 게시글은 5000건 이상이 나온다.
상의는 짧게 바지는 펑퍼짐하게 입는 80~90년대 패션이 인기를 끌자 크롭, 크롭티, 크롭톱이나 와이드 팬츠 등의 키워드는 패션 플랫폼 검색어 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 시절 패션을 재현한 컬렉션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H&M은 ‘기묘한 이야기’ 컬렉션을 선보이며 80년대 패션을 구현했다. ‘기묘한 이야기’는 80년대 미국의 작은 마을 호킨스를 배경으로 하는 넷플릭스 드라마다.
H&M이 선보인 이 컬렉션은 드라마에 나오는 호킨스 고등학교에서 영감을 받아 야구점퍼, 럭비 셔츠, 모자, 체육복, 양말 등 80년대 패션 아이템으로 구성됐다.
푸마(PUMA)도 1987년 출시한 ‘슬립스트림(Slipstream)’ 농구화에서 영감을 받은 스니커즈 ‘RBD 게임 로우(RBD GAME LOW)’를 선보였다.
뉴발란스는 캐주얼 브랜드 ‘디스이즈네버댓’과 손잡고 90년대 미국 대통령이 아침 조깅 시 즐겨 신던 뉴발란스 슈즈 ‘1500’ 그레이에서 영감 받은 스니커즈뿐 아니라 티셔츠, 후디, 반바지 등을 출시했다.
80년대 패션을 그대로 담아낸 미미 인형도 재출시됐다. 롯데마트 완구 전문점 토이저러스는 국내 패션돌의 시초인 ’미미’ 탄생 40주년을 맞아 80년대 콘셉트의 ‘미미 인형’ 상품 2종을 선보였다. 체크 바지, 꽃무늬 원피스, 밀집모자로 80년대 패션을 떠오르게 한다.
전문가들은 레트로 열풍이 이어지는 이유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MZ세대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그 시절 소비했던 콘텐츠, 그 자체에 힘이 있기 때문에 돌고 돌아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먹고살기 힘든 요즘, 향수를 자극하는 콘텐츠는 위안을 준다”라며 “새로움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에게 레트로는 촌스러우면서 새로운 콘텐츠”라고 말했다.
이어 “유행은 돌고 도는데 지금 유행하는 80~90년대 콘텐츠는 그 시절 최고 인기 있던 콘텐츠”라며 “콘텐츠 자체에 힘이 있기 때문에 그때 예뻐보이고 재밌던 것들이 지금도 힘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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