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행 판단’에도…SPC-민노총 ‘사회적 합의’ 여전히 고착, 왜?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2-07-26 18:32 수정 2022-07-26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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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파리바게뜨가 소속 제빵기사 5000여명의 불법 파견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사회적 합의 11개 항목에 대한 이행 여부를 두고 노사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파리바게뜨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지회는 2017년 파리바게뜨의 제빵기사 불법 파견 문제를 고발한 바 있다. 같은 해 고용노동부도 본사가 제빵기사를 불법 파견 형태로 고용했다고 결론을 내고,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SPC는 자회사 PB파트너즈(피비파트너즈)를 설립해 제빵기사들과을 직접고용했다. 또 노사는 정당, 시민사회단체, 가맹점주협의회 등이 참여한 가운데 사회적 합의를 체결했다. △피비파트너즈 지분 파리크라상이 51% 이상 보유(제1항) △노사간담회 및 협의체 운영, 3년 이내 정규직 본사와 동일 수준 임금 적용(제4항) △부당노동행위 시정(제5항) 및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취하(제6항) 등 11개 항목이다.
왼쪽부터 문현군 한국노총 부위원장, 이중희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장, 황재복 대표이사, 전진욱 노조위원장,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사진=SPC 제공

SPC는 민노총이 비협조하고 있는 항목을 제외하고 사회적 합의를 모두 이행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 4월 피비파트너즈 설립 3주년 기념 비전 선포식에서 3년간 임금을 총 39.2% 인상했고, 복리후생도 파리바게뜨와 동일 수준으로 향상시켰다고 밝혔다. 매년 노사간담회를 통해 소통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도 해왔다고 했다.

다만 노사간담회 및 협의체를 마련했음에도 민노총이 일방적으로 참석하지 않아 또 다른 노조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고, 파리크라상에 대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역시 취하지 않아 민노총 측이 결국 패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노총 측은 사회적 합의 대부분이 이행되지 않았다며 지난해 12월부터 SPC 사옥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출범한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 이행 검증위원회’는 사회적 합의 11개 항목 중 임금 관련 2개 항목을 제외한 결과 제1항과 △파리크라상에 대한 노동부 행정‧사법조치 유예 신청(제9항) 등 2개 항목만 이행됐다고 주장한다. 위원회는 정소연, 범유경(이상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김성호, 조영훈(이상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조돈문(학술단체협의회), 신희주(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정흥준, 박용철, 강도연, 권혜원, 윤자영(이상 한국산업노동학회) 등 약 20명으로 구성됐다.

검증위는 제4항의 경우 이질적이면서도 중요한 두 가지 세부항목으로 나눠져 있어 ‘제4항 가’와 ‘제4항 나’로 구분해 임금 관련 2개 항목(제4항 나, 제7항)을 제외하고 10개 항목을 검증했다고 설명했다.
민노총이 공개한 2018년 1월 체결 사회적 합의서 내용



이에 따라 12개 항목으로 늘어난 사회적 합의 중 △파리크라상 임원 가운데 피비파트너즈 대표이사 선임, 등기이사에서 협력업체 대표이사 배제(제2항)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취하(제6항) △노사 참여 ‘상생화합의 장’ 마련(제10항)에 대해 일부 이행에 그쳤다고 봤다. 특히 제2항의 경우 문구상으로는 이행됐지만, 사회적 합의 취지에는 부합되지 않는 협력업체 대표들에 대한 지역본부장 지위 부여 등에서 인력 운영상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이외에 △제빵기사 근로계약서 신규체결(제3항) △노사간담회 및 협의체 운영(제4항 가), △부당노동행위 시정(제5항) △사회적 책임 이행 노력(제8항) △합의의 원만한 이행(제11항) 등 5개 항목은 불이행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검증위는 제3항의 경우 해피파트너즈(피비파트너즈 전신)와 근로계약을 체결했던 제빵기사들 중 피비파트너즈와 신규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제빵기사들이 있다는 했다. 반면 SPC 측은 해피파트너즈와 근로계약을 미체결한 인원은 신규계약서로 체결, 기체결한 직원은 상호 변경 후 신규계약서로 진행해 모두 체결을 완료했다는 입장이다.

또한 민노총은 SPC가 민노총 탈퇴를 종용하는 등 부당행위를 벌였다고 추가로 주장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노조는 한노총 산하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과 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으로 나뉘는데, 민노총 조합원이 2017년 700명에서 현재 200여 명으로 줄어 한노총에 주도권을 뺏긴 내막에 SPC의 부당행위가 있다는 것. 이와 관련해선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민노총의 주장과 달리 법원, 한노총, 가맹점주 등은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지난해 12월 파리크라상이 민노총을 상대로 낸 방해금지가처분 소송에서 “노조는 회사가 사회적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하지만, 임금 자료에 따르면 피비파트너즈 소속 근로자의 임금이 본사 소속 근로자 임금보다 높은 경우도 있어서 사회적 합의가 지켜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민노총 소속 근로자들을 탈퇴시킬 경우 회사가 금품을 제공하거나 진급을 차별했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다”고도 했다. 민노총이 추가로 주장한 SPC의 민노총 탈퇴 종용 부당행위에 대해서도 근거가 없다고 본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회사 측에서 일부 근로자에게 다른 노조 가입을 권유하는 취지의 의사표시를 한 것은 사실의 가능성이 있어보인다”고 덧붙였다.

한노총도 “이행을 하지 않은 게 있다면 정식으로 알려달라”고 민노총에게 요청했지만, 민노총은 자신들이 노조의 대표성을 갖지 않는 한 요청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민노총 측에 자세한 입장을 요청했다. 하지만 ‘민노총 방침상 취재에 응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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