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높고 담배도 피는데 혈관 ‘쌩쌩’…‘슈퍼 혈관’ 비밀 찾았다

뉴스1

입력 2022-07-26 15:52 수정 2022-07-2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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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많고 담배를 많이 피우고 혈압이 높은 등 동맥경화 유발 요인을 많이 갖고 있는데도 정작 혈관은 정상인 사람들이 있다. 국내 한 연구팀이 이들 ‘슈퍼 혈관’이 10개의 독특한 유전자 덕분에 가능한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 세브란스병원 제공

26일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이상학, 성균관의대 삼성융합의과학원 원홍희 교수 연구팀은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위험요소가 많이 있어도 혈관이 깨끗한 사람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유전자 변이를 발견했다.

심근경색증이나 협심증 등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은 고령,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유전 등이 대표적인 원인이다. 한사람이 이러한 위험요인을 여러가지 동시에 가지면 질환 발생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지금까지 특정 유전자 변이와 심혈관질환 관련성에 관한 유전학 연구가 없지는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PCSK9’ 유전자 돌연변이 연구다. 실제로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으면 콜레스테롤이 낮게 유지되는 동시에 심혈관질환 발생이 적다. 하지만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등 위험요인이 여럿 동반된 상황에서도 혈관이 정상인 이유를 밝힌 연구는 없었다.

연구팀은 혈관질환 위험요인이 여러가지 있는 고위험 환자 중에도 혈관이 깨끗한 경우가 있는 것에 착안해 혈관보호 유전자가 있을 것으로 가정하고 이를 밝히는 조사를 진행했다.

변이가 생긴 유전자자리가 발견된 유전자 종류와 역할 © 세브란스병원 제공

우선 성별·나이·혈압·콜레스테롤·당뇨병 등으로 향후 10년간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을 계산할 수 있는 프레밍험 위험도 점수가 14점 이상(10년 안에 심혈관질환 발생 확률 16% 이상)인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관상동맥조영술과 CT검사 등에서 혈관이 정상인 ‘슈퍼 혈관’군 72명과, 위험점수는 같지만 실제 심혈관질환을 앓는 일반군 94명을 각각 연구했다.

연구팀은 유전체 전체에서 변이를 발굴하는 전장유전체연관분석(GWAS)을 활용해 슈퍼혈관과 관련 있는 유전자 변이를 발굴했다. 또 유전자 발현량 조절 연구(eQTL)를 통해서 유전자 변이와 관련된 유전자 발현량 차이가 실제로 인체 조직 변화를 발생시키는지 검증했다.

상염색체 500만 개를 분석한 결과, 연구팀은 슈퍼혈관과 관련된 변이가 있는 유전자자리(locus) 10개를 발견했다. 이 유전자자리에는 혈관 생성 등에 영향을 미치는 ‘PBX1’과 인체 시계에 영향을 주는 ‘NPAS2’ 유전자 등이 포함됐다. 다만 변이가 있는 다른 유전자들의 인체내 역할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일본 동맥경화학회지’(Journal of Atherosclerosis and Thrombosis)에 게재됐다.

이상학 교수는 “이번 연구는 혈관질환 환자를 주로 대상으로 삼은 기존 연구를 뒤집어 혈관이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며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전통적인 위험요인을 넘어 새로운 의학적 표적을 발견해 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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