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확실” SK하이닉스 청주 반도체공장 증설 보류

곽도영 기자 , 구특교 기자

입력 2022-07-20 03:00 수정 2022-07-20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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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 먹구름]
당초 4조3000억 들여 내년 착공 계획
대만 TSMC-美 마이크론도 투자 조정



SK하이닉스가 내년 초 충북 청주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착공하려던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대만 TSMC, 미국 마이크론도 투자 계획을 조정하는 등 하반기(7∼12월) 반도체 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청주공장 증설 안건을 검토했으나 최종 결정을 보류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과 경기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공격적인 설비 증설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당초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43만3000여 m² 부지에 약 4조3000억 원을 투자해 내년 초 신규 메모리 반도체 공장(M17) 건설에 나설 계획이었다. 양산 목표 시점은 2025년이다. 3, 4년 뒤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였다.

반도체 시장 다운사이클(침체기)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14일 “원자재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원래 투자 계획했던 것과는 잘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잇따른 긴축 경영 선언도 반도체 기업들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테슬라, 구글 등이 감원 또는 채용 규모를 줄이기로 한 데 이어 애플도 내년부터 비용과 채용을 모두 감축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삼성-인텔도 美공장 착공 연기… “반도체, 3년만에 침체기 조짐”





SK, 청주 반도체 공장 증설 보류

글로벌 소비감소에 시장 급격 위축…D램 시장 규모 2분기 연속 하락
업계, 작년 세웠던 계획 잇단 변경…파운드리 1위 TSMC도 투자 수정
업계 “내년 상반기까지 침체 가능성”…美반도체 지원법안 통과 여부 주목



글로벌 경기침체가 예상되면서 반도체 업계가 투자 계획을 잇달아 변경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19년 이후 첫 반도체 다운사이클(침체기) 조짐이 본격 시작됐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보류되고 있는 반도체 기업 투자 계획들은 대부분 지난해 반도체 시장 업황이 좋았을 때 수립된 것들이다. 이를 집행해야 할 올해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각국의 통화 긴축이 이어지면서 예상보다 급격하게 반도체 시장을 위축시켰다.

○ 삼성·인텔 美 착공 연기, TSMC·마이크론 투자 조정
19일 업계에 따르면 충북 청주 공장 증설을 보류한 SK하이닉스 외에 삼성전자와 인텔의 미국 반도체 공장 착공식도 잠정 연기된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22조 원을 투자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2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했으며 인텔은 올해 1월 오하이오주 반도체 공장에 향후 10년간 1000억 달러(약 131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각각 올해 6월과 7월 착공식을 열 예정이었지만 모두 무기한 연기됐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다운사이클에 진입하는 와중에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지원 법안’마저도 의회에서 진통을 겪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에 투자할 경우 세금 감면 등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법안이다.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는 착공식 세부 일정 조율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확실한 지원법’ 없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오하이오 프로젝트를 지연시킬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인텔의 1분기(1∼3월) 매출은 178억2700만 달러로 전 분기 대비 10.8%나 줄어들었다.

일부 기업들은 하반기(7∼12월) 투자 목표치도 하향 조정하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는 14일 2분기(4∼6월) 실적 발표 당시 재고 상황을 고려해 올해 시설 투자 계획을 기존 400억∼440억 달러의 하한선(400억 달러) 수준으로 수정한다고 밝혔다.

D램 매출 3위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도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분기 실적 발표에서 “향후 몇 분기에 걸쳐 공급 과잉을 피하기 위해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19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내년도 D램 장비 지출액은 올해 대비 7.7%, 낸드 장비는 2.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 다운사이클 이제 시작… IT 기업도 긴축
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소비 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반도체 다운사이클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1∼6월)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우선 반도체 주요 수요처인 스마트폰과 PC 시장이 올해 들어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빠른 속도로 닫고 있기 때문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은 지난해 4분기(10∼12월) 3억7140만 대에서 올 1분기 3억2640만 대로 꺾였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2분기 글로벌 PC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15.3% 줄어든 7130만 대에 그치며 전 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D램 시장 규모는 지난해 3분기(7∼9월) 262억3900만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 2개 분기 연속 하락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D램 가격이 평시 대비 4분의 1까지 떨어졌던 2019년 ‘슈퍼 다운사이클’에 비해 골은 깊지 않은 수준”이라면서도 “각 사의 재고 수준을 감안할 때 업계는 당분간 전방산업 수요를 주시하며 중장기 침체 대응 태세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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