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암 면역항암제 개발 성공 가시화… “세계 1등 신약 탄생 기대”

황효진 기자 , 조선희 기자

입력 2022-07-18 03:00 수정 2022-07-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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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Biz]
바이오신약 게임체인저로 최근 주목
후보물질 ‘오레고보맙’ 임상 3상 준비
“성공하면 최대 매출 18조 원 예상”





생명공학 기업 카나리아바이오가 높은 성장 가능성이 예상되는 난소암 면역항암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카나리아바이오는 1983년 설립 후 양질의 배합사료를 공급해온 현대사료를 인수하면서 최근 화제의 중심에 선 기업이다. 현대사료는 최대 주주가 바뀌면서 11일 카나리아바이오로 사명을 변경하고 바이오 사업에 본격 출사표를 냈다. 지난달에는 다국적 제약기업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임상 협력계약을 체결, 신약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카나리아바이오의 향후 행보와 성장세에 크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한익 카나리오바이오 대표는 “2년 전부터 우리는 난소암 면역항암제 분야 세계 1등의 비전을 심었고, 이제 인류사회 공헌이라는 긴 여정의 두 번째 단추를 뀄다”며 “난소암 치료제 후보물질인 ‘오레고보맙(Oregovomab)’의 무한한 성장 가치에 주목해달라”고 주문했다.


간판 바꿔 단 현대사료… ‘新 바이오 시대’ 선언


현대사료는 6월 1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카나리아바이오’로 사명을 변경함과 동시에 제약·바이오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현대사료의 새로운 최대 주주인 카나리아바이오는 K-OTC(한국 장외주식시장)에서 주가가 올 초 3000배 가까이 급등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기업이다. K-OTC는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제도권 비상장주식 시장이다.

지난해 9월 13일 K-OTC에서 107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카나리아바이오는 한때 주가가 30만 원까지 오르며 코스닥 시총 1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웃도는 모습까지 보였다. 카나리아바이오가 현대사료 지분 인수를 통해 우회 상장을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이 주가 상승의 기폭제로 작용한 것이다.

현대사료는 7일 공시를 통해 카나리아바이오의 자회사 ‘엘에스엘씨앤씨 발행 1회차 무보증 사모 회사채’를 3860억 원 규모로 인수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현대사료는 ‘엘에스엘씨앤씨’의 종속회사인 ‘엠에이치씨앤씨’가 보유하고 있는 오레고보맙 관련 지식재산권(IP)를 이전받았다. 이에 따라 기존 K-OTC 시장에 등록된 카나리아바이오는 ‘카나리아바이오M’으로 바뀌게 된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현대사료(카나리아바이오)는 카나리아바이오M의 자회사(보유지분 77%)로 편입된다.

카나리아바이오는 내달 9일 충남 천안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하반기부터 현대사료와 함께 오레고보맙 등 바이오 관련 사업을 꾸려나갈 방침이다. 지난달에는 나한익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바이오 사업 진출 속도에 더욱 가속이 붙었다.

나 대표는 국내외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바이오산업 전문가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CMO(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인 제노피스(Genopis)를 설립해 운영했고, 헬릭스미스에서 전략 총괄실장 겸 CFO, ANLBIO 사업개발 본부장, 뉴로마이언 CEO를 역임했다.

그는 “오레고보맙은 난소암 면역항암제 분야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미국 난소암 처방과 관련해 표준 치료법(Standard of care)이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화합물 의약품과 동시 투여 시 PFS 30개월 늘어




오레고보맙은 카나리아바이오의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난소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치료제다. 4번 주사하는 항암백신으로 암에 관한 몸속 면역세포들을 활성화함으로써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이다. 항암백신은 면역체계 전체를 이용해 암세포를 죽이는 것으로, 특정한 면역 기능을 높여주는 기존 면역항암제와 다르다. 후천적으로 암의 항원에 면역성을 부여한다는 의미로, 치료 기전이 일반적인 독감이나 코로나 백신과 유사하다.

생존율이 62.5%에 불과한 난소암은 여성에게 가장 위협적인 침묵의 살인자로 알려져 있다. 오레고보맙이 주목받는 이유는 난소암에서 과발현하는 당단백의 일종인 ‘CA125(난소암 주요 항원)’에 대한 면역반응을 이끌어내는 ‘IgG1’ 항체라는 점이다. 앞선 임상 2상을 통해 CA125의 정보를 탐색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돕는 것이 확인됐다.

1차 화합물 의약품과 동시에 투여됐을 때 무진행 생존(PFS) 및 전체 생존(OS)에서 유의적 개선을 입증한 바 있으며 현재 글로벌 임상 3상 진행 중이다. 카나리아바이오는 임상 1차에 이어 2상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무진행 생존 기간을 기존 12개월에서 42개월로 30개월이나 연장하며 신약 탄생 가능성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무진행 생존 기간이 늘었다는 것은 암이 더 자라지 않고 유지되는 것을 의미한다. 자라면서 계속 변이가 되는 암세포의 크기가 머무는 것으로, 생명 연장보다는 사망 시점이 연기되는 것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실제로 FDA는 무진행 생존 기간 데이터를 유효성 평가지표(Primary Endpoint)에 포함 시켜 신약 승인의 중요한 잣대로 삼는다.


글로벌 임상 3상 환자 50% 모집… ‘DSMB’ 통과


임상 마지막 관문인 3상도 순조롭다. 카나리아바이오 측은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오레고보맙 글로벌 3상 임상시험 환자 모집이 최근 절반가량 완료됐다고 밝혔다. 목표 환자 수는 602명이다. 이 임상은 14개 국가 135개 사이트에서 환자를 모집하는 것이다. 국내에선 분당서울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국립암센터 등이 참여했다. 카나리아바이오는 연말까지 환자 모집을 마무리하고 2023년에는 중간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임상에 대한 정보는 미국 임상정보시스템 ‘NCT번호 04498117’로 찾아볼 수 있다. 이 임상은 화학 항암제(카보플라틴과 파클리탁셀)에 오레고보맙을 병용 투여한 환자들과 화학요법만 받은 환자들을 비교한다.

3월에 열린 DSMB(Data Safety Monitoring Board) 회의에서 임상을 계속 진행하라는 권고를 받은 것도 신약 탄생의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DSMB는 심각한 안전성의 문제뿐만 아니라 효능이 없다고 판단될 때 임상을 중단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오레고보맙이 난소암 면역항암제 분야에서 게임체인저로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독점적 치료 기전이라는 점이다.

카나리아바이오가 예측하는 오레고보맙의 최대 매출액은 11조 원(예상 출시연도 2026년)이다. 난소암 변이 증상을 제외하고 표준 치료제 시장의 66%를 오레고보맙이 독식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추산치다.

나 대표는 “오레고보맙을 단독 투여했을 때 임상 3상이 성공할 경우 발생할 매출만 11조∼12조 원을 기대하고 있다”며 “변이시장까지 확장한다고 가정하면 최대 17조∼18조 원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GSK와 임상 2상 진행… ‘빅파마’ 신화 재현할 것”



나한익 카나리아바이오 대표
“지난달 다국적 제약기업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임상 협력계약을 체결하고 백금계 감수성 재발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동임상에 들어갔다. GSK는 임상연구에 필요한 니라파립을 무상으로 공급하고 2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나한익 카나리아바이오 대표는 “이번 임상은 오레고보맙과 GSK의 제줄라(성분명 니라피립)를 병용투여해 안정성과 효과를 확인하는 것이어서 특히 큰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임상은 브라카 변이, HRD 양성변이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오레고보맙이 대상으로 하지 못했던 변이시장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크다.

미국에서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를 설립하고 현지 굴지의 기업에서 CFO, CEO를 역임하는 등 해당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나 대표는 금융권 이력도 화려한 글로벌 인재다. 뉴욕 딜로이트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호주 투자은행 맥쿼리와 일본계 투자은행 노무라에서 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그는 유방암 치료제인 허셉틴으로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하고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한 제넨텍과 같은 ‘빅파마(Big Pharma)’의 신화를 한국에서 꼭 재현하겠다는 각오다.

카나리아바이오의 오레고보맙이 그 도전의 산물이다. 오레고보맙과 니라파립은 이전에 다른 항암치료와 함께 사용돼왔으며, 진행성 난소암에서 생체 활성을 입증했다.

나 대표는 오레고보맙의 뛰어난 기전을 바탕으로 췌장암 치료백신(Anti-MUC1, 브레바렉스 MAB-AR20.5)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췌장암 백신은 연내 2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는 오레고보맙이 난소암 환자에게 1차 치료제로서 가져다줄 수 있는 잠재적 혜택이 상당할 것이라며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처음 카나리아바이오 대표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혼란스러웠다. 무진행 생존 기간 연장이 다른 임상 약들은 보통 3개월 정도인데, 30개월을 연장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누구보다 확신이 생겼다. 단기적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앞만 보고 가겠다”고 말했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조선희 기자 hee31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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