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꼭 은행에 가야만 할까… 집에서 비교부터 입금까지
김하경 기자
입력 2022-07-14 03:00 수정 2022-07-14 04:44
[Question & Change]〈19〉 ‘핀다’ 이혜민·박홍민 대표
전세자금 대출 연이은 은행 퇴짜에 ‘인터넷서 상품 직접 비교’ 아이디어
초창기 ‘일사전속주의’등 규제 난관… 서비스 다양화하며 ‘데스밸리’ 버텨
창업 4년만에 금융위 혁신기업 지정
대출 비교 플랫폼 ‘핀다’의 이혜민 대표(38)와 박홍민 대표(42)는 7년 전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500글로벌’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서 어드바이저와 참가자로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주기적으로 만나 창업 아이템 선정을 위한 회의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은행 대출 어려움에 대한 동일한 질문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 대출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없는 게 말이 되느냐”는 이 대표의 토로에 박 대표도 자신의 상황을 돌아봤다. 한때 자산운용사에서 근무하면서 금융 전문가를 자처했던 그도 정작 대출은 관련 정보를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받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은행에 방문해 30여 분을 기다린 끝에 직원을 만나 온갖 인적 사항을 공개하고 나면 직원은 그제야 “최근 3개월간 직장가입자로서 4대 보험에 가입한 이력이 없으니 대출을 해줄 수 없다”며 퇴짜를 놨다. 여러 곳을 방문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상담 전 미리 대출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좌절감이 크지 않았을 텐데.’ 결국 이 대표는 차용증을 쓰고 아버지로부터 돈을 빌려 전셋집을 마련해 5년 뒤 갚았다.
이런 답답한 상황을 두고 ‘인터넷상에서 대출상품들을 한눈에 비교해 자신에게 알맞은 상품을 골라 곧바로 대출을 받을 수는 없을까’라는 같은 질문을 품은 두 대표는 2015년 9월 핀다를 설립했다.
이 대표는 “대출 수요가 꾸준히 있는 만큼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크다고 생각해 언젠가는 규제가 풀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 시점을 예측하는 것은 힘들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첫 3년을 ‘데스밸리(Death Valley·죽음의 계곡)’라고 한다. 창업 초기 매출 부진 등으로 사업을 접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박 대표는 “데스밸리 기간 동안 대출 관련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며 사업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를 유치해 사업을 발전시켜 나갔다”며 “경쟁력을 축적하는 시간이었지만 (데스밸리 막바지인) 2018년에는 정말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핀다는 창업 4년 뒤인 2019년 5월에야 비로소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 금융 서비스 대출 1호 기업으로 지정되면서 창업 취지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도시계획학 석사인 박 대표는 온라인 커머스 스타트업 ‘Flastik(플래스틱)’ 창업, 스타트업 컨설팅, 초기 투자업체인 ‘Nextrans’ 근무 경험 등이 있다.
그는 “Flastik은 ‘펴보지도 못하고 망한, 아픈 손가락’”이라며 “제품의 시장 적합성을 찾을 때까지 고객의 목소리를 들으며 빠르게 테스트하고 개선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했는데, 고객 중심적으로 사고하지 못했던 게 당시 실패 요인”이라고 말했다.
#핀다의 근무 형태: 개개인이 사무실 출근 횟수와 근무 시간을 정할 수 있음.
#핀다가 보는 ‘필요한 사회적 변화’: “프리랜서, 긱 워커 등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신용대출 평가 방식도 개선돼야.”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전세자금 대출 연이은 은행 퇴짜에 ‘인터넷서 상품 직접 비교’ 아이디어
초창기 ‘일사전속주의’등 규제 난관… 서비스 다양화하며 ‘데스밸리’ 버텨
창업 4년만에 금융위 혁신기업 지정
대출 비교 플랫폼을 운영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핀다’의 이혜민(왼쪽) 박홍민 공동대표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에서 활짝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대출 비교 플랫폼 ‘핀다’의 이혜민 대표(38)와 박홍민 대표(42)는 7년 전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500글로벌’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서 어드바이저와 참가자로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주기적으로 만나 창업 아이템 선정을 위한 회의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은행 대출 어려움에 대한 동일한 질문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 대출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없는 게 말이 되느냐”는 이 대표의 토로에 박 대표도 자신의 상황을 돌아봤다. 한때 자산운용사에서 근무하면서 금융 전문가를 자처했던 그도 정작 대출은 관련 정보를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받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전세자금 대출 퇴짜 맞은 창업가
이 대표가 분통을 터뜨린 건 전세자금 대출 때문이었다. 당시 500글로벌에서 프리랜서 신분의 액셀러레이팅 어드바이저로 활동하던 그는 스타트업 창업으로 바쁜 남편(황희승 잡플래닛 대표)을 대신해 대출 상담을 받으러 다녔다. 은행에 방문해 30여 분을 기다린 끝에 직원을 만나 온갖 인적 사항을 공개하고 나면 직원은 그제야 “최근 3개월간 직장가입자로서 4대 보험에 가입한 이력이 없으니 대출을 해줄 수 없다”며 퇴짜를 놨다. 여러 곳을 방문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상담 전 미리 대출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좌절감이 크지 않았을 텐데.’ 결국 이 대표는 차용증을 쓰고 아버지로부터 돈을 빌려 전셋집을 마련해 5년 뒤 갚았다.
이런 답답한 상황을 두고 ‘인터넷상에서 대출상품들을 한눈에 비교해 자신에게 알맞은 상품을 골라 곧바로 대출을 받을 수는 없을까’라는 같은 질문을 품은 두 대표는 2015년 9월 핀다를 설립했다.
○ 규제·데스밸리 상황에서 경쟁력 축적
절실함으로 창업했지만 초기에는 반쪽짜리 서비스를 할 수밖에 없었다. 대출중개업자가 여러 개의 금융회사를 중개할 수 없도록 한 ‘일사전속주의’ 규제 때문이었다. 이용자의 개인정보 취급도 금지돼 개인맞춤형으로 상품을 추천할 수도 없었다. 결국 이들은 고객이 직접 입력하는 정보를 토대로 대출 금리를 예상할 수 있도록 하는 선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이 대표는 “대출 수요가 꾸준히 있는 만큼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크다고 생각해 언젠가는 규제가 풀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 시점을 예측하는 것은 힘들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첫 3년을 ‘데스밸리(Death Valley·죽음의 계곡)’라고 한다. 창업 초기 매출 부진 등으로 사업을 접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박 대표는 “데스밸리 기간 동안 대출 관련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며 사업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를 유치해 사업을 발전시켜 나갔다”며 “경쟁력을 축적하는 시간이었지만 (데스밸리 막바지인) 2018년에는 정말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핀다는 창업 4년 뒤인 2019년 5월에야 비로소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 금융 서비스 대출 1호 기업으로 지정되면서 창업 취지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
○ 과거 창업 경험 통해 고객 중요성 깨달아
두 대표의 그간 창업 경험들은 핀다 경영에 밑거름이 됐다. 이 대표는 STX 전략사업기획실에서 4년간 근무한 뒤 글로시박스와 피플앤코, 눔코리아를 각각 공동 창업했다. 그는 “대기업에서는 어떤 것을 사업 기회로 보면 될지 안목을 길렀고, 앞선 창업들은 ‘사용자가 혁신으로 인정해야 진정한 혁신’이라는 시각을 갖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도시계획학 석사인 박 대표는 온라인 커머스 스타트업 ‘Flastik(플래스틱)’ 창업, 스타트업 컨설팅, 초기 투자업체인 ‘Nextrans’ 근무 경험 등이 있다.
그는 “Flastik은 ‘펴보지도 못하고 망한, 아픈 손가락’”이라며 “제품의 시장 적합성을 찾을 때까지 고객의 목소리를 들으며 빠르게 테스트하고 개선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했는데, 고객 중심적으로 사고하지 못했던 게 당시 실패 요인”이라고 말했다.
#핀다의 근무 형태: 개개인이 사무실 출근 횟수와 근무 시간을 정할 수 있음.
#핀다가 보는 ‘필요한 사회적 변화’: “프리랜서, 긱 워커 등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신용대출 평가 방식도 개선돼야.”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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