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주식-코인 폭락에 사표까지”… 투자중독 상담 2년새 3배

이호 기자 , 이상환 기자

입력 2022-07-11 03:00:00 수정 2022-07-11 03: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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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에서 증권사 직원까지 큰 손실, 투자 중독에 빠져 전세금까지 날려
작년 1627건 상담… 젊은층 늘어… 혼자 끊기 어려워 전문가 도움 필요
“주식-코인 손실, 변제금에 미반영”… 법원 조치에 ‘도덕적 해이’ 논란도


“주식에서 수천만 원을 잃으니, 정신적 충격에 한동안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3년간 대기업에서 일하며 모은 결혼 비용으로 주식에 투자했던 20대 A 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이 하소연했다. 그는 대출까지 받아 약 1억 원을 투자했는데 최근 주가가 고꾸라지면서 수천만 원의 손실을 봤다.

A 씨는 계획했던 결혼을 미뤘고, 스트레스 탓에 회사 업무도 못 할 지경이 되자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표를 냈다. 폭식으로 건강도 악화된 채로 지금도 스마트폰을 놓지 못한 채 주식창을 들여다보기가 일쑤라고 했다. 최근 주식과 가상화폐 등 자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속칭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나섰다가 큰 손실을 보고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진 20, 30대가 늘고 있다. 허탈감 속에 관련 상담센터를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 폭락장 직격탄 맞은 2030세대

11일 한국예탁결제원과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30 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의 41%, 가상자산시장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하락장에서 손실을 본 이들 중에도 2030세대가 많다는 뜻이다.

영어학원 강사였던 30대 직장인 B 씨는 2019년 한때 주식 투자에서 매일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수익이 나자 직장을 그만두고 갖고 있던 자금을 모두 털어 전업 투자를 시작했다. 하지만 코스피가 최근 1년 동안 약 30% 하락하는 바람에 1억 원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 충격을 받은 B 씨는 심리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B 씨는 “남편에게 돈을 잃었다는 말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가상자산에 투자했던 젊은층에서도 피해가 심각하다. 국내 한 대형 증권사에서 일하는 30대 C 씨는 가상자산 투자로 재미를 보다가 최근 ‘루나 사태’가 터지면서 투자 원금을 대부분 날렸다. C 씨는 “공들인 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며 “허탈한 심정을 달래기 위해 술을 너무 자주 마시는 것 같아 스스로도 걱정”이라고 했다.
○ 정신적 충격에 중독 증상까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주식 중독’ 치료를 위해 센터를 찾는 상담자는 2019년 591명에서 지난해 1627명으로 약 2.8배가 됐다. 센터 관계자는 “특히 가상자산 등 투자 중독에 빠져 센터를 찾는 젊은 세대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며 “전세금까지 빼 투자하면서도 본인은 중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가족의 권유로 센터를 찾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계층 상승의) 사다리를 빼앗겼다는 박탈감 속에서 투기에 가까운 투자에 나섰다가 손해를 보고 우울감에 빠진 20, 30대가 적지 않다”며 “중독 증상이 있거나 우울감이 심하면 상담센터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을 받으라”고 조언했다.
○ “청년층 회생 돕겠다” 지원 방안 논란도
투자 실패로 인한 청년층의 고통이 커지자 서울회생법원은 1일부터 실무준칙을 바꾸면서 주식·가상자산 투자로 생긴 손실은 개인회생을 위한 변제금을 산정할 때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개인회생은 채무자가 일정 기간 빚 일부를 갚으면 나머지 빚이 탕감되는 제도다.

예를 들면 1억 원을 빌려서 투자했다가 7000만 원의 손실이 난 경우 기존에는 1억 원에 나머지 재산을 더한 금액을 기준으로 일정 비율(변제율)을 갚아야 회생이 가능했다. 그런데 앞으로는 손실을 입은 7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3000만 원만 재산에 더해 갚을 금액을 산정하겠다는 것이다. 서울회생법원은 “20, 30대 채무자들의 경제 활동 복귀가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가상자산 투자자는 “과도한 투자에 대해 당국이 면책권을 주는 것 같다”며 “다른 지역 법원 채무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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