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美금리 2.5% > 韓 2.25%… 한은, 빅스텝 밟아도 역전 가능성

세종=박희창 기자 , 뉴욕=유재동 특파원 , 홍수영 기자 , 강유현 기자

입력 2022-06-17 03:00 수정 2022-06-1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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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이언트 스텝’ 초강수]
‘경제 살얼음판’ 한미 성장률 낮췄다


경제위기 방어 총력전 나선 한미 당국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위쪽 사진)은 15일(현지 시간) 28년 만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뒤 “7월 회의에서도 0.50%포인트 또는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연준의 발표 직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아래쪽 사진 왼쪽부터) 등 재정, 통화, 금융 수장들은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워싱턴=신화 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정부가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 복원’을 전면에 내세운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처음으로 내놨다. 경제 운용 기조가 문재인 정부의 ‘정부 주도 성장’에서 ‘민간 주도 성장’으로 완전히 바뀐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S(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가운데 복합 위기와 장기적 저성장을 극복하려면 전면적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16일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서 열린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발표’ 회의에서 “어려울수록, 또 위기에 처할수록 민간 주도, 시장 주도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경제정책 ‘Y노믹스’가 담긴 경제정책 방향의 핵심은 규제 개혁과 세금 부담 완화다. 윤 대통령은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고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제도와 규제는 과감하게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녹록지 않은 경제 현실을 반영해 정부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제시한 3.1%에서 2.6%로 낮췄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존(2.2%)의 2배 이상인 4.7%로 올려 잡았다. 미국도 15일(현지 시간) 경제 전망을 대폭 수정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월에 내놓은 2.8%에서 1.7%로 1%포인트 넘게 낮췄다.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4.3%에서 5.2%로 크게 올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5일 28년 만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는 더욱 커졌다. 연준은 다음 달에도 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혀 다음 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다음 회의에서도 0.50%포인트 또는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1.75%)이 같아진 만큼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미 금리 역전→자본유출’ 우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994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끌어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데다 향후 고강도 긴축을 예고하면서 당장 다음 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커졌다. 외국인 투자금이 유출돼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이 다음 달 사상 첫 ‘빅스텝’(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다. 금리를 올리면 19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위험성이 커지고 경기가 둔화되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 “다음 금융통화위원회까지 시장 반응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 이창용 “금리 격차보다 시장 영향 보겠다”

미 연준이 14, 15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0.75∼1.0%에서 1.5∼1.75%로 올린 데 따라 202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상단이 같아졌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다음 달 26, 27일 FOMC에서도 0.5%포인트 또는 0.75%포인트 인상할 뜻을 밝혔다. 이 경우 기준금리 상단이 2.25% 또는 2.5%로 치솟는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정하는 다음 금통위는 7월 13일이다. 한은이 현재 연 1.75%에서 0.25%포인트만 인상하면 7월 말 금리가 역전된다. 한은이 사상 첫 빅스텝에 나서고 미 연준도 0.5%포인트만 올려야 금리 상단이 같게 유지된다.

이 총재는 16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가 끝난 뒤 ‘7월 빅스텝을 단행할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음 금통위까지 3, 4주 남아있어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미국과의 금리 격차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외환시장, 채권시장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JP모건은 15일 한은이 7월 빅스텝에 이어 8, 10, 11월 기준금리를 0.25%씩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한은이 올해 남은 4번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릴 것으로 봤다.
○ 추경호 “물가 안정 가장 시급한 현안”

과거 금리 역전이 대규모 자본 유출로 직결되지는 않았다. 앞서 한미 금리가 역전된 시기는 △1999년 6월∼2001년 2월 △2005년 8월∼2007년 8월 △2018년 3월∼2020년 2월이다. 이 시기 주식과 채권을 합쳐 외국인 자금은 순유입됐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16일 원-달러 환율(1285.6원)은 1년 전보다 15.1%(168.4원)나 올랐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보다 금리가 낮은 한국에서 외국인투자가들이 떠나지 않으려면 원화 가치가 높거나 국내 주가가 양호하게 가는 등 투자 매력이 있어야 하는데 과거보다 우호적인 환경이 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은으로서는 금리 인상 압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가면 다시 환율이 오르고 수입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한은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기도 어렵다. 금리 인상으로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기와 소비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취약차주와 한계기업들의 부실 위험성도 커진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는 한은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감수하고도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물가와 경기를 면밀히 살펴가며 금리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은은 16일 오전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이창용 한은 총재,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재정·통화·금융당국 수장이 처음 모였다.

추 부총리는 “정부와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는 인식 아래 총력을 다해 대응하겠다”며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유지하고 채권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할 경우 정부의 긴급 바이백(국채 조기 상환), 한은의 국고채 단순 매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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