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마비’ 넘어 ‘생산 마비’ 우려…건설도 올스톱 위기

이건혁 기자 , 최동수 기자

입력 2022-06-13 19:25 수정 2022-06-13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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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총파업 일주일째인 13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한 레미콘 공장에 레미콘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 출하가 중단되면서 레미콘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뉴시스

포스코가 13일 일부 제품 생산 공장을 멈추면서 산업계 전체에 파장이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제품은 자동차, 조선, 가전 등 전 분야에 걸쳐 반드시 필요한 원자재이기 때문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이 더 이어질 경우 ‘물류 마비’를 넘어 상당수 산업군의 ‘생산 마비’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최대 철강업체 포스코는 이날 포항제철소 선재 1~4공장의 모든 라인을 멈춰 세웠다. 냉연 제품의 경우 포항제철소에 위치한 두 개의 공장 중 가전제품과 건축용 소재를 주로 생산하는 2공장이 멈췄다. 올해 1분기(1~3월) 기준 포스코의 철강 제품 중 선재와 냉연의 비중은 각각 6.8%, 17.4%다. 그 동안 수차례 화물연대 파업을 겪었던 포스코가 공장 가동을 멈춘 것은 처음이다. 포스코는 화물연대 파업이 시작된 7일부터 포항제철소 하루 2만 톤(t), 광양제철소 하루 1만5000 t 등의 출하 차질을 겪어 왔다. 이에 자체 창고나 제철소 내부 도로나 공장 주변에 생산된 제품을 쌓아두는 식으로 대응해왔으나, 수용 한계를 넘어서면서 생산 중단에 나선 것이다.

현대제철도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로 인해 하루 4만 t의 제품이 제철소 내부에 쌓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현재까지 공장을 정상 가동하고 있지만, 당진제철소에서만 하루 1만8000 t이 적체돼 대응 여력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여름철이 다가온 만큼 열과 비를 피해야 하는 고가의 냉연 제품을 보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사태가 장기화되면 고로 가동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시멘트·레미콘 공장과 건설 현장도 올스톱 위기에 놓였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파업 닷새째인 이달 11일 하루 출하량은 1만1100 t으로 성수기 평균 일일 출하량(17만4000 t)의 6.3% 수준으로 떨어지며 하루에만 152억 원의 매출 손실을 입고 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재고 급증으로 완제품 생산을 멈춘 공장은 이미 꽤 된다”며 “반제품을 만들어두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멈출 수 있다”고 했다.

시멘트 출하량이 급감하면서 전국 레미콘 공장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레미콘 업체 중 대형사에 속하는 유진기업은 이날 전국 24개 공장 중 22곳을 멈춰세웠다. 삼표산업은 파업 이틀째인 8일부터 17개 모든 공장에서 레미콘 생산을 중단했다. 김영석 서울경인레미콘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미 수도권 레미콘 공급은 끊겼다”고 했다.

건설업계도 비상이다. 당장 콘크리트 타설이 필요한 골조 공사는 대부분 멈춘 상태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보통은 3~4월에 터파기 등 기초공사를, 6월에 골조 공사를 착수한다”며 “콘크리트가 가장 필요로 할 때 공급이 끊겼으니 현장이 멈출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주부터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 동안 출하 차질이 주를 이뤘다면, 앞으로는 저장능력 한계에 다다른 업체들을 중심으로 생산 중단이 시작될 것이란 분석이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진 자동차 업계는 이날 공동 대응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한국GM, 쌍용자동차, 르노코리아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 5곳과 부품업계가 참여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파업의 신속한 종료 외에는 사실 뾰족한 수단이 없다”며 정부와 화물연대의 협상 타결을 호소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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