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신경신호 읽고 치료까지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는…[기고]

김대수 KAIST 생명과학과 교수·뉴로토브 대표

입력 2022-06-09 03:00:00 수정 2022-06-29 17:5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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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수 KAIST 생명과학과 교수·뉴로토브 대표
뇌과학 발달로 다양한 치료법 개발
경쟁력 갖추려면 제도 뒷받침 필요


게티이미지코리아

‘우울하다’거나 ‘행복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감정은 뇌에서 만드는 신경 신호다. 따라서 우울이나 행복과 같은 감정은 실제로는 뇌에서 신경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통적인 심리학에서는 마음의 아픔을 느끼는 대상인 ‘나(self)’와 소통하면서 치료하지만 뇌과학에서는 뇌와 소통하는 데 주목한다. 뇌 과학의 원리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의 개발로 뇌의 신경 신호를 읽고 조절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뇌가 만들어 내는 이상 신호를 읽어 차단하거나 없어진 신경 신호를 뇌에 주입해 뇌질환을 치료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뇌를 읽는 기술은 언제부터 발전했을까? 1924년 독일의 생리학자 한스 버거는 두피에서 전기신호의 파동을 발견하고 ‘뇌파(EEG)’라고 명명했다. 뇌의 정신 활동을 두피에서 측정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발견이었다.

일론 머스크가 2016년에 세운 벤처기업 ‘뉴럴링크’는 신경 신호를 읽는 마이크로칩을 통해 생각만으로 사물을 움직이는 뇌-컴퓨터 접속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사지 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커서를 움직일 수 있고, 이를 이용해 컴퓨터 기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이는 뇌의 신경 신호를 컴퓨터와 실시간으로 연동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아기가 걸음마를 배우듯이 뇌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신경 신호로 컴퓨터를 조작하여 사물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학습한다는 것이다.

미국 일리노이대 존 로저스 교수 연구팀은 비교적 넓은 뇌 부위를 덮을 수 있는 유연나노소자를 개발했다. KAIST 이건재 김대수 교수 연구팀은 이 유연나노소자를 활용해 쥐의 뇌파 신호를 읽는 아이웹(iWEBS) 기술을 개발하여 보고한 바 있다. 마치 뇌와 신경으로 연결된 팔 다리를 움직이듯이 주변의 사물들이 뇌와 무선통신으로 연결되어 내 몸과 같이 움직일 수 있는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뇌를 읽는 기술 못지않게 뇌를 자극해 치료하는 기술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기술은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전기뱀장어에게 전기 충격을 받으면 통증이 완화된다고 믿었다. 그리스·로마 시대를 거쳐 이러한 전기 치료는 19세기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전기 자극에 의한 통증 치료는 몸의 통증 신호가 뇌로 전달되는 과정을 교란하거나 통증 신호를 억제하는 뇌신경을 자극한 결과이다.

프랑스 조셉 푸리에대 알랭 루이스 베나비 명예교수는 뇌에 전극을 심어 직접 자극하는 뇌심층자극술을 개발해 파킨슨병 치료에 적용했다. 도파민이 없어 제대로 걷지 못하는 환자의 기저핵을 뇌심층자극술로 자극하면 환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자유롭게 움직여 모두를 놀라게 했다. 최근엔 뇌에 전극을 심지 않고 뇌의 일부분을 자극하는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초음파로 신경을 억제하거나 자극하는 경두개초음파 자극술이 그것이다. 우울증, 알츠하이머병, 뇌전증, 허혈성뇌손상 치료에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뇌질환을 회복할 수 있는 기술들이 개발되면서 관련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2014∼2020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연평균 약 39%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으며, 2020년 전 세계 시장 규모는 1525억 달러로 추정된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뇌를 실시간으로 읽고 자극하는 장비 개발뿐 아니라 장비를 효과적으로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 개발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개인 정보를 보호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 뇌 정보가 유출되어 무분별하게 이용되거나 취약한 보안 조치로 해킹을 당할 경우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으므로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한국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후발 주자지만 세계적인 IT 기술 수준과 스마트 장비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관심도를 고려할 때 경쟁력 있는 강자로 부상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은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경쟁이 심하고 다른 IT 분야와 같이 최적의 기술만 살아남을 것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정부 및 산학연 협력을 통해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김대수 KAIST 생명과학과 교수·뉴로토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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