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품은 사진가’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3주기 추모 사진전 개최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22-06-07 17:04 수정 2022-06-0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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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일우 조양호 회장 추모 사진전’ 개최
세계 각지서 직접 촬영한 사진 전시
사진·여행 관련 물품 공개
각별했던 사진사랑… ‘앵글경영론’ 제시
조현민 사장 언론공개행사 참석


지난 2019년 4월 별세한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생전 사진 작품들이 3년 만에 대중에 공개됐다. 한진그룹은 7일 서울시 중구 서소문 소재 대한항공 빌딩 일우스페이스에서 조양호 선대회장을 추모하는 ‘故 일우 조양호 회장 추모 사진전’을 열었다.

생전 조양호 회장의 사진사랑은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일을 하면서도 한 손에는 언제나 사진기가 들려 있었다고 한다. 단순히 취미활동 뿐 아니라 업무로 여길 정도로 사진에 ‘진심’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조 선대회장은 사진에 대한 열정과 철학을 경영철학에도 녹여냈다고 한다. 카메라 앵글에 따라 사물이 새롭게 보이는 원리를 ‘수송보국’ 경영철학에 반영한 것. 관점 변화를 통해 기업 혁신을 추구하는 ‘앵글경영론’은 조양호 선대회장의 대표적인 경영철학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진전은 1관과 2관으로 구성됐다. 조양호 회장이 직접 찍은 사진으로 전시관이 꾸며졌다. 2관에서는 카메라와 여권, 시계 등 생전 조양호 회장이 사용했던 관련 물품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항공 산업을 이끈 역할에 걸맞게 여행 사진이 대부분이다. 특히 하늘에서 촬영한 사진이 많다. 조양호 회장의 하늘에 대한 애정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사진을 찍은 지역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 곳이 많다. 묵묵히 하늘 길을 개척하던 조양호 회장의 생전 발자취인 셈이다.

자주 사용한 물품도 눈여겨 볼만하다. 캐논이 만든 첫 전문가용 DSLR 카메라인 1D부터 1DS와 1DS 마크Ⅱ가 전시됐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직접 사용한 라이카 DSLR 카메라도 있다. 고도계 등이 있는 산악용 디지털시계와 GPS 장치, 애플 와치도 눈길을 끈다. 모두 사진을 찍을 때 각종 정보를 표시하는 기능이 포함된 장치다.
조양호 선대회장은 중학교 시절 부친인 조중후 한진그룹 창업주로부터 카메라를 선물로 받으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 부친과 여행을 자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사진 촬영에 대한 꿈을 키운 것으로 전해진다. 조양호 선대회장은 평소 “길 위에서 접하게 되는 풍경을 카메라가 담는 순간 무심한 자연이나 평범한 일상이 보석 같은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며 “부친이 선물해준 카메라를 메고 세계를 여행하면서 렌즈 속에 담아왔던 추억들이 가슴 속에 선연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바쁜 업무 속에서도 사진에 대한 안목을 높이는데 많은 공을 들이기도 했다. 국내외 사진 전문 잡지를 보면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스크랩하고 사진 전문가와 만나 미진한 부분을 고쳐나가는 노력을 기울였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양호 회장은 어떤 목적의 여행이든 길을 나설 때면 항상 카메라를 챙겼다. 해외 출장 중에도 멋진 풍광이 눈에 들어오면 차를 세워 촬영하는 열정도 보였다고 한다.
카메라와 함께하는 조양호 회장의 여행은 업무의 연장선이기도 했다. 시장 개척을 위해 취항하지 않는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의 다양한 곳을 찾아 다니면서 여행에 적합한 곳인지 새로운 노선을 개설할만한 지역인지 직접 확인했다. 지난 2002년 10월에는 중국 양쯔강을 탐험하면서 쌴샤댐과 거대한 양쯔강 물줄기, 주변의 도시들을 보면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소회했다. 2002년 당시는 대한항공이 지난, 옌타이, 샤먼 등 중국 대륙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는 시기였다. 당시 조 선대회장은 양쯔강에서 중국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조 선대회장은 새로운 여행지를 좋아했다. 한 곳을 여러 번 방문하기보다 안 가본 지역과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를 선호했다. 전시된 사진 소개 속 생소한 지역과 국가 이름을 통해 이러한 취향을 확인할 수 있다. 베트남 하롱베이와 터키 이스탙불, 중국 황산 등은 조양호 회장이 직접 항공노선으로 개발해 성공한 대표적인 취항지로 꼽힌다.
조양호 회장은 직접 촬영한 사진이 자신만의 것으로 남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진을 모아 달력으로 만들어 외국 기업 CEO와 주한외교 사절 등 국내외 지인에게 선물했다. 1장의 사진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2009년에는 세계 각지를 다니면서 틈틈이 촬영한 사진 124점과 이에 대한 해설을 260여 페이지에 담아낸 사진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사진집 속 사진은 하늘에서 지상의 풍경을 담아낸 다양한 사진을 비롯해 아름다운 하늘의 모습, 창공을 날아가는 새, 광활한 대지에서 뻗은 길 등 다양한 풍경으로 구성됐다. 스위스 알프스의 겨울 풍경을 담아낸 ‘제네바에서 체르마트를 가는 길’과 이집트 미의 여신인 이니스를 모시는 아스완 필래 신전의 회랑을 찍은 사진, 세계적인 화가 르누아르가 마지막 생애를 살았던 집 정원의 올리브 나무 숲 등은 조양호 회장의 열정과 애착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꼽을 수 있다.
사진에 대한 열정은 사회공헌활동으로도 이어졌다. 2009년 8월에는 잠재력 있는 사진가들이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본인의 호를 딴 ‘일우(一宇) 사진상’을 제정했다. 일우 사진상은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10년 4월에는 서울 서소문 사옥 1층에 시민들을 위한 문화전시공간 ‘일우스페이스’를 개관했다.

이날 일우스페이스에서 열린 추모 사진전 언론공개행사에는 조 선대회장 일가 대표로 조현민 (주)한진 사장이 참석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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