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열 회장의 대통령 사저 매입은 “역사적 유물 수집”?

김우정 기자

입력 2022-06-05 10:31:00 수정 2022-06-05 11: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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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논현동 MB 사저엔 김윤옥 여사 거주, 삼성동 옛 박근혜 사저는 텅 비어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 동아DB
전직 대통령의 사저(私邸)를 사 모으는 기업가의 값비싼 취미일까. 옛 주인의 ‘브랜드’ 가치를 노린 부동산 투자일까. 아니면 대통령의 기운을 받으려는 풍수적 노림수일까. 패션유통 기업가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이 3명의 전직 대통령이 머물던 사저를 잇달아 매입하면서 그 배경과 의도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경남 양산시 매곡동에 위치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옛 사저를 구입한 이 역시 홍 회장이었다. 홍 회장은 2월 17일 당시 현직 대통령이던 문 전 대통령으로부터 건물(329.44㎡)과 주차장(577㎡), 논 세 필지(76㎡), 도로 두 필지(51㎡)를 총 26억1662만 원에 사들였다. 5월 25일자로 등기부등본(등기사항전부증명서)상 소유권 이전이 완료돼 매입자가 누구인지 드러난 것이다.

마리오아울렛, 전재국 씨 소유 ‘허브빌리지’ 인수

홍 회장이 전직 대통령 사저를 매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홍 회장은 지난해 7월 공매 매물로 나온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를 111억5600만 원에 낙찰받았다. 앞서 2017년 3월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남구 삼성동 사저를 67억5000만 원에 매입한 바 있다. 홍 회장이 창업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마리오아울렛은 2015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가 소유하던 경기 연천군 허브 체험 농장 ‘허브빌리지’를 115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홍 회장의 이색적인 부동산 매입을 두고 전직 대통령 사저 ‘컬렉션(collection)’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홍 회장이 전직 대통령 사저와 부지를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주인이 바뀐 지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이 된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옛 사저는 현재 어떤 상태일까. 기자가 5월 31일 오전 10시쯤 논현동에 있는 이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았다. 골목길 사거리의 모서리에 위치한 곳으로 약 4m 높이의 붉은색 벽돌 담벼락이 50m가량 이어져 있다. 학동공원 인근 주택가에서 지하철 7호선 학동역 사거리 대로변을 잇는 사저 앞 학동로23길은 한적한 모습이었다. 높은 담장 탓에 내부 전경은 보이지 않았지만 지상 3층 높이 건물이 눈에 띄었다. 건물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철근콘크리트 구조에 평지붕 형태의 단독주택이다. 사저 부지는 673.4㎡, 건물 3개 층과 지하 1층을 합친 연면적은 1199.86㎡다.

이 전 대통령 측은 현재 논현동 사저를 놓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측과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2020년 10월 대법원으로부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 혐의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 원, 추징금 57억 원을 확정받았다. 같은 해 12월 서울중앙지검은 이 전 대통령의 논현동 사저 공매를 캠코에 의뢰했다. 공매 매물로 나온 이 전 대통령 사저 건물의 지분 절반과 사저가 위치한 대지를 홍 회장이 매입했다. 건물 지분의 절반은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 소유로 돼 있어 홍 회장이 절반밖에 매입을 못 한 것이다.

과거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살던 이 전 대통령 일가는 1978년 8월 논현동 사저를 매입했다. 사저 건물은 당시 현대건설 사장을 지낸 이 전 대통령을 위해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맨’을 거쳐 정치인으로 변모한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3월 구속 수감되기 전까지 대부분 시간을 논현동 자택에서 보냈다. 다만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는 종로구 혜화동 공관에 입주했고, 시장 퇴임 후 대통령 취임 전 약 20개월 동안은 종로구 가회동 한옥에서 전세를 살기도 했다.

사저 방호, 김윤옥 여사 경호는 그대로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전경(위)과 뒤쪽 모습. 동아DB, 김우정 기자

현재 이 전 대통령은 경기 안양시 안양교도소에 수감돼 있어 사저에는 김윤옥 여사가 계속 거주하고 있다. 사저 방호와 김 여사에 대한 경호는 대통령경호처가 담당하고 있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대통령경호법)에 따라 대통령경호처는 전직 대통령과 배우자를 퇴임 후 15년까지 경호할 수 있다.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전직대통령법)상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가 박탈되지만 ‘경호·경비’는 예외다. 사저 대문 앞을 지키고 선 대통령경호처 소속 경호 담당자에게 “지난해 사저가 공매로 다른 이에게 팔린 후 경호 시설엔 변화가 없느냐”고 묻자 “그런 것은 잘 모르겠다. 평소처럼 근무 중”이라고 짧게 답했다.

김 여사의 근황은 어떨까. 5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오랜만에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외출을 그다지 자주 하지는 않는 듯한데, 오랫동안 가까이 지낸 이웃집 안주인들을 불러 사저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가신(家臣)이라는 사람들이 홀로 지내는 영부인(김윤옥 여사)을 자주 찾아와 안부도 묻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 사저가 위치한 일대는 예전부터 고급 주택가로 유력 인사가 여럿 살고 있다. 중견 제약사 회장, 유력 도자기 회사 회장, 지역 일간지 사주 등이 이 전 대통령의 이웃사촌이었다. 현재 이 일대 곳곳에선 근린생활시설(주택가에 생활편의시설 용도로 승인된 건물)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인근 A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강남 일대에선 오래된 주택을 허물고 3~4층 높이의 근생(근린생활시설)을 짓는 게 유행”이라면서 “도산대로변에 있던 연예기획사들이 높아진 임대료에 부담을 느끼고 논현동 인근 신축 근생으로 이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물 면적이나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월 수천만 원 임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 사저의 현 시세는 어느 정도일까. B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1년 새 강남 땅값이 2배 정도 올랐는데 논현동이라고 예외는 아니다”라면서 “이 전 대통령 사저 근처에 있는 주택이 지난해 3.3㎡당 6900만 원에 팔렸는데 최근 시세는 1억4000만 원 정도로 2배 이상 뛰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단독주택 매매에서 중요한 것은 기존 주택보다 토지 가치”라면서 “이 전 대통령 사저 부지가 약 661㎡(200평)이므로 3.3㎡당 가격을 1억 원꼴로 계산하면 땅값만 200억 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매입 시점인 지난해 7월로부터 약 1년이 지난 현재 논현동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점을 감안해 “투자 관점에서 보면 홍 회장이 상당히 성공했다”는 것이 부동산업계의 주된 평가다.

“역사적 유물로 이해하고 수집” 전언

논현동 사저를 둘러싼 소송은 계속되고 있다. 이 전 대통령 부부는 지난해 7월 캠코 측을 상대로 공매처분 무효소송과 함께 매각결정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공매처분·매각결정 효력에 대한 집행정지도 신청했으나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지난해 11월 공매처분 무효소송 및 매각결정 취소소송 1심에서 패소한 후 항소했다. 공매처분 무효소송 2심에서도 패소했고 6월 8일 매각결정 취소소송 2심의 두 번째 변론을 앞둔 상태다.

이 전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 강훈 변호사는 5월 31일 ‘주간동아’와 통화에서 “김 여사가 건물 지분의 절반을 갖고 있음에도 캠코 측이 이를 토지와 함께 묶어 공매처분한 것은 잘못”이라면서 “이로 인해 김 여사는 건물 지분 절반에 대해 법으로 보장되는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로부터 이 전 대통령 사저 공매를 둘러싼 저간 사정도 일부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이 전 대통령과 홍 회장 사이에 인연이 있나

“전혀 모르는 사이다. 마리오아울렛이라는 기업을 운영한다고 하는데 나도 언론을 통해 접했다.”


공매 후 홍 회장 측으로부터 연락은 없었나.

“지난해 7월 낙찰 직후 그쪽(홍성열 회장)을 대리하는 변호사 사무실 측에서 서면으로 ‘대지와 주택 절반을 샀으니 나머지 절반을 보유한 영부인(김 여사)과 사저 활용이나 임대료 지급 등에 대해 협의하자’고 제안해왔다. ‘소송 중이므로 재판 결과를 보고 얘기하자’고 답했다.”


사저 매입 의도가 무엇이라고 하던가.

“소위 ‘웃돈’을 받으려고 그러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전직 대통령 사저를) 일종의 역사적 유물로 이해하고 수집하는 개념으로 샀다고 하더라.”


재판에서 최종 패소할 경우 계획은?

“만약 재판 결과 최종적으로 그쪽(홍 회장) 소유가 확정되면 여사님 생각으로는 가족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집을 되찾고자 한다.”


최종 패소하면 경호시설도 옮겨야 할 텐데.

“전직 대통령과 가족 경호를 위해 설치한 시설이므로 만약 (김 여사가) 이사를 갈 경우 함께 이전해야 하지 않겠나. 현재 경호시설 건물과 토지 모두 국가 소유다. 아주 상황이 복잡하게 됐는데 이게 모두 (김 여사 측의) 우선매수청구권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청소·경비업체 직원만 찾는 빈집”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옛 사저. 김우정 기자
2017년 5월 6일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가운데 서초구 내곡동 새집으로 이사하던 당시 모습. 동아DB
기자는 같은 날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 소유였던 삼성동 단독주택을 찾았다. 벽돌 담장 위 나무 사이로 2층 높이 집이 보였다.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484.8㎡ 대지에 지상 2층·지하 1층을 합쳐 연면적 317.35㎡ 규모의 벽돌조건물이다. 2017년 탄핵된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돌아온 집이기도 하다. 옛 사저 정문은 담장 너머 이웃한 삼릉초 후문 쪽 길과 이어져 있다. 작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118채 규모의 아파트 단지와 마주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살던 시절 버튼을 제거해 작동하지 않게끔 했다는 대문 옆 초인종도 그대로였다. 당시 인근 초등학생들이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가는 장난을 자주 쳐 그랬다는 얘기가 있다. 검은색 철문 틈 사이로 살펴도 인기척은 없었다. 다만 단전(斷電)은 되지 않았는지 담장 외벽에 붙은 전력량계가 깜빡이면서 수치를 표시하고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1990년 7월 삼성동 단독주택을 매입해 2013년 2월 대통령 취임 전까지 살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 별세 후 청와대를 나와 서울 중구 신당동과 장충동, 성북구 성북동 단독주택에서 거주하다 삼성동에 자리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인용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후 삼성동 사저로 돌아왔으나 곧 구속 수감되면서 다시 빈집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이 떠나고 주인이 바뀌었지만 삼성동 주택은 현재 비어 있다고 한다. 인근 주민들은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 “수개월에 한 번씩 청소하러 오는 사람이나 경비업체 직원 외에는 찾는 이가 없다”고 전했다. 2017년 집이 홍 회장에게 팔린 후 이렇다 할 대규모 증축이나 리모델링도 없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대표를 지내던 2000년대 초반 당직자와 언론인을 이 집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이때 언론을 통해 1층 응접실·드레스룸·주방·화장실, 2층 서재로 이뤄진 집 구조가 알려졌다.

인근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 일대 땅값은 3.3㎡당 1억 원 정도라고 봐야 한다”면서 “박 전 대통령 사저 부지는 입지가 좋고 네모반듯한 형태라 그 이상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옛 사저의 대지 면적은 약 482㎡(146평)이므로 단순 계산해도 가치가 146억 원가량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매물로 나온 삼성동의 대지면적 약 500㎡, 지상 2층·지하 1층 규모의 단독주택 호가는 156억 원이다. 5년 전 매입 시점과 비교하면 홍 회장은 2배 이상 차익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경남 양산시 매곡동에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옛 사저. 동아DB
“값싸고 위치 좋아서 매입”

전직 대통령의 사저를 잇달아 매입한 홍 회장은 어떤 인물일까. 홍 회장은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알려졌다. 1955년 충남 당진군에서 태어난 그는 1980년 자본금 200만 원으로 구로공단(현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에 ‘마리오상사’를 설립해 패션업계에 뛰어들었다. 1985년 론칭한 여성 니트 브랜드 ‘까르트니트’가 인기를 끌며 사업 규모를 키웠고, 2001년 국내 최초 도심형 아웃렛 쇼핑몰인 ‘마리오아울렛’을 서울 금천구에 개장했다. 1~3관까지 확장한 마리오아울렛의 성공으로 홍 회장은 국내 쇼핑몰업계의 대표주자로 부상했다. 개점 당시 500억 원가량이던 마리오아울렛 연매출 규모도 2020년에는 3000억 원을 돌파했다.

마리오아울렛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홍 회장의 탁월한 입지 선택이 꼽힌다. 당초 강남이나 명동이 아닌 가산동에 대규모 의류 매장을 여는 것에 주변에선 회의적 시선이 많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2005년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홍 회장은 “패션 하면 모두 강남에 가야 하는 줄 안다. 이건 엄청난 낭비다. 외곽으로 나가면 10분의 1 가격으로 건물을 지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지가가 비교적 저렴한 곳에 아웃렛을 조성해 건축 비용을 절감하는 전략이 주효했던 셈이다. 부동산 입지 선정에 능한 홍 회장이 사는 곳은 어딜까. 등기부등본상 홍 회장 거주지는 2002년 매입한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아파트다. 해당 아파트 단지의 매물이 지난해 9월 실거래가 38억6000만 원을 기록했다.

현재까지 홍 회장은 전직 대통령들의 사저를 사들인 이유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사저 매입을 통해 결과적으로 상당한 차익을 보긴 했지만, 세간의 이목을 고려하면 굳이 전직 대통령의 집에 거액을 투자할 이유가 있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주택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대통령이 탄생한 집의 풍수지리적 힘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말까지 떠돈다. 박 전 대통령 사저 매입 당시 그의 동생인 박지만 EG그룹 회장과 친분설이 나돌자 홍 회장 측은 “예전부터 강남 주택으로 이사를 가려 했는데 집값이 너무 비싸 기회를 보고 있었다”면서 “값이 싸게 나오고 위치가 좋아 매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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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342호에 실렸습니다]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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