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분의 1 확률 뚫은 탁구왕 유승민[김종석의 굿샷 라이프]

김종석 기자

입력 2022-06-04 09:00:00 수정 2022-06-04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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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타수 보다 3타 적은 앨버트로스 작성
장타 정확도 행운, 삼박자 대기록
지난해 홀인원, 2년 연속 짜릿한 손맛
“한국 탁구와 스포츠에 좋은 일 이어지기를”


홀인원보다 어렵다는 앨버트로스(기준타수 -3)를 작성한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가운데)이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유 회장은 제주 서귀포시 우리들CC에서 짜릿한 손맛을 봤다. 유승민 회장 페이스북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인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40)은 며칠 전 골프를 치다 짜릿한 경험을 했다. 기준타수 보다 3타를 적게 치는 앨버트로스를 처음 낚았다.

진기한 기록은 이달 초 제주 서귀포시 우리들CC(대표 이유성) 남코스 17번 홀(파5)에서 나왔다. 드라이버 티샷을 한 뒤 175m를 남겨둔 상황에서 타이틀리스트 5번 아이언으로 한 세컨드 샷이 홀로 빨려 들어갔다.


30년 구력 동반자도 처음 본 진풍경
앨버트로스는 그 확률이 200만분의 1로 알려졌다. 홀인원(확률 1만2000분의 1)보다 어렵다. 장타에 정확도를 겸비해야 하고 행운까지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당시 유 회장과 동반자였던 우리들CC 조장현 부사장은 “451m의 파5홀인데 화이트티가 조금 앞쪽으로 당겨진 상황이라 드라이버가 잘 맞으면 2온이 가능했다. 유 회장이 마지막으로 세컨드 샷을 했는데 완전히 핀을 향해 날아갔다. 그린에 올라가니 공이 안보여 확인하니 컵 안에 있어 다들 놀랐다. 30년 구력에 앨버트로스는 처음 봤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17번 홀은 페어웨이가 넓은 약간 오르막 경사에 있다. 장타자에게는 투온의 유혹을 갖게 하지만 그린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깊은 벙커들을 조심해야 한다.

유 회장이 앨버트로스를 작성한 우리들CC는 ‘황금곰’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면서 지형의 독특함을 살렸는데 제주 골프장 가운데 보기 드물게 한라산과 서귀포 앞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탁월한 풍광을 지녔다. 연평균 기온이 16.7도에 이르는 돈내코 지역에 위치해 있어 한겨울에도 온화한 편이라 사계절 라운드가 가능한 골프장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제주 나인브릿지에서 생애 첫 홀인원을 한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 유승민 회장 제공



엘리트 스타 거쳐 스포츠 행정가로 성공적 변신
탁구 스타 출신인 유 회장은 선수 은퇴 후 2015년 골프를 시작했다. 그리 길지 않은 구력이지만 남들이 부러워할 ‘기념비’를 골고루 세웠다.

앨버트로스에 앞서 지난해 제주 나인브릿지에서 홀인원을 낚았다. 하이랜드 코스 8번 홀(파3)에서 145m를 8번 아이언을 공략했는데 티샷한 공이 홀 안으로 사라졌다. 롯데 스카이힐 제주CC에서 해본 샷이글 1회를 포함해 이글도 3차례 했다는 게 유 회장의 설명이다. 유 회장은 “지난해 홀인원, 올해 앨버트로스를 했으니 해볼 건 거의 해본 것 같다. 내년엔 뭘 할지 궁금하다”며 웃었다.

유 회장의 베스트 스코어는 74타. 핸디캡을 물었더니 겸손하게 “보기 플레이어 정도라고 답했다. 코치 생활과 스포츠 행정가로 일하느라 골프를 자주 치거나 정식으로 꾸준히 배우지 못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유 회장은 ”사람들과 다양한 교류를 할 수 있고, 탁구와 비슷한 점도 있지만 다른 특성이 있다는 점이 골프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40대에 접어든 그는 바쁜 일정 속에 건강관리가 쉽지 않다고 털어 놓았다. 그래도 틈틈이 등산도 가고, 휴일엔 가끔 골프를 하고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꾸준히 하려 한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왼쪽)이 2004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의 왕하오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차지한 뒤 기뻐하고 있다. 골프 고수인 김택수 코치도 함께 환호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1997년 남자 탁구 최연소(15세) 국가대표로 뽑힌 ‘핑퐁 신동’ 유 회장은 한국 탁구의 에이스로 이름을 날리며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퇴 후에는 지도자 생활을 하다 IOC 선수위원, 탁구협회장을 맡으며 스포츠 행정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로탁구리그를 성공적으로 출범시키는 수완을 발휘했다. 홀인원 하면 3년 동안 재수가 좋다는 말을 한다. 여기에 앨버트로스까지 했으니 얼마나 운이 더 따를까. 유승민 회장은 ”탁구를 위해 열심히 뛸 따름이다. 탁구 뿐 아니라 스포츠 발전을 위해 부족하나마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골프 선수 안병훈의 아버지인 국가대표 탁구 감독 출신 안재형 씨(왼쪽). 동아일보 DB

다른 듯 비슷한 골프와 탁구
골프와 탁구는 공 사이즈가 비슷한 것을 빼면 별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공 무게는 탁구가 2.7g, 골프가 45g으로 크게 차이가 난다. 그래도 탁구인들은 ”두 종목은 닮은 구석이 많아 골프를 시작할 때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에서 뛰고 있는 골프 선수 안병훈의 아버지인 탁구 대표 출신 안재형 한국프로탁구위원회 위원장은 ”작은 공을 다뤄야 하므로 둘 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탁구는 상대 심리 상태를 잘 파악해 공략해야 하는 데 골프 대회에서도 심리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핸디캡 6인 김택수 미래에셋증권 탁구단 총감독은 ”하체를 고정하고 다리-복근-어깨로 연결되는 탁구 스윙은 골프와 흡사하다“고 분석했다.

사바나 클래식에서 개인 통산 두번째 앨버트로스를 작성한 문경준. 동아일보 DB

KLPGA투어에서 5명에게만 허용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앨버트로스는 5명에게만 허용한 대기록이다. 1995년 박성자가 88CC에서 열린 제1회 제일모직 로즈여자오픈에서 처음으로 기록했다. 가장 최근은 2019년 롯데렌터카여자오픈에서 전우리가 2001년 오미선 이후 18년 만에 작성했다.

장하나는 2016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개막전인 바하마 클래식 3라운드 8번홀(파4·218야드)에서 홀인원을 했다. 1950년 출범한 LPGA투어 사상 최초의 파4 홀인원이었다. 이 역시 단번에 3타를 줄인 앨버트로스(더블이글)였다. 장하나는 그린에 올라 큰 절까지 하며 환호했다. LPGA투어에서 사상 두 번째 파4 홀인원의 주인공은 호주교포 이민지다. 2016년 KIA클래식 3라운드 16번 홀(파4·275야드)에서 5번 우드로 한 티샷이 그린 바로 밖에 떨어졌고 왼쪽으로 내리막을 타더니 홀인원이 됐다. 파3홀에서도 해본 적이 없는 홀인원을 파4홀에서 한 것이다.

한국 남자 프로골퍼 문경준은 평생 한 번 하기도 힘든 앨버트로스를 두 번이나 했다. 지난해 3월 유러피언투어 케냐 사바나 클래식에 출전했다가 2라운드 7번홀에서 파4 홀인원을 기록했다. 문경준은 2009년 성남 남서울CC에서 열린 GS칼텍스 매경오픈 2라운드 9번 홀에서 앨버트로스를 처음 낚았다. 파5 홀에서 세컨드 샷을 홀에 집어넣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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