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수산-환경 통합관리해 ‘新해양강국’으로 도약하자

최동수 기자

입력 2022-05-31 03:00:00 수정 2022-05-3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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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날
“세계를 주도했던 국가들은 바다와 항구를 지배했다”
수산업-물류부터 에너지-자원관리 등 해양이슈 확장
해양수산부 업무 확대되면서 역할 재정비 필요한 시기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 설립 등 국가차원 전략 마련



《 이달 31일로 ‘제27회 바다의 날’을 맞이한다. 국민들에게 바다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해양수산인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바다의 날(매년 5월 31일)은 1996년 해양수산부가 출범하며 국가 기념일로 지정됐다.

해양수산부 출범은 1996년 일본과 독도 영유권 분쟁이 일어났을 때 국회에서 ‘한국에는 왜 해양 전담 부서가 없느냐’는 지적이 잇따른 게 계기가 됐다. 기존의 해운항만청(당시 건설교통부 외청), 수산청(농림수산부 외청)을 통합하고 건설교통부 수로국과 농림수산식품부 수산 업무를 가져와 해양수산부라는 이름의 독립된 부처가 탄생하게 됐다. 기능 중심으로 편성된 다른 부처와 달리 해수부는 중앙 부처에서 유일하게 바다라는 공간을 매개로 한 모든 이슈를 통합 담당하는 부처로 꼽힌다.

프랑스 석학 자크 아탈리는 ‘바다의 시간’이라는 저서에서 “역사적으로 세계를 주도했던 국가들은 바다와 항구를 지배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인류 역사에서 바다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강조한다. 윤석열 정부가 ‘신(新)해양강국’을 내걸고 ‘도약하는 해양경제, 활력 넘치는 바다공동체’를 실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해양수산 정책을 총괄하는 해양수산부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해양수산 분야를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은 결코 녹록하지 않습니다.”

이달 11일 취임한 조승환 신임 해양수산부 장관의 취임사는 엄중했다. 어촌 지역은 고령화를 넘어 소멸 위기의 경고음이 들리고 있고, 해운항만산업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미래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여기에 해양영유권을 둘러싼 연안 국가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깨끗한 바다에서 다양한 연안 활동을 즐기고 싶어 하는 국민들의 기대와 수요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해양수산 전문가들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심화되는 해양수산 이슈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해수부 특유의 통합 거버넌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해양 문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종합 전략을 마련하고 한국이 해양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주춧돌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물류부터 환경까지… 확장되는 해양수산 이슈
바다라는 공간을 다루는 만큼 해수부는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우선 바다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산업인 수산업과 해운물류산업을 진흥시키는 업무가 있다. 또 해운물류산업이 이뤄지는 항만을 짓는 인프라 조성 기능을 갖고 있다. 바다를 다니는 선박을 관리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어업인은 보호하고 지원하는 일종의 복지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수산물이나 영해 관련 외교·통상 업무는 물론 해양환경을 지키고 개선하는 일까지 하고 있다.

최근 해양수산 이슈를 둘러싼 정책 환경은 더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을 포함한 이웃 나라의 반발에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추진하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절차가 진행되면서 해산물 수입 증가에 따른 어업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발전사업자와 어업인들 간 의견 충돌도 벌어지고 있다. 기후변화가 심화되면서 연안 침식피해가 늘고 수산자원이 줄어들고 있어 바다라는 한정된 공간, 즉 자원을 이용하려는 주체들 간 갈등도 더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물류 대란과 중국 봉쇄로 항만에 물건이 쌓이는 등 글로벌 물류 이슈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해운산업 여건이 개선됐지만 글로벌 해운 선사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세계적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수소 선박 등 친환경 선박으로 기존 선박이 대체되는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바다 매개의 ‘통합 거버넌스’ 업그레이드”
해수부는 그동안 다양한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여러 위기를 극복해왔다. 2017년 한진해운 파산 등으로 위기를 겪던 해운사업 부활을 위해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최근 한진해운 파산 이전의 해운 매출액을 회복했다. 어촌뉴딜300 사업을 통해 어촌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정주여건 개선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해양플라스틱 전 주기 관리 등 해양폐기물 관련 정책 노하우를 바탕으로 올해 9월에는 세계 해양폐기물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국제해양폐기물콘퍼런스(INDC)’가 미국 외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부산에서 열린다.

해양수산 전문가들은 최근 다양한 해양수산 이슈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개별 산업적인 접근뿐만 아니라 바다를 둘러싼 각종 이해관계들을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수산업, 해운산업 등 전통적인 산업뿐만 아니라 해양에너지, 해양레저 등 바다와 관련된 이용행위가 증가하는 추세다. 섬 지역 균형발전, 해양바이오산업 육성, 해저이산화탄소저장 및 이용, 항만배후지역 부가가치 제고, 극지와 같은 해양경제영토 확대 등 새로운 이슈도 부상하고 있다.

수산업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총허용어획량(TAC·Total Allowance Catch) 관리, 어업규제 완화, 수산업 관련 각종 혁신성장 방안도 필요하다. 해운산업의 경우 국내외 환경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한편 자동화항만, 자율운항선박 등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
해양수산 전문가 “범부처 해양연안특위 필요”
이미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들은 물론 유럽과 미국 등 해양선진국들은 해양수산 관련 정부 체계를 재정비하고 있다. 미국은 1970년 해양대기청을 창설해 2010년 국가해양위원회를 만들고 국가 해양 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1981년 해양부를 발족시켜 1990년대부터 국가해양연안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2007년부터 종합해양정책본부를 두고 총리가 직접 본부장을 맡고 있으며 중국도 2007년 이후 국무원 산하에 국가해양우원회를 두고 있다. 각국별로 국가해양원회, 국가 해양연안위원회, 종합해양정책본부 등 이름은 다양하지만 추구하는 바는 동일하다. 바다와 관련된 정책을 조정하고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한 통합 거버넌스를 구축해 국가의 해양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이 같은 통합 거버넌스 구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조승환 장관은 5월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해양 영토 이슈, 국제 협력, 어민을 중심으로 하는 수산 행정 등이 모두 정책적 조정이 필요한 분야”라며 “해양연안특별위원회 신설 필요성에 개인적으로 공감하고,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해양한림원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공동으로 4월 개최한 토론회에서도 해양수산 전문가들은 “여러 부처가 한꺼번에 연관돼 있는 해양수산 이슈 해결을 위해서는 국가 전체의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통합조정기구인 ‘해양연안특별위원회(가칭)’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이기택 한국해양한림원 회장은 “해양수산부 설치 당시와 달리 해양수산부만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해양 관련 이슈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고, 범부처 차원에서 대응할 때 효과적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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