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300만원 안 되는데 미술품 재테크?”…갤러리스트의 컬렉팅 팁

김태언 기자

입력 2022-05-25 10:17 수정 2022-05-2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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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재 갤러리스트 인터뷰

연일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미술시장을 장악했다고 한다. 몇 백만 원대의 월급을 받으며 살아가는 MZ세대들은 의문을 가진다. 대체 저 MZ세대는 누구란 말인가.

미술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지만 괴리는 크다. 이에 “부를 물려받거나 갑자기 부를 쥔 젊은이들이 미술시장을 주도한다는 건 단기적으로는 맞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17년 째 서울 종로구 원앤제이 갤러리를 운영해온 박원재 대표다. 박 대표는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 미술시장의 질적 성장을 이끈다는 목적 하에 지난달 미술품 서비스 앱 ‘아티팩츠’를 런칭하기도 했다. 아티팩츠는 휴대폰 카메라로 그림을 찍으면 작품명, 제작연도, 가격 등 상세 정보를 알려주는 앱이다.

설문조사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최근 1년간 미술관 방문 경험이 있는 수도권 거주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200명 중 95명(47.5%)은 비싼 미술품 비용을 구매에 있어 가장 우려되는 지점으로 꼽았다. 실제 A4용지 2배 크기인 10호짜리 회화도 몇 백만 원을 호가하는 작품이 많은 현실 속에서 평범한 직장인이 선뜻 구매하기란 쉽지 않다.

22일 서울 종로구의 사무실에서 만난 박 대표는 “작품을 수집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작가 후원에 대한 징표로 보라”고 조언한다. 우선 젊은 작가들의 몇 만 원, 몇 십만 원대의 드로잉을 사라는 것. 그러면 자신이 투자한 작가에 대한 공부는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조사하면서 작가에 대한 확신이 들면 몇 백만 원짜리 회화가 싸다고 느껴질 수 있어요. 지금 비싸다가 느껴지는 건 컬렉터 스스로가 그만한 가치를 못 느끼는 거니까요.”

작가 발굴을 추천하는 곳은 졸업전시나 대안공간이다. 이곳에서 마음에 드는 작가를 발견해 기록한 뒤에는 젊은 작가 전시를 하는 갤러리로 넘어가면 된다. 겹치는 작가를 발견했다면, 그 작가와 관계 맺고 있는 다른 작가, 기획자, 평론가 등을 살핀다. 예를들어 작가 선택 기준을 ‘국립현대미술관 급 대형 미술관에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작가’로 삼는다면 이 관계를 통해 근거를 마련해나가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런 과정이 재밌다고 하면 좋은 컬렉터가 될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컬렉팅의 목적은 자아실현, 타인의 인정, 인테리어 등 다양하다”며 “저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이 컬렉팅을 하는 목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그 목적 달성의 수단이 미술품이어야 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답도 스스로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현 미술시장은 이러한 고민 없는 컬렉팅이 많다고 진단한다. “과연 이들이 자신이 소비하는 것들을 왜 소비하는가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는 것. 아티팩츠는 ‘누가 잘 나가냐’는 식의 질문만 난무한 현주소에 대한 회의감으로 시작됐다. 아티팩츠의 검색 결과에는 작가 활동 이력(CV·Curriculum Vitae)과 작가에 대한 평론도 함께 제공된다. 현재 약 87만 건의 정보를 확보했다. 박 대표는 “CV를 통해 작가의 지향점, 진정성 등을 파악하는 것이 익숙해지면, 더 안정적이고 건전한 미술시장이 만들어질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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