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상 위 ‘디지털 텃밭’에서 루꼴라를 키워봤습니다

홍석호 기자

입력 2022-05-18 14:15 수정 2022-05-1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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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대체 언제 키우나….’

지난달 18일 LG전자의 식물생활가전 ‘LG 틔운 미니’에 루꼴라 키트를 장착하며 처음 든 생각이다. 제품 안내 설명서엔 루꼴라를 완전히 키우는데 5주나 걸린다고 쓰여 있다. ‘죽이지 않고 키울 수 있을까’라는 걱정부터 ‘이게 제대로 크긴 클까’란 의구심까지 다양한 생각이 스쳤다. 틔운 미니로 루꼴라를 키우기 시작한 지 정확히 한 달이 지났다. 한 달은 금방 지났고, 루꼴라는 죽지 않고 제대로 자랐다.

LG 틔운 미니의 특성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단순함’이다. 제품 자체도 단순하게 생겼고, 식물을 키우는 방식도 간단하다. 제품을 놓고, 물탱크에 수돗물을 담고, 자신이 고른 전용 키트를 그 위에 얹기만 하면 식물을 키울 준비는 끝난다. 그리고는 5주(청경채, 쌈추, 루꼴라 등) 혹은 8주(메리골드 등) 동안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LG 틔운 미니의 상단에 위치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태양과 같은 환경을 조성해준다. 보통 화분에 식물을 기를 때처럼 볕이 잘 드는 곳에 따로 내놓을 필요가 없다. 물탱크에 넉넉하게 담아놓은 수분이 있기 때문에 하루 혹은 이틀에 한번씩 물을 줄 필요도 없다. 물탱크에 물이 줄어들면 제품에 부착된 부표가 낮아져 바로 알 수 있다. 물이 부족할 경우 LED 조명이 깜빡거리는 건 덤이다.

다만 식물을 기를 장소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24시간 전원을 켜놓은 상태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콘센트가 부족한 환경은 피해야 한다. 하루에 일정 시간은 LED 조명을 켜놓고 있어야 하기에 침실은 피하는 게 좋다. 가장 좋은 위치로는 거실 한켠이나 사무실 책상을 추천한다.

LG 틔운 미니로 루꼴라를 기르기 시작한 지 5일 만에 싹이 처음 났다. 그 뒤론 하루하루 관찰하는 재미가 생겼다. 처음 싹을 발견했을 때는 씨앗키트에 난 동그란 10개의 구멍 사이로 녹색이 얼핏 보이는 수준이었다면 일주일이 지나자 잎과 줄기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자랐다. 매주 물탱크 물을 한번씩 갈아주고 씨앗키트와 함께 동봉된 액체 영양제도 줬다. LG전자의 스마트홈 플랫폼 ‘LG ThinQ(씽큐)’ 애플리케이션에 틔운 미니를 연동해두니 물을 갈아줘야 할 때나 영양제를 줘야할 때를 스마트폰으로 체크할 수 있었다.

그렇게 4주를 기르자 충분히 먹을 수 있을 만큼 루꼴라가 컸다. 제품 설명서에 적힌 것보다 조금 빠르게 자란 듯 했다. 일부 잎을 솎아내 냉동피자 위에 얹으니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루꼴라 피자를 먹는 듯한 기분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일주일간 기르자 솎아내기 전 수준으로 다시 자랐다.

LG 틔운 미니를 사용하며 아쉬웠던 점은 단순한 만큼 도전적인 시도가 어려웠다는 점이다. 틔운 미니로 키울 수 있는 식물은 LG전자에서 출시한 씨앗키트뿐이다. 조명 지속시간이나 조명 밝기를 여러 단계로 조정할 수 있긴 하나 씽큐 앱에서 추천하는 14시간이나 5단계 밝기 외에 다른 선택지를 선택하기는 어려웠다. 또 루꼴라가 자랄 때마다 수확해서 그런 탓인지 높이조절이 가능한 부속품 ‘연장 막대’의 필요성도 크지 않았다. 오히려 연장 막대로 틔운의 높이를 높게 만들자 LED 조명과 식물의 거리가 멀어져 생장이 더뎌진 듯한 느낌도 받았다. 또 씨앗키트가 한 번에 하나의 식물만 키울 수 있다는 점도 다소 아쉬웠다.

틔운 미니의 장점은 사무실 등의 공간에서 안정적으로 식물을 쉽게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바쁜 일상에 식물에 물주는 것을 잊는 사람이더라도 눈앞에서 쉼 없이 깜빡이는 LED 조명을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다. 반대로 적당량을 몰라 물을 많이 줘 식물을 죽여 본 경험이 있는 사람도 틔운 미니를 통해 쌈채소나 화훼류를 쉽게 키울 수 있다. 또 식물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주는 작은 즐거움이 있다. 틔운 미니로 루꼴라를 기르기 전엔 알지 못했던 감정이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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