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훈 “이 코스만 오면 신이 돕는 듯, 이글 후 ‘우승 경쟁’ 예감”

뉴시스

입력 2022-05-16 08:56 수정 2022-05-1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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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총상금 910만 달러)을 통해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최초의 한국 선수로 남게 된 이경훈(CJ대한통운)은 12번홀 이글을 변곡점으로 꼽았다.

이경훈은 1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2)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9언더파 63타를 쳤다.

최종합계 26언더파 262타를 적어낸 이경훈은 조던 스피스(미국)를 1타차로 따돌리고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마지막 날 10타를 줄인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도 이경훈에게 2타 뒤졌다.

이경훈은 우승 직후 국내 취재진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새벽부터 지켜봐 주셔서 감사하다. 디펜딩 챔피언이 돼 꿈만 같다. 기분이 좋다”고 감격스러워했다.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 세바스티안 무뇨스(콜롬비아)에게 4타 뒤진 공동 6위를 기록하던 이경훈은 전반에만 버디 5개로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좀처럼 1위는 잡히지 않았다. 그가 마침내 리더보드 최상단을 차지한 것은 파5홀을 3타 만에 마친 12번홀 이후였다.

이경훈은 “4라운드 시작 전에는 타수차가 좀 있었고 선수들이 쟁쟁했기에 우승까지 바라보진 않았다. 좋은 모멘텀을 다음주로 이어가자는 생각으로 했는데 2번홀 20m 정도 되는 롱퍼트가 들어가면서 잘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반에 버디를 (5개나) 잡아도 선두가 아니더라. ‘역시 다들 타수를 줄이는구나’라는 생각으로 내 플레이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면서 “12번홀 이글을 잡고 ‘우승 경쟁에 뛰어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12번홀의 티샷을 페어웨이로 보낸 이경훈은 두 번째 샷을 홀컵 1m 옆으로 바짝 붙였다. 바람이 불어 쉽지 않은 시도였지만 보란 듯이 해냈다. 두 번째 샷 후 황급히 자리를 옮겨 샷의 궤적을 바라볼 정도로 12번홀은 중요했다.

이경훈은 “12번홀 티샷이 잘 맞았다. (두 번째 샷도) 잘 맞았는데 바람으로 공이 얼마나 휠지 알 수 없었다.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는데 핀 왼쪽으로 가면 안 되는 상황이라 나도 모르게 달려가서 봤다. 그때 이글이 큰 힘이 됐다”고 웃었다.

공교롭게도 과감한 변화들을 시도한 직후 거둔 우승이라 의미가 남달랐다.

이경훈은 “뭐가 부족한지 길을 못 잡고 있었다. 이것저것 시도했는데 정리가 안 돼 원래했던 코치님과 다시 하게 됐고, 작년에 계셨던 코치님께 멘탈 조언을 구했다”고 소개했다.

퍼터를 일자에서 투볼형으로 바꾼 것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가 됐다.

1944년 텍사스 빅토리 오픈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이 대회는 목장에서 일하기 위해 만 34세에 은퇴한 바이런 넬슨의 유산을 기리기 위해 1968년부터 지금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이경훈은 톰 왓슨(1978~1980년), 샘 스니드(1957년~1958년), 잭 니클라우스(1970년~1971년)에 이어 이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네 번째 선수가 됐다. 한국 선수 최초의 PGA 투어 타이틀 방어 성공이라는 업적까지 달성했다.

“방금 이야기를 들었다. 레전드 분들과 함께 이름이 거론된다는 게 영광스럽다”는 이경훈은 “다음주 메이저대회가 있어서 좋은 모멘텀만 가져가겠다며 마음을 비운게 오히려 좋은 플레이로 나온 것 같다. 이 코스만 오면 마음이 편하다. 신이 도와주는 것처럼 모든 게 잘 풀린다”고 미소를 지었다.

특히 부모님과 아내, 아이 등 가족들이 지켜보고 있었기에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이경훈은 “부모님이 미국에 계실 때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몇 달 계셨는데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려서 마음의 짐이 있었는데 나도 뿌듯하다”고 전했다.

오랜 기간 자신을 지원해준 CJ대한통운, 비비고의 언급을 빼놓지 않은 이경훈은 “새벽부터 응원해준 팬들께 감사드린다. 안 될 때도 응원해주시고, 잘했을 때는 좋아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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