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마다 아이들과 점프볼… 가족과 즐기는 ‘만점슛’

김상훈 기자

입력 2022-05-07 03:00 수정 2022-05-07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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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정철웅 고려대 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
연구실에 실내자전거 등 기구 갖춰 주 2,3회 30분씩 운동습관 들여
부족한 운동은 주말에 농구로 보충… 세 아이와 놀아주다 보면 땀 범벅
“가족 유대감도 높아져 일석이조”


정철웅 고려대 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주말마다 아이들과 함께 농구를 즐긴다. 정 교수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활동량을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했다. 정 교수가 병원 인근에 있는 농구장에서 공을 다루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정철웅 고려대 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48)는 봉사 활동을 많이 하는 의사로 유명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전에는 매년 저소득 국가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세로 접어들면서 올해 가을에는 다시 의료봉사를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간이 남아서 봉사 활동을 하는 건 아니다. 늘 시간에 쫓기며 산다. 환자 진료, 연구 과제 수행, 논문 작성, 학회 업무까지…. 기자와 인터뷰하는 날에도 정 교수는 새벽 수술에 이어 오전 외래 진료까지 마쳤다고 했다.

정 교수도 체력이 떨어짐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3년 전 콜레스테롤과 혈압 수치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운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다. 정 교수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 연구실에서 ‘홈 트레이닝’
정 교수는 “운동은 습관”이라고 했다. 바쁘니까 운동하지 못한다는 답변은 핑계에 불과하다. 너무 바쁘니 시간이 생길 때만이라도 운동하는 건 어떨까. 정 교수는 ‘짬’을 내 운동하는 이런 방식에 찬성했다. 다만 앞뒤가 바뀌었다고 했다. 짬이 날 때 운동하는 게 아니라 운동하기 위해 일부러 짬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시간적 여유가 생길 때 한두 번 운동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속하는 게 어렵다. 얼마 못 가서 “쉬는 시간엔 쉬자”라며 운동을 자연스럽게 중단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부작용을 막으려면 운동할 시간대를 정하고, 가급적 그 시간대에 운동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중도 포기 없이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정 교수의 첫 번째 운동 철학이다.

정 교수는 오후 6∼7시를 운동하는 시간으로 정했다. 그 전의 2시간은 바쁘게 지나간다. 오후 5시 무렵 병원 구내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6시까지 환자 회진이나 밀린 업무를 모두 끝낸다. 운동은 주로 연구실에서 한다. 정 교수는 “연구실에 소박한 홈 트레이닝 시스템을 설치했다”며 웃었다. 거창하지는 않다. 실내 자전거가 설치돼 있고, 바닥에는 운동용 매트가 깔려 있다.

먼저 10여 분 동안 자전거를 탄다. 그 다음에는 코어 근육을 강화하기 위한 종목 위주로 20여 분 동안 운동한다. 모든 운동을 끝내는 데는 약 30분이 소요된다. 정 교수는 최소한 매주 2, 3회 이상 이 운동을 한다. 병원 업무가 늦게 끝나거나 갑작스러운 약속 때문에 이 시간대를 놓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오후 9∼10시에 집에서 똑같이 운동한다.


○평생 취미, 농구로 활동량 보충
취미를 운동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 교수에게도 그런 취미가 있다. 바로 농구다. 정 교수에게 농구는 홈 트레이닝의 부족한 운동량을 채우는 보조 수단이다.

정 교수의 키는 183cm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키가 컸다고 한다. 사실 정 교수가 좋아해서 시작한 운동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민첩하거나 날쌔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래도 막상 해 보니 농구만큼 재미있는 운동이 없는 것 같았다.

고교 시절에는 입시 공부 때문에 농구를 별로 하지 못했다. 대학에 입학한 후로 맘껏 농구를 즐겼다. 친구들끼리 팀을 만들어 자주 3 대 3 길거리 농구를 했다. 특히 2008년 신장, 간장, 췌장 등의 장기 이식 관련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에 임상강사(펠로) 연수를 갔을 때 농구를 자주 했다.

2년 후 정 교수는 귀국했다. 이후 다시 바빠졌다. 농구를 즐길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함께 농구공을 튕길 동료들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나이 마흔을 넘기면서 농구를 계속 하는 게 좋은지 의문도 들었다. 심폐기능 개선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부상의 우려도 있고 특히 무릎과 어깨 관절이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농구와 서서히 멀어져갔다. 그러다가 4, 5년 전부터 다시 농구에 빠져 들었다. 함께 농구를 즐기는 멤버들은 다름 아닌 가족이었다.


○‘아이와 놀기’, 또 다른 최고의 운동법
정 교수는 고1, 고3과 초등 6학년 등 세 명의 아이를 두고 있다. 아빠가 농구를 좋아해서인지 아이들도 모두 농구를 좋아한다. 둘째 아이는 학교 농구 팀에서, 막내 아이는 프로농구의 유소년 농구팀에서 뛰고 있다.

아이들과 놀아주다 보니 정 교수의 의지와 무관하게 휴일마다 농구를 하게 됐다. 대략 30분 정도 뛰는데, 아무리 아이들과의 경기라 해도 운동량이 적지 않다. 운동을 끝낼 때쯤에는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될 정도다.

서울 근교에 있는 아이들의 외할아버지 댁에 농구대를 설치했다. 덕분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휴일에 시골에 간다. 가끔 아이들의 삼촌 가족까지 모이면 3 대 3 농구가 가능해진단다.

시골 할아버지 댁에 탁구대도 마련했다. 농구가 끝나면 탁구 차례다. 이 또한 30분 정도 즐긴다. 정 교수의 영향을 받아 아이들이 농구를 시작했다면, 탁구는 아이들이 좋아해서 아빠인 정 교수가 배웠다. 농구와 탁구에 이어 캐치볼도 한다. 결국 휴일마다 최소한 1시간 이상의 ‘격렬한’ 운동을 하는 셈이다.

정 교수는 주말 산행이나 골프를 거의 하지 않는다. 혼자만 즐기는 운동은 가족에게 부담만 될 뿐이란 생각에서다. 그보다는 가족과 함께 시골집에 가서 쉬면서 운동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정 교수는 “가족과 유대감도 높이고 운동량도 높이는 일석이조의 건강법이 아니겠는가”라며 웃었다. 이처럼 가족과 함께 생활 속에서 즐기면서 운동하는 것, 바로 정 교수의 두 번째 운동 철학이다.

운동 시간대 2개 이상 미리 정해 짧은 프로그램 위주로… 가족과 함께 땀 흘리면 정서적 도움

정철웅 교수는 연구실에 실내 자전거 등 장비를 비치해 놓고 시간 맞춰 운동을 한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정철웅 교수의 건강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가 짬을 내서 운동하는 게 아니라 운동하기 위해 시간을 정해 놓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가족과 함께 놀면서 운동하는 것이다. 정 교수는 “누구나 실천이 가능하다”고 했다.

첫째, 직장인의 경우 낮과 이른 저녁 시간대에 운동할 시간을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운동할 시간대는 미리 2개 이상 정하도록 한다. 자신의 생활 패턴을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가령 출근하기 전인 오전 6∼7시와 퇴근하고 저녁 식사를 끝낸 후인 오후 9∼10시로 잡는 것도 방법이다.

둘째, 운동 프로그램을 짠다. 이때는 20∼30분의 짧은 시간에 마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게 좋다. 그래야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운동 프로그램을 짜주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정 교수의 경우 △줄 없이 줄넘기하기 △천장 보고 누워서 발차기 △누운 채로 발뒤꿈치 잡기 △스쾃 △팔굽혀펴기 △등 뒤로 의자에 팔 짚고 팔굽혀펴기(트라이셉스 체어딥) △크런치 △런지 △플랭크 등 9가지 동작을 이어 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셋째, 모자란 운동량은 평소 생활에서 보충한다. 정 교수는 3개 층 이하는 가급적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다.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산책을 할 때도 있다.


넷째, 주말엔 가급적 약속을 줄이고 가족과 어울린다. 운동 종목을 정할 때는 아이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게 좋다. 정 교수는 “가족과의 주말 운동은 운동 효과를 떠나서 가족의 유대감을 키워 정신적 만족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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