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이 항생제 내성 키웠나?…병원내 감염↑
뉴시스
입력 2022-05-03 15:57 수정 2022-05-03 16:42
미국에서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항생제 내성(AMR) 문제가 심화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병원에서 코로나19 감염을 통제하기 위해 항생제 처방을 늘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항생제 사용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세번째로 높은 우리나라도 코로나 유행 이후 항생제 내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영국 의료 전문 매체 메디컬뉴스투데이에 따르면 최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유럽 임상미생물학 및 감염질환 학회(ECCMID)에서는 코로나19 유행이 미국 병원의 항생제 내성(AMR)에 미친 영향을 평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박테리아나 미생물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게 되면 일반적인 감염의 치료에도 어려움이 생긴다. 2019년 전 세계적으로 120만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감염으로 사망했다. 이런 내성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는 것이 항생제의 과다 처방이다.
연구팀은 미국 병원 271곳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 7월1일~2020년 2월29일과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인 2020년 3월1일~2021년 10월30일의 AMR 감염률을 비교했다. AMR 발생 비율은 코로나19 유행 이전 100명당 3.54명이었고 유행 이후에는 100명당 3.47명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의 AMR 감염률은 100명당 4.92명,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의 감염률은 4.11명에 달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들의 감염률만 100명당 2.57명으로 낮았다.
연구팀은 또 환자들이 병원에 입원하기 전후의 감염률을 비교 분석했다.
입원 후 2일 이내 발견된 감염은 AMR 감염률이 코로나19 유행 이전 2.76명에서 유행 이후 2.61명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입원 후 2일 이후에 발견돼 병원에서 감염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의 경우 AMR 감염률이 0.77명에서 0.86명으로 상승했다.
코로나19 양성 환자들의 병원 내 AMR 감염률이 100명당 2.18명으로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유행 기간 2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한 항생제 처방이 AMR 감염률 상승의 원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연구에 참여한 약학자 카리 바우어 박사는 “이것은 대유행 기간의 감염 통제와 항생제 관리 지침, 코로나19의 심각성, 긴 입원 기간 등 다양한 요인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며 “병원에서의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감염 통제와 항생제 지침을 최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감염병 전문가인 애런 글랫 박사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엄청나게 향상됐고 새로운 코로나19의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처방할 필요는 없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장기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OECD에서 3번째로 항생제 사용이 많은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유행 이후 항생제 내성 문제가 표면화될 여지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항생제 처방률은 최근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1년 24.67%에서 2020년 15.95%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 변이의 유행으로 확진자가 급증한 지난해에는 페니실린 계열 항생제와 마크로라이드 계열 항생제 등의 처방이 반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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