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안들리고 손에서 컵 ‘뚝’, 죽겠다 싶었죠…걷고 달리며 건강관리해”[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 기자
입력 2022-04-30 14:00:00 수정 2022-04-30 14:01:37

김영기 씨(61)는 삼성스포츠단 간부로 있던 2013년 4월 뇌경색으로 병원신세를 지고서야 술을 끊은 뒤 달리고 걷기를 생활화하며 건강을 되찾았다. 엄청난 ‘말술’로 유명했지만 생과 사의 갈림길을 경험한 뒤에는 절제하며 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지금은 매일 2만보 이상을 뛰고 걸으며 건강한 노년을 준비하고 있다.
“2013년 당시 프로축구 수원 삼성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 일본 도쿄와 서울을 오가며 술을 많이 마셨어요. 그러다 서울 강남 사무실에 출근했는데 힘들더라고요. 과음 탓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가 했는데…. 한쪽 귀가 안 들렸고 손에 있던 휴대전화와 물컵도 떨어뜨렸어요. 서 있는데 누가 몸도 자꾸 왼쪽으로 치우친다고 해서 사내 의사를 찾았죠.”
사내 의사가 뇌경색으로 판단하고 바로 119구급차를 불러 그를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했다. 오른쪽 경동맥이 막힌 것으로 나타났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 일 날 뻔했다. 정밀검사를 받았더니 부정맥이 원인이었다. 1주일 치료 받은 뒤 퇴원했다. 부정맥 치료를 1년 더 받았다. 그 1년은 술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

몸을 추스른 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건강관리를 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의사는 운동도 하지 말고 사우나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난 그 반대로 했다. 물론 절대 무리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평소 즐기던 걷기와 달리기, 등산으로 체중 감량에 나섰다. 2년 만에 70kg까지 줄였다. 최고 체중에서 무려 27kg을 감량한 것이다. 부정맥을 포함해 당뇨 등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70~72kg을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버린 옷만 한 트럭이 넘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탄천은 매일 달리고 걷습니다. 날씨가 너무 추워 밖으로 못 나갈 정도가 되면 지하 주차장을 돌거나 아파트 피트니스센터에서 달리죠. 비는 상관없어요. 우비를 입고 냅다 달립니다.”
달리긴 하지만 마라톤 42.195km 풀코스에는 출전하지 않는다. 몸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나이에 맞게 즐겁고 재밌게 달리는 게 최고”라고 했다. 공식 대회 출전은 10km가 최고다. 1년에 3회 정도 10km를 1시간 이내로 완주한다. 최근 비무장지대에서 열린 DMZ 9.19km 마라톤도 완주했다. 지인들과 골프를 칠 경우에도 카트를 타지 않고 걷는다. 라운드를 마치면 1만5000보는 걷는다. 그는 속칭 ‘BMW(버스, 메트로, 워킹)족’으로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걸어서 이동한다. 많이 걸을 땐 하루 4만보 이상 걷는다.

그는 지금까지 가본 산 중 최고로 지리산을 꼽았다. “정상에 올랐을 때 산세가 좋고 어딜 가든 새로운 느낌 이었다. 그리고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걷기 코스로는 숲 속을 걷는 제주 곶자왈이 최고라고 했다.

“달리고 걸으면서 고민이 없어졌어요. 머리 아플 때 달리거나 걸으면 모든 게 해결됩니다. 과거 복잡한 것들도 정리되고 내일 뭘 해야 할 지도 명확해집니다. 제가 운동하면서 실수를 하지 않습니다. 운동은 정신을 맑게 해줍니다. 정말 좋아요.”
운동에 집중하면서 원망도 사라졌다.

김 씨는 지난해 3차례로 나눠 제주 올레길 26코스 425km를 완보했다.
삼성스포츠단을 나와 대한수영연맹과 대한체육회에서도 일했던 그는 지난해 모든 일을 접고 건강 챙기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스포츠 쪽에서 오래 일하다보니 요즘엔 가끔 도와달라는 단체가 있으면 도와주고 있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게 사는 게 최대의 목표”라고 했다.
김 씨는 자전거도 한 3년 탔다. 집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왕복 80km를 자주 오갔다. 자전거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줬다. 달라고 걷는 것은 길어야 20~30km이지만 자전거는 100km도 가능했다. 풍광을 즐기며 운동도 하고…, 일석이조였다. 하지만 주위에서 자전거 사고로 크게 다치는 것을 보고 이젠 타지 않는다. 그는 “축구단 농구단에서 함께 일했던 친구가 자전거 타다 얼굴을 완전히 갈아가지고 온 것을 보고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접었다”고 했다.

김 씨는 체중을 감량하고 걷는 재미를 붙이기에 가장 좋은 코스는 북한산 둘레길이라고 했다. “거리와 난이도에 따라 다양한 코스가 개발돼 있기 때문에 수준에 맞춰 도전하다 보면 산을 타는 재미를 느끼고 확실하게 살을 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건강이 없으면 100세 시대도 없다. 걷고 달리면 건강은 반드시 따라 온다”고 강조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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