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삼성-GS ‘소형모듈원전 선점’ 뭉쳤다… 美 전문사와 합작

이건혁 기자 , 곽도영 기자

입력 2022-04-27 03:00 수정 2022-04-27 03:19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전 세계 SMR발전소 건설-운영, 美 뉴스케일파워와 공동 추진
미래 먹거리 차세대 원전 꼽혀… SK는 美 테라파워에 투자 검토
현대-우진 등도 SMR 사업 추진



국내 기업들이 에너지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 관련 사업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새 정부가 SMR로 대표되는 차세대 원전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방침이어서 국내 기업들의 투자 및 연구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GS에너지와 삼성물산,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는 미국 SMR 전문회사 뉴스케일파워와 전 세계 SMR 발전소 건설 및 운영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26일 밝혔다. 뉴스케일이 보유한 SMR 설계 기술을 활용해 GS에너지는 발전소 운영, 삼성물산은 발전소 시공, 두산에너빌리티는 발전 기자재 공급을 맡는다는 구상이다.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은 “탄소중립을 효과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수단이 SMR”라며 “뉴스케일과 한국의 원전 및 발전사업 역량이 어우러져 전 세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용 대형원전은 통상 1000MWe(메가와트e)급이다.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이 따로 설치되기 때문에 이들을 배관으로 연결해야 한다. SMR는 발전 용량이 300MWe 이하로 작지만 하나의 모듈에 모든 기능이 담겨 있는 일체형 구조다. 그만큼 배관 파손에 따른 방사능 누출 우려가 낮다.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등의 문제는 여전하지만, 유럽연합(EU)이 엄격한 조건하에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원자력을 포함시키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손잡은 뉴스케일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 인증을 획득한 유일한 회사다. 현재 미국 아이다호주에 2029년 상업 운전 개시를 목표로 SMR 12기로 이뤄진 원전 단지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8일(현지 시간)에는 SMR 기업 중 최초로 미 증시에 상장될 예정이다.

국내 기업들은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펼친 뒤 해외 원전 시장과 SMR 분야로 눈길을 돌려왔다. 한국이 세계 상위권 원전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었던 만큼 원전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재무적 투자자들과 함께 2019년 4400만 달러(약 550억 원), 2021년 6000만 달러(약 750억 원) 등을 뉴스케일에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다. 뉴스케일이 진행하는 원전 프로젝트에 31억 달러(약 3조8750억 원) 규모로 SMR 관련 기자재를 공급하기로 했다. 삼성물산(5000만 달러), GS에너지(투자 규모 비공개) 등도 뉴스케일의 손을 잡았다.

SK그룹도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 산업 분야로 SMR를 점찍고 투자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현재 유력하게 검토 중인 곳은 미국 SMR 벤처기업 테라파워다. 테라파워는 2006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3500만 달러(약 437억 원)를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게이츠 창업자는 현재 테라파워 이사회 의장이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에너지부와 손잡고 미국 서부 와이오밍주에 345MW(메가와트) 용량의 SMR를 건설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SK는 수백억 원 규모의 지분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대건설, 우진 등도 SMR를 신사업 분야로 추가하고 나섰다.

기업들은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SMR를 차세대 원전으로 지목하고, 수출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2012년 SMR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지만 이후 국가 정책 탓에 경쟁력이 떨어졌다”며 “SMR는 장점이 명확한 만큼 지금이라도 투자를 늘려 기술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