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 골든타임은 30분… 흉통 느껴지면 곧바로 병원에 와야”

홍은심 기자

입력 2022-04-27 03:00 수정 2022-04-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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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장호 건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심근경색 환자 30% 치료 놓쳐 사망… 빠르게 대응하면 기능 거의 정상화
혈액검사보다 빠른 심전도 추천
스텐트 시술, 합병증은 적지만… 항응고제 계열 약 복용도 중요


작년 국내에서 심근경색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2만2231명으로 환자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심근경색은 암에 이어 국내 사망원인 2위인 심장질환중 하나로 위험한 질환이다. 사진은 배장호 건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심근경색의 원인과 스텐트 시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건양대병원 제공

2020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암에 이어 국내 사망원인 2위는 심장질환이다. 심장질환은 평소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갑작스럽게 발병한다. 특히 급성 심근경색은 돌연사의 주된 원인이다. 혈관의 빠른 수축, 혈전 등으로 심장에 산소와 영양공급이 줄어들어 심장 괴사가 일어난다. 적극적인 치료와 예방이 필요한 이유다. 심근경색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배장호 건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에게 자세히 알아봤다.

―심근경색의 발생 원인은 무엇인가.

“심근경색은 심장혈관이 갑작스럽게 막혀서 심장근육의 조직이나 세포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심장 근육이 기능을 소실해 심장 마비, 쇼크가 오기도 하고 심부전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한다. 혈관이 막히는 직접적인 원인은 혈관 안에 노폐물이 쌓이는 동맥경화 때문이다. 혈관이 찢어지거나 터지면서 갑자기 혈전이 달라붙어서 막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접적인 원인으로는 당뇨병, 고지혈증, 혈압, 흡연, 스트레스와 같이 심근경색증을 쉽게 유발할 수 있는 선행 인자나 위험 요소의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아서 발생한다.”

―심근경색은 돌연사의 주요 원인인 만큼 조기에 인지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심근경색증 환자 10명 중 3명은 병원에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해 급사한다. 나머지 70% 환자만이 병원에 와서 치료를 받는데, 대부분의 환자가 ‘평상시에 멀쩡했다’ 혹은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쓰려졌다’고 얘기한다. 분명 선행되는 증상이 있지만 인지하기가 어렵다. 쥐어짜는 듯한 흉통이 가장 주요한 증상이고 고령 환자에서는 숨이 가쁜 증상, 식은땀, 어지러움, 구토, 혈압이 떨어지는 등 증상이 다양하다. 당뇨병 환자라면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까지 환자나 보호자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나.

“갑자기 흉통이 느껴진다면 환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어떻게든 빨리 병원에 도착하는 것이다. 시간이 늦어질수록 사망률과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진다. 최대한 빨리 응급실에 도착해야 한다. 진료 지침상에는 흉통이 발생하고 나서 30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할 것을 권장한다. 병원을 갈 때는 본인이 운전해서 오기보다는 대중교통이나 구급차를 이용한다. 운전하다가 갑자기 쇼크나 심장마비가 와서 의식을 잃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흉통 발생 후 30분 이내에 도착하면 생존율은 어느 정도인가.

“30분 이내에 도착하면 대부분 살릴 수 있다. 후유증도 적다. 빨리 치료한 환자들을 심장 초음파로 추적 검사해 보면 대부분 심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한다. 이전에 심근경색증을 앓았다는 것뿐이지, 치료만 빨리 하면 심장 기능이 거의 정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환자가 흉통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친다. 심지어 하루 종일 아팠는데 참다가 다음 날 오는 경우도 있다. 특히 연세가 많거나 당뇨병이 있으면 흉통의 강도가 조금 약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오래 참다가 병원에 오는 환자도 있다. 이런 경우 심장의 괴사 정도가 심해서 회복이 어렵다.”

―병원에 도착하면 어떤 검사를 진행하는가.

“심근경색은 심전도만 찍어 봐도 거의 대부분 알 수 있다. 물론 엑스레이나 혈액 검사, 피 검사 등 보조적인 검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그런 검사들은 시간이 좀 걸린다. 반면 심전도는 짧게는 1분 내외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심전도 검사를 가장 먼저 진행하고 환자 상태에 따라 심장 초음파를 하기도 한다.”

―심근경색의 치료는 어떻게 하나.

“대표적인 치료 방법은 스텐트 시술이다. 팔 또는 다리 혈관을 통해 심장까지 접근한다. 좁아지거나 막힌 심장혈관 벽에 볼펜 스프링같이 생긴 스텐트를 붙여 피가 지나가는 통로를 확보하는 시술이다. 스텐트 시술은 합병증과 시술 후유증이 적은 편이다. 전신마취를 하지 않아 고령층에서도 비교적 안전하게 받을 수 있으며 최신 스텐트는 혈전을 예방하는 약물이 방출되도록 만들어져 재발률을 낮추고 약물 치료 기간도 단축시키고 있다.

―스텐트 시술 후 주의할 점이 있나.

“시술 후에는 스텐트에 이물질이나 혈전이 달라붙지 않도록 하는 항응고제 계열의 약을 복용해야 한다. 이 약은 하루도 빠지지 말고 챙겨 먹어야 한다. 일례로 스텐트 시술을 받았던 60대 환자가 이비인후과 수술을 하기 위해 전문의와 상담도 하지 않고 약을 끊었던 경우가 있었다. 수술실에 들어가 마취를 했는데 갑자기 환자 혈압이 떨어져서 심전도를 확인해보니 스텐트가 막힌 심근경색증 소견이 나타났다. 다행히 바로 조치를 취해 회복했지만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일반적으로 수술을 하면 항응고제 복용을 일주일 정도 중단하는데, 스텐트 시술을 한 환자들은 예외다. 스텐트를 삽입한 경우에는 수술 전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임의로 약을 중단하면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심근경색 예방법도 궁금하다.

“심근경색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혈압 조절이다. 혈압 조절은 심근경색을 예방하는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끝으로 의심 증상이 있다면 지체 없이 신속하게 병원에 가야 한다. 심근경색은 재발 시 생존 확률이 점점 낮아진다. 이 때문에 치료 이후에도 재발 방지를 위해 환자 스스로가 운동, 식습관 개선 등을 통해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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