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코로나 이후 위험관리, 데이터에서 해답 찾는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 정리=이규열 기자

입력 2022-04-13 03:00 수정 2022-04-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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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의료데이터 통합 분석, 위험 등 예측하는 ‘시스템 모형’
호주선 불안감 등 위험 포착하고 정신 건강서비스 수요예측에 활용



팬데믹으로 인류의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일본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확산 기간인 2020년 7∼10월, 자살자 수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6%포인트 증가했다. 2020년 6월 미국의 18∼24세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5%가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약물 복용을 늘렸다고 답했다. 최근에는 팬데믹과 같이 인간 정신에 막대한 피해를 낳는 전대미문의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관리 모형으로 ‘시스템 모형(System Model)’이 각광받고 있다.

호주 시드니대 연구팀은 시스템 모형을 ‘사회, 경제, 의료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다차원적 위험 관리 모형’으로 정의한다. 시스템 모형은 남녀, 노소, 인종, 문화 등을 불문한 포괄적인 정보를 수집해 위험의 발생, 전파, 파급 효과 등을 장기적, 거시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새로운 데이터가 더해질수록 모형의 불확실성은 줄어들고 예측력은 높아져 위험 관리 및 대응 능력이 극대화된다.

호주, 뉴질랜드, 대만의 보건 당국은 팬데믹 관련 데이터를 시스템 모형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교육 손실, 실직, 가정 폭력, 자살 충동, 사회적 고립, 불안, 공포 등 팬데믹으로 촉발된 사회적, 심리적 문제를 적시에 포착해 정신 건강 서비스에 대한 수요 급증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었다. 호주의 뇌정신센터(BMC)가 개발한 시스템 모형은 팬데믹 이후 인류의 정신 건강 회복을 위해 보육 및 고용 프로그램, 자살 시도자에 대한 적극적인 후속 조치, 디지털 정신 건강 서비스 등에 투자할 것을 제안했다. 이러한 투자는 자해 입원자 수를 약 6%포인트, 응급 상황을 약 4.1%포인트 감소시킬 것으로 예측했다. 이와 반대로 정신병원 병상, 건강관리 캠페인, 상담 진료에 대한 직접적 투자는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시스템 모형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고소득 국가나 특권층에선 유용한 시스템 모형이 저소득 국가나 소외 계층에는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팬데믹으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 경제적 피해와 관련이 깊은 사회·심리적 요인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시스템 모형을 적용해도 위기를 탈출하긴 어렵다.

팬데믹 이후로 위험에 관한 관심과 투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세계은행그룹은 팬데믹이 개발도상국 국민의 건강, 사회 및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해결하도록 돕기 위해 약 1600억 달러(약 190조 원)를 투입했다. 세계 각국 정부의 지원도 수조 달러(수천조 원)에 이른다. 그러나 올바른 위험 관리 모형이 없으면 국제적 공조도 수포가 되기 일쑤다. 시스템 모형은 다양한 관점과 경험적 정보를 포함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조화롭게 녹여 위험 관리를 돕는 ‘용광로 모형’이다. 각종 위험이 인류의 유해성 폐기물이라면 위험 관리는 용광로 같은 시스템 모형으로 접근해야 한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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