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 파일 분석했더니… 화성은 ‘고요한 불협화음의 행성’

서동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2-04-11 03:00:00 수정 2022-04-1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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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등 4개국 연구팀 ‘네이처’ 게재

화성 탐사선 퍼시비어런스가 지난해 화성 표면에서 포착한 소리를 분석한 결과 화성의 음속이 지구의 3분의 2 수준으로 느리고 고음과 저음의 전달 속도가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화성 탐사선 퍼서비어런스에 탑재된 슈퍼캠(아래쪽 사진)은 유기물을 찾기 위해 마이크, 카메라, 레이저, 분광계 등을 장착하고 있다. NASA 제공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 퍼시비어런스가 지난해 화성 표면에서 포착한 소리 분석 결과가 공개됐다. 인류가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나는 소리를 듣게 된 것은 화성이 처음이다. 과학자들은 소리가 공기와 같은 매질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화성의 대기와 환경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보고 있다. 녹음된 소리를 분석한 결과 화성에서는 고음과 저음의 속도가 달랐다. 화성에서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한다면 바이올린 소리가 먼저 들리고 더블베이스 소리는 늦게 들려 하모니를 이루기 어려운 환경인 것으로 분석됐다.
○ 화성의 음속은 지구의 3분의 2
미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4개국 연구팀은 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지난해 퍼시비어런스가 포착한 화성 소리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화성의 소리를 녹음하려는 시도는 퍼시비어런스가 처음이 아니다. 1976년 미국 탐사선 바이킹 1∼2호가 최초로 화성에 착륙한 이후 두 차례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지난해 2월 18일 화성 예제로 크레이터(분화구)에 착륙한 퍼시비어런스는 이튿날인 19일부터 221일간 화성 표면에서 나는 소리를 녹음했다. 녹음은 사람이 들을 수 있는 20Hz(헤르츠)∼20kHz(킬로헤르츠)의 가청주파수 대역에서 진행됐다.

퍼시비어런스에는 마이크를 포함해 카메라, 레이저, 분광계로 구성된 슈퍼캠이란 장비가 실려 있다. 이 슈퍼캠은 미국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와 하와이대, 프랑스 국립우주센터(CNES), 스페인 말라가대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개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화성은 간간이 바람 소리가 들리지만 마이크 고장을 의심할 만큼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녹음 파일에는 화성 표면을 분주히 탐색하는 퍼시비어런스의 기계음이 적막을 깨고 잡혔다. 퍼시비어런스는 화성의 구성 성분을 파악하기 위해 현무암 재질의 바위에 10초간 30회에 걸쳐 레이저를 쏘기도 했다. 녹음 파일에는 이 레이저를 맞은 바위가 ‘딱, 딱, 딱, 딱’ 타면서 나는 소리도 포함됐다. 퍼시비어런스가 이동하며 바퀴와 화성 암석이 부딪히는 ‘삐걱’ 소리와 ‘딸깍’ 소리도 녹음됐다. 퍼시비어런스가 싣고 간 소형 무인 헬리콥터 ‘인저뉴이티’가 날아가며 내는 로터(회전익) 소리도 들렸다.

연구팀은 이렇게 녹음된 소리를 통해 화성의 음향 특성과 대기 조건을 분석했다. 화성은 소리가 전달되는 속도(음속)가 지구보다 느렸다. 지구 표면에서 소리가 퍼져 나가는 속도는 초당 343m이지만, 화성 음속은 지구의 3분의 2 수준인 초당 240m 수준이다.

이 같은 결과가 어느 정도 예상됐다. 소리는 대기를 매질로 삼아 전달되는데 화성은 지구의 170분의 1 수준으로 대기가 희박하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비중이 지구는 0.04%에 불과하지만 화성에선 95%나 된다. 이산화탄소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기는 질소와 산소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구보다 소리의 전파 속도가 떨어진다.
○ 고음은 멀리 가지 못해
화성의 소리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도 얻었다. 음속이 초당 240m가 아닌 그보다 빠른 250m인 소리가 포착된 것이다. 분석 결과 240Hz 미만의 소리는 초당 240m 속도로 전파되지만 240Hz 이상의 소리는 10m 빠른 초당 250m의 음속을 보였다. 화성에서는 고음을 약간 더 빨리 들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두 사람이 5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는 대화를 나누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소리가 퍼지는 거리도 화성이 지구보다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성에서 고음은 8m만 퍼져 나가도 급격히 소리가 줄어든다. 소리가 이동하는 매질인 화성 대기가 희박해 그만큼 확산 거리가 짧다는 것이다.

뱁티스트 치드 미국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 연구원은 “화성에 가을이 오면 더 많은 자연의 소리가 들리기 때문에 화성의 대기와 날씨에 대한 더 많은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은 남극이 겨울일 때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25%나 얼면서 화성 전체의 기압까지 떨어진다. 이후 남극에 봄이 찾아오면 얼었던 이산화탄소가 녹아 다시 기체가 된다. 이때 대기 중에 다량의 기체가 공급되면서 강한 바람이 발생한다. 남극이 겨울에서 봄으로 바뀔 때 퍼시비어런스가 있는 북반구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즉 현재 여름을 지나 가을을 향해 가고 있는 북반구는 이산화탄소 기체 공급으로 강한 바람이 불며 더 많은 소리가 녹음될 것으로 보인다.

티에리 푸셰 프랑스 소르본대 교수는 “소리 분석 정보를 토대로 상승기류와 같은 난기류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하여 화성의 날씨를 예측하는 수치 모델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이나 금성에 보낼 탐사선에도 마이크를 장착해 소리를 녹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서동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bi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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