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값 3배로, 장보기 겁나”… “순두부 한끼도 싼곳부터 찾아”

세종=구특교 기자 , 최미송 기자 , 이지윤 기자

입력 2022-04-07 03:00 수정 2022-04-07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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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비상]
외식-식자재값 상승에 서민들 고통


6일 서울 한 대형마트의 매장. 소비자물가가 10년 3개월 만에 4%를 웃돈 상승률을 보이면서 실물 경제에 비상 신호가 켜졌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6일 서울 동대문구 푸드뱅크에서 만난 기초생활수급자 A 씨는 즉석밥과 요구르트 등 식품을 양손 가득 받아갔다. A 씨는 “저렴한 나물로 반찬을 해 먹는데, 가장 좋아하는 머윗잎도 최근 한 묶음에 기존보다 3배가량인 6000원으로 올라 먹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무료급식소 사회복지원각(원각사)엔 점심 배식 전부터 330여 명이 몰려 약 50m의 대기 줄이 생겼다. 배식 시작 20분도 안 돼 식사 310인분이 동났다. 김모 씨(68)는 “요즘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특히 이용자가 늘어난 것 같다”며 “나도 얼마 전에 밥을 먹지 못하고 돌아갔다”고 했다.

3월 소비자물가가 10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4% 넘게 상승하며 서민들의 고통이 심해지고 있다. 생계가 어려운 저소득층과 원자재값 부담이 큰 중소기업이 ‘고물가 직격탄’을 받고 있다. 취약계층을 위한 세밀하고 발 빠른 물가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식당 음식가격 500∼1000원씩 올라”
평범한 직장인들의 외식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순두부 요리 전문점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온 한모 씨(40)는 “근처 식당 상당수가 최근 가격을 500∼1000원씩 올렸다”며 “예전엔 별생각 없이 먹던 메뉴도 요즘은 어디가 더 싼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시에 거주하는 김모 씨(46)도 “아이 셋과 10만 원으로 만족스럽게 외식할 수 있는 곳이 없다”고 털어놨다.

물가 부담에 주부들 사이에선 ‘장보기가 무섭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박모 씨(55)는 “한 팩에 5000원 하던 방울토마토가 요즘은 9000원으로 올라 경악했다”고 했다. CJ제일제당은 편의점 햇반(210g) 가격을 1950원에서 2100원으로 약 8% 올렸다. 롯데제과는 이달부터 빼빼로 가격을 1500원에서 1700원으로 13% 올렸다. 농심은 지난달부터 새우깡, 꿀꽈배기 등 스낵제품 22종의 출고가격을 평균 6% 인상했다. 농심 관계자는 “주 원재료인 팜유와 소맥분의 국제시세가 3년 새 급등해 감내하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 뾰족한 대책 찾기 어려운 정부

문제는 물가 고공행진이 당분간 멈추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은 이달 오른 데 이어 추가 인상이 예정돼 있다. 국제유가도 최근 오름세여서 물가를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제유가와 국제 원자재 가격 등이 제조업 생산자 물가를 단기적으로 3.6%포인트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가 최대 50조 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추진하면 시중에 돈이 더 풀려 물가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마른수건 쥐어짜듯 물가대책을 내놓고 있다. 5일 다음 달부터 석 달간 유류세 인하 폭을 20%에서 3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라 하청업체들의 납품단가가 적절히 조정됐는지 확인하는 긴급 조사에 나섰다.


정부는 뾰족한 대책이 마땅치 않아 고민이 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으로 수요는 느는데 공급이 따라오지 못해 물가가 세계적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값이 전방위적으로 치솟고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된 점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정책만으론 물가를 통제하기 힘든 셈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는 오르는데 저성장 상태인 ‘슬로플레이션’에 가까워지고 있어 금리로 물가를 잡으려고 하면 장기적인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며 “금융·재정당국이 상황 변화에 따라 발 빠르게 대처하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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