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채용 강요에 수천만원 노조기금 요구…100일 단속에도 여전한 건설 노조 갑질

주애진 기자 , 정순구 기자

입력 2022-04-01 03:00 수정 2022-04-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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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위반 신고하며 건설사 압박…단속 후에도 피해신고 잇달아
정부, 문제 사업장 집중 관리…업계 “강력 처벌 없으면 실효 의문”


올해 1월 경기지역의 한 지식산업센터 건설 현장에서 A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시공을 맡은 건설사에 해당 조합원들을 근로자로 채용할 것을 요구했다. 기존에 일하던 다른 노조 소속 또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들을 해고하고 A조합 노조원을 채용하라는 요구였다. 노조 측은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이 회사가 시공을 맡은 전국 모든 건설 현장을 마비시키겠다”고 협박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의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건설사에 채용을 강요하는 등 불법행위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 합동 건설 현장 불법행위 근절 태스크포스(TF)가 지난해 10∼12월 100일간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지만 문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올해도 국토교통부의 ‘건설현장 채용질서 신고센터’에는 건설사가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조 조합원들이 공사장 입구를 점거하고 근로자들에게 주민등록증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는 신고가 수차례 접수됐다. 규모가 작은 일부 노조는 해당 노조 조합원을 채용하라고 강요하며 공사 현장에서 집회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수백만∼수천만 원의 노조발전기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노조가 공사장 내 사소한 위반사항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계속 신고하는 방식으로 괴롭히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어쩔 수 없이 이를 수용하곤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31일 추가 대책을 내놨다.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채용 강요 등 건설현장 불법 행위 근절방안’을 발표했다. 관계 부처별로 건설 현장 담당자를 지정해 국토부 신고센터로 신고가 접수됐거나 불법행위 관련 고소 고발이 이뤄진 사업장 등을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합동 일제 점검도 연 2회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또 건설업계와 의논해 지역별·업종별 건설협회가 현장 수요를 파악한 뒤 공통 플랫폼을 통해 계약 및 채용을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를 통하면 개별 건설사가 노조로부터 직접적인 채용·계약 압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건설 현장 내 불법행위를 무조건 처벌하겠다는 방침도 강조했다. 건설기계 소유자가 허가받지 않은 사업장 내부나 인근을 점유해 사업자에 피해를 끼치면 건설기계 관리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도록 제재 규정도 새로 만든다. 또 일부 타워크레인 기사 등 사업자등록증을 갖고 활동하는 노조 조합원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상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로 처벌하는 방안도 상반기(1∼6월) 내에 결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지난해 단속도 별다른 효과가 없었던 점에 비춰볼 때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건설업계는 이번 대책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불법행위가 반복될 경우 퇴출하는 삼진아웃제를 도입하는 등 강력한 처벌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에서 중소 건설사를 운영하는 A 씨 역시 “노조의 불법행위에 공사가 중단된 것이 한두 번이 아닌데 일제 점검을 한다고 이런 행위가 근절될 것 같지 않다”며 “노조의 불법행위가 점조직 형태로 이뤄지는 탓에 점검 자체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00일 단속 결과 143명이 불법행위로 기소됐지만 이 중 구속까지 이뤄진 건 2명에 그쳤다. 채용절차법 위반으로 과태료가 부과된 것도 6건(9000만 원)에 불과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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